사즉생 생즉생인 것을...

박신호 방송작가 | 기사입력 2023/09/07 [12:45]

사즉생 생즉생인 것을...

박신호 방송작가 | 입력 : 2023/09/07 [12:45]

여름 더위가 아무리 푹푹 쪘어도 가을이 다가오니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그런 걸 그새를 참지 못하고 마냥 짜증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 참 딱하단 생각이 들다가 덩달아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요즘 정치판이 꼭 그 모양이다. 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뜬금없이 비장한 사즉생이란 말을 남기며 금식을 선언하고 직장 앞에 천막을 치고 자리 잡고 앉았다. 어느 정치가는 하치 정치가 삭발이며 단식이라고 했는데 삭발 과정 없이 단식부터 시작했다. 뭔가 분명 다급한 상황이 닥치긴 닥친 거 같은데 일반 국민이야 어찌 그 깊은 속을 알 수 있으리오만 그렇다고 짐작이 안 가는 바는 아니다. 물으면 몰라도 묻지 않으면 아는 거 아닌가.

 

어쨌거나 뭐가 그리 다급했기에 단식 전에 사즉생이란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라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무능 폭력 정권이라니? 좌표가 맞나? 차라리 내가 무능해 나라꼴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으면 동정표라도 받으련만 역시 하치 정치를 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쟁터에서는 죽음을 각오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만 요행히 살고자 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항상 필사적인 심정으로 싸움에 임하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하긴 했다. 그건 아득한 지난날 말일 뿐이며 전쟁터에서 얘기다. 그런 걸 정치를 하면서 사생결단하다니 이 무슨 당치도 않은 말인가. 정치가 반드시 죽으려 해야 하는 건지, 정치란 게 살벌한 것이란 말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이다.

 

 학생의 본분은 열심히 학교에 다녀야 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본분은 열심히 국회에 출석하고 열심히 입법 활동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사즉생이란 말을 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국회에 출석하고 열심히 입법 활동해야 마땅한 데 전해지기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낙제 의원이란 말인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 내겠다라고 했으니 어리둥절해진다.

 

 국회의원이 할 일이 많다. 나라 형편이 어려울수록 의원 활동이 절실하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의원실의 불빛이 밤새 비친 일이 없고 국회 도서관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차 있은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학생이었으면 선생님에게 번번이 야단맞고 학부모는 선생님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도 여러 번 조아렸을 것이다. 회사원이었다면 사장이라고 해도 몇 달도 안 돼 내쫓겨났을 것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여 잘못된 행동을 한다고 했는데 (더닝 크루거 효과) 자성해 볼 만한 말이다.

 

 재미난 글이 있다. 코넬대 데이비드 더닝 교수는 인생과 테니스를 비유했다. 1단계로, 처음 날아가는 공을 보며 테니스 선수를 해도 되겠다고 하는 건 우매함의 봉우리라고 했다. 2단계로 테니스라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하게 되는데 이걸 절망의 계곡이라 했다. 3단계로 나름 요령을 터득한 걸 깨달음의 비탈길이라 했다. 끝으로 4단계는 정진이라 했다. 이를 지속 가능성의 고원이라 했다.

 

 대중 앞에 나선다는 건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기술만 있어선 안 된다. 교양도 있어야 하고 지성도 있어야 하며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그보다 더 갖춰야 할 소양은 높은 도덕, 윤리다.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옆 사람에게라도 물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숲속 나무들이 자라면서 꼭대기 부분이 상대에게 닿지 않는 형상을 수관 기피라고 한다. 나무가 자라날 때 옆 나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뿌리 끝까지 햇빛을 받아 동반 성장하기 위한 식물들의 생존전략이다. 우리 인간이 나무만도 못해서야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사즉생까지 갈 것도 없다. 행복하고 보람있게 살려고 하는 게 인생인데 살벌하게 사즉생보다는 생즉생이 더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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