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목격한 실화 바탕…5부작 인권시리즈 영화제작이 목표”

[인터뷰] 영화 ‘사랑의 선물’ 제작한 탈북민 출신 김 규 민 영화감독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9/08/29 [15:23]

“북한에서 목격한 실화 바탕…5부작 인권시리즈 영화제작이 목표”

[인터뷰] 영화 ‘사랑의 선물’ 제작한 탈북민 출신 김 규 민 영화감독

통일신문 | 입력 : 2019/08/29 [15:23]

영화 ‘사랑의 선물’은 8월 15일 개봉되어 지금 여러 상영관들에서 방영되고 있다. 탈북민 출신 김규민(46)영화감독이 제작한 영화 ‘사랑의 선물’은 런던독립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 미국 영예의 영화제에서는 사회·정의해방 우수상, ‘퀸즈세계영화제’에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랑의 선물’은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인 ‘겨울나이’에 이어 시리즈로 두 번째로 제작된 영화이다. 인권의 불모지인 북한에서 사랑도 자식도 지킬 수 없었던 한 가정의 비극을 그린 이 영화는 황해도에서 실제 있었던 실화이다.

평양에서 남쪽방향으로 고속도로로 약 50km 거리에 있는 황해북도 봉산군에서 태어났다. 봉산군은 봉산탈춤의 발원지로 흥취가 넘치고 즐거운 삶을 상징하는 고장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예능에 관심이 높았던 봉산소년 김 감독은 중학교를 다니던 13살 무렵에 우연히 한국 라디오를 통해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에서만 올림픽을 개최한다고만 알고 있었던 그에게 이 소식은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의 식민지이고 어린 학생들도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에도 갈 수 없어 구두닦이와 신문팔이, 껌장사를 한다는 교육만을 받아왔으니 말해 뭣하랴?

 

신변보호담당관의 조언으로 입국 다음 해

2002년에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

 

그는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리계순대학(사리원제1사범대학) 국문학과를 다니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 식량난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의 시신들을 보면서 북한사회에 대한 모순을 절감하기 시작하였다. ‘어린이들이 나라의 왕이다’, ‘세상에 부럼 없어라’, ‘인민의 지상낙원’이라는 구호와 노래가 현실과 너무도 괴리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북한체제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반감은 점점 커갔고 1999년 3월에 북한 지방대의원(지역 국회의원) 선거당시 투표소를 훼손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공개처형 일정이 잡혔다는 말을 듣고 1999년 4월 17일에 쇠못을 삼켜 병원으로 이송되는 기회에 탈출하였다.

부모님은 해임돼 시골로 추방당해 더 이상 북한에서의 삶을 포기한 김 감독은 배안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있었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하고 40여 일간 도보로 두만강까지 걸어서 두만강을 도강하여 북한을 탈출하였다. 그리고 두 번의 탈북시도 끝에 2001년 6월에야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그는 하나원을 수료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과수농사를 지으려는 꿈을 안고 다른 탈북민들이 수도권의 임대주택을 선호할 때에도 전남 나주로 첫 정착지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제조업체에서 알바를 하면서 한국 사회를 알아가기 시작하였다.

신변보호담당관의 조언으로 입국 다음 해인 2002년에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북한에 있을 때 봉산에서 당기동예술선전대에서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꾸었던 배우의 꿈이 한국에 와서 다시 되살아난 것이다. 학부수료과정에 연기보다는 연출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고 방향전환을 하였다.

 

대학생으로의 삶…첫 등교부터 큰 혼란 겪어

수업시간 영어단어 많이 사용, 알아듣지 못해

 

북한에서 사리원제1사범대학 국문학과를 다녔던 김 감독은 한국 입국 6개월 만에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한국대학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첫 등교 때부터 큰 혼란을 겪었다. 대학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 정장에 코트를 입고 대학에 갔는데 다른 친구들은 캐쥬얼 복장 차림이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신입생들이 그에게는 말을 걸거나 가까이 하려하지 않자 탈북민이라는 소문이 이미 난 상태인줄로 착각했다. 후에야 학생들이 그를 교수인 줄 잘못 알았던 이유가 정장 탓임을 깨달았다.

수업시간에 교수들이 영어단어를 많이 사용하여 알아듣지 못했고 수업시간에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학생들에게 일어서서 조용하라고 소리쳐서 기겁하게 하기도 하였다.

북한에서 교수가 이야기 할 때에 학생들이 조용한 것만 봐왔던 그로서는 다망한 예술계 대학생들의 이러한 모습이 이상할 따름이었다. 점점 대학생들이 그를 피했고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하여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서로 속을 터놓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교수의 조언에 따라 감독으로 방향전환해

첫 작품에 ‘겨울나비’…‘크로싱’에 조감독

입국 10년 첫 데뷔작으로 방영된 영화는

북한주민들 삶과 모성애 토대로 한 작품

 

김 감독은 대학 수료과정에 교수의 조언을 토대로 연기자에서 감독으로의 방향전환을 결심했고 여러 영화들에 감독과 스텝으로 참여하였다.

단편영화 <착각>, <모닝콜>, <국경의 남쪽>, <타짜> 등 여러 상업 영화와 드라마 <카인과 아벨>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에 조감독과 스텝으로 참여했다.

김태균 감독의 영화 <크로싱>에는 조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실력을 다졌다. 2003년 단편영화 ‘착각’ 각본 및 감독, 2004년 단편영화 ‘모닝콜’과 ‘교차로’ 각본 및 감독, 2005년 장편영화 ‘국경의 남쪽’의 조감독으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2006년 장편영화 ‘타짜’(감독 최동훈) 스태프, 2007년 장편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 조감독, 2009년 SBS드라마 ‘카인과 아벨’(연출 김형식) 해외촬영 조감독, 2009년 장편영화 ‘포화속으로’(감독 이재한) 스태프, 2012년 장편영화 ‘협상종결자’ (감독 이승준) 스태프, 2014년 장편영화 ‘국제시장’ (감독 윤제균) 스태프, 2011년에는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편영화 ‘겨울나비’(2011년 7월 7일 개봉)로 공식 데뷔했다.

그의 데뷔작인 ‘겨울나비’는 김 감독 본인이 북한에서 실재한 사건을 모티브로 구성한 영화다. 한국 입국 10년 만에 첫 데뷔작으로 방영된 ‘겨울나비’는 김 감독이 북한에서 보았던 사실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겨울나비는 계절을 잘 못 만난 나비의 비참한 처지와도 같은 북한주민들의 삶, 어머니의 모성애가 자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UN인권이사회의 초청을 받아 스위스 제네바에서 상영될 정도로 북한 인권문제와 식량난 등을 생동하게 보여준 영화로 국제사회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사랑의 선물’은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

지금도 각국의 초청의뢰가 끊이지 않고 있어

영화를 북한인권 알린다는 도구로 삼고 헌신

 

김 감독은 북한 황해도에서 살면서 목격한 실화를 바탕으로 2011년에 제작한 장편 극영화 ‘겨울나비’를 시작으로 2014년에 장편 다큐멘터리 ‘11월 9일’, 2016년에는 장편 다큐멘터리 ‘퍼스트 스텝’을 제작하였다.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인권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영화를 북한인권을 알리는 도구로 삼고 헌신하는 북한인권 전문 영화감독인 김 감독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의 노력의 산물로 현재 방영되고 있는 ‘사랑의 선물’은 이미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지금도 각국의 초청의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광복 74돌을 맞으며 개봉된 영화 ‘사랑의 선물’은 황해도에 살고 있던 북한의 한 평범한 가정의 슬픈 사랑에 대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민군 복무과정에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남편의 병 치료와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던 부인 이소정은 남편의 치료비와 가족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다 결국 매춘의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밀수군들을 비롯한 돈 있는 남자들에게 정조를 능욕당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억세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보안원(북한 경찰)의 단속으로 하루 아침사이에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

빌려준 돈을 받아 내기 위해 부인 소정이를 압박하며 대신 입사증(집사용문서)을 요구하는 보안원 대철, 그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남편을 설득하여 집문서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날이 남편과 부인의 마지막 날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사랑할 사람이 있어도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고 부모로서 자식을 책임질 수 없는 인권불모지 북한의 현실을 생동하게 그린 영화 ‘사랑의 선물’은 관람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남편 김강호 역에 배우 문영동, 부인 이소정 역에 배우 이소정이 주역으로 출연하고 딸 김효심 역에 아역배우로 김려원, 북한 보안원(경찰) 강대철 역에 배우 라경덕이 출연한 이 영화는 최소한의 출연배우로 북한사회의 진면모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상이군인 가족 비극 다룬 영화‘사랑의 선물’

초기 크라우드펀딩으로 3,713만원으로 제작

더 필요한 비용 추가 모금해 제작비용 충당

 

고난의 행군시기 북한 주민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사랑의 선물’이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한 약 5천여만원으로 제작되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전체 예산은 크라우드 펀딩 포함 약 3억 정도였다.

북한의 상이군인 가족의 비극을 다룬 영화‘사랑의 선물’은 초기 크라우드펀딩으로 285명이 참여해 3,713만원으로 제작을 시작했다. 제작과정에 더 필요한 비용도 추가로 모금하여 모자라는 제작비용을 충당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 ‘사랑의 선물’은 개봉 10일 만인 8월 26일 저예산 영화의 첫 번째 관문이라 할 수 있는 5천명을 돌파하였다.

김 감독은 북한인권해방과 북한 민주화를 위한 영화들을 제작하여 대한민국 국민들과 전 세계 인류가 북한의 실태를 잘 알도록 하는 것이다. 영화‘겨울 나비’와 ‘사랑의 선물’과 같은 북한의 인권실태를 고발하는 영화들을 시리즈로 제작하기 위한 구상은 현재 실천과정에 있다. 시리즈 5부작으로 제작될 영화들은 북한에서 직접 목격한 실화들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다.

그의 꿈은 북한인권을 다루는 내용의 실화 시리즈 제작이다. 차후에는 액션과 로맨스 등 흥행작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을 계몽할 수 있는 주제의 영화들을 만들어 통일한국의 번영에 이바지 할 꿈을 안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김규민 영화감독이다.             김형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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