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290)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8/09/27 [15:57]

[황진이]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290)

통일신문 | 입력 : 2018/09/27 [15:57]

포도부장은 그제야 물고를 내버리라는 류수의 말뜻을 깨닫고 얼굴이 환해졌다.

이렇게 쉽게 풀리는 것을 가지고. 역시 자기는 아무리 날뛰여도 매돌 안에서 노는 낟알이였다. 꽃 보고 열매를 가늠한다고 앞으로 룡비천을 해서 하늘에 오를 량반은 벌써 생각하고 처리하는 것이 남달랐다.

희열은 포도부장의 얼굴에 바보 같은 웃음이 헤벌죽하게 떠오르자 귀찮은 파리 쫓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됐네. 이젠 나가보게.”

그러나 포도부장은 일어나기는커녕 무릎밀이로 한걸음 더 다가앉았다.

“소인이 사또께 변변치 않은 선물을 하나 마련했사외다.”

“선물?”

희열은 의아해서 누에눈섭을 치켜들고 포도부장의 벙글거리는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굼벵이가 굼불재주를 부린다고 이 우직스러운 놈이 또 무슨 재주를 부리는 겐고.

“사또께서는 전달 서울에서 일어난 역모사건의 도타한 죄인 윤아무개라는 이름을 기억하시겠습니까?”

“관보에서 읽었지.”

“그놈이 오늘 아침 림진나루를 기찰하던 우리 애들 손에 걸려들었소이다.”

“그래...?”

희열은 반문하는 끝말을 길게 내뽑았을 뿐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묘한 일치에 혀를 내휘두르고 있었다. 참으로 하늘이란 무소불능한 것이니 어쩌자고 진이와 운명적으로 련결되였던 사람들을 전부 송도로 모아들이는 것일가.

“소인이 그놈을 사또께 바치겠사오니 이제 괴똥이놈 일이 깨끗하게 마무리된 다음 함께 장계에 올려줍쇼. 한 배에 올랐으문 환란두 함께 치르구 공두 함께 나눠얍죠.”

포도부장은 자못 의기양양해서 문밖으로 사라졌다. 희열은 그의 발자국 소리가 동현 앞마당에서 잦아든 다음에야 그 주제넘은 녀석의 얼굴에다 대고 “내가 개 하구 똥을 나눈단 말이냐? 고연 놈 같으니라구”하고 불호령을 내리지 못한 것이 후회되였다.

그러나 어쨌든 대역부도의 역모죄인이 손안에 들지 않았는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은 것일지라도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단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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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부중이 괴똥이에 대한 이야기로 입에서 자개바람들이 일었다. 그러나 누구도 딱히 진상을 아는 사람은 없고 종작없이 떠도는 소문을 입에서 입으로 옮기는 것이라 터무니없는 억측이 많았다.

“실은 그 괴똥이란 놈이 놈이네 화적패에서 놈이 다음가는 두목이라오.“

“버금가는 두목이 뭐요? 그놈이 그 화적패의 모사랍디다. 놈이란 놈은 우직스러워서 그저 괴똥이란 놈이 부중에 앉아서 줄을 당기는 대루 움직이는 꼭두각시래요.”

“그러게 제 버릇 개 못 준다구 안 그럽디까? 그놈이 소시적부터 걸핏하문 칼을 뽑아 들구 광패를 부리더니 잘코사니야, 결국 제 갈 길루 갔지 뭘 그러우.”

“이제 상감마누라님께서 전교만 내리시문 곧 효수하리란 말이 있습디다.”

이런 말들은 대체로 포도부장이 포교들과 장교들을 시켜 일부러 내돌린 소문이였으니 자고로 백성들이란 책에 적힌 것이나 관가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곧대로 믿는 법이라 떡국이 롱간을 하는 포도부장이 괴똥이를 홈통으로 몰아가는 계교인 줄은 모르고 열심히 그 소문을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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