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황진이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288)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8/09/13 [13:18]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황진이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288)

통일신문 | 입력 : 2018/09/13 [13:18]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빈손을 가지고 류수사또를 어떻게 만나 뵈울고. 그의 눈앞에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눈초리가 꼿꼿해진 류수의 노한 얼굴이 딱장벌레처럼 왔다 갔다했다.

포도부장은 이런 생각을 하며 고연히 심사가 뒤틀려서 붉으락푸르락했다.

이런 때는 개 옆구리라도 걷어차야 마음이 가라앉는 것인데 옳지…문득 그는 오늘 아침 림진나루에 기찰 나갔던 포교들이 진이네 집 매질군과 함께 잡아온 얼뜨기가 생각났다.

기찰을 피해 몰래 배에 오르려다가 포교들이 눈에 띄우자 도망질을 하려고 했다는데 차림은 상사람이요. 생김새는 글방물림 같아서 척 보기에 수상쩍은 놈 같더라는 것이였다. 보나마나 장물이나 쥐고 노는 별치 않은 놈이겠지만 그런 놈이라도 끌어내다가 사다드미질을 하면 바글바글 끓는 성미가 한결 가라앉을 것 같았다.

포도부장은 포교들에게 분부를 내렸다.

“오늘 아침 나루에서 잡아온 놈을 이리 끌어들여라.”

“간에 갇혀 있는 동안 제풀에 까무러쳤는지 제 발로 걷지 못하는 조그마한 사내를 억대우 같은 포교 둘이 량쪽에서 쭉지를 끼고 끌어 오는데 이미 초절이가 다 되어서 사다드미질이고 홍두께질이고 매만질 나위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포교들이 그 작자를 대청 밑에 꿇어앉히자 포도부장의 입에서 우레 같은 불호령이 터져 나왔다.

“너 이놈, 어디 사는 누구냐?”

닦은 방울같이 소명한 놈이라도 이런 지옥에 끌려와서 염마왕의 불호령을 당하면 혼비중천할 것인데 생김새가 벌써 벌레 먹은 준저리콩이라 작자는 잔뜩 겁에 질린 달팽이눈으로 대청 우를 쳐다보며 무엇이라고 대답은 하는 모양이나 입술만 달싹거리고 소리는 나가지 않았다. 포도부장은 삵의 웃음을 웃으며 ‘개 옆구리 차기’ 시작했다.

“그눔 벙어리 흉내를 내는 걸 보니 아주 흉물이다. 올곧게 불 때까지 사그리 조져라.”

포교들의 무지스러운 방망이가 작자의 어깨부터 내리조기기 시작하는데 작자는 첫 매에 “아이쿠”하는 비명소리를 지르더니 두 번째 매에 벌써 당장 숨이 지는 시늉을 내며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어디 사는 누구야?”

“서울 련못골 사는 윤 아무개올시다.”

“윤 아무개?”

포도부장의 머리에 번개처럼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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