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277)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8/06/28 [16:23]

[황진이]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277)

통일신문 | 입력 : 2018/06/28 [16:23]

길호사로 송도 부중 아홉 거리를 빼놓지 않고 도는데 괴똥이의 휘손질에 노는 소악패들이 진을 이루고 따라다녀서 마치 신연하인들을 거느린 신관사또의 행차처럼 요란스러웠다.

신랑이 색시집에 들어서는 길로 가지고 온 나무기러기를 상우에 놓고 절을 하니 이것이 곧 전안이요 전안을 마치고 팔밀이의 뒤를 따라 초례청에 올라서자 원삼 입고 화관 쓰고 진주부채로 얼굴을 가린 낯익은 새색시가 절을 나누기 위하여 신랑과 마주섰다.

공들여 성적을 하고 각시 차림을 한 이금이의 아름다움이 어찌나 눈부시고 황홀하던지 괴똥이는 그만 눈뿌리가 빠져서 멍청히 새색시의 얼굴만 들여다보다가 절 시키는 녀편네들한테 지청구를 듣고 만좌를 웃기였다.

청실홍실을 늘인 표주박으로 술을 돌리는 녀편네가 ‘귀밑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해서 열두 아들에 여덟 딸을 낳으라는 간지러운 덕담을 늘어놓는 것으로 번잡스러운 조례가 끝났다.

초례에 뒤이어 방합례가 있고 싱겁기 짝이 없는 방합례가 끝난 다음 신랑과 신부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집안 어른들에게 절을 했다.

할멈과 진이가 서로 네밀둥내밀둥 사양하다가 종내 할멈이 그들의 첫 절을 받는데 이금이의 절을 받을 때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디 가서 살든 우리 아씨의 은공을 잊지 말아라.

하고는 성급히 옷고름으로 눈귀를 찍었다. 다음으로 진이가 등을 떠밀려 그들의 절을 받았다.

성깔이 사납고 까다로운 괴똥이가 자치동갑인 진이를 장모처럼 존대해서 공손히 절을 하는데 물론 그동안 자기를 위해준 진이한테 진심으로 감복한 까닭도 있지만 진이로 말하면 이금이한테는 하늘과 같은 존재라 자칫 소홀했다가는 첫날밤부터 내소박을 받을가 봐 각별 조심하는 리유도 없지 않았다.

이금이는 진이한테 절을 하려고 두 손을 땅에 짚다 말고 “아씨!” 하고 오열을 터뜨리며 진이의 품안에 엎어졌다. 그 바람에 진이도 덩달아 눈물이 쏟아져서 한동안 만좌가 가슴이 뭉클하도록 숙연해졌다.

혼례가 끝나고 손님들을 대접하기 시작했다. 장국밥에 갖가지 떡에 과줄에 과실까지 곁들인 상이 마당에 펴놓은 멍석우의 손님들한테까지 일일이 차례졌으니 방안에 들여앉힌 귀한 손님들의 대접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술기운이 오르자 마당판의 손님들은 춤판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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