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세월 16 / 6월이 오면

장운영 | 기사입력 2004/04/06 [17:10]

은빛세월 16 / 6월이 오면

장운영 | 입력 : 2004/04/06 [17:10]
1945년 8월,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새까맣게 타버린 물체속에서 움직임의 느낌을 받은 한 종군기자가 그 물체를 들으니 병아리 열 다섯마리가 날개를 치며 살아 나왔다.
원자폭탄이 떨어지자 어미 닭이 새끼병아리를 품은체 새까맣게 타버린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어미닭의 위대한 사랑을 배우게 된다. 자기를 희생하면서 새끼병아리를 보호하려 했던 위대한 사랑의 실천이 자신은 비록 죽었지만 열 다섯마리의 생명을 보호한 것이다.
그런데 동물보다 못한 사람들이 늘고 있어 인간의 존엄성을 혼란과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
자신이 낳은 딸의 생명을 질식시켜 유기했는가 하면 한 아버지는 자식 둘을 한강에 쓰레기 버리듯 던져 생명을 빼앗았다. 이뿐인가, 남녀를 불문한 초, 중, 고교생들간의 폭력, 왕따로 인한 자살 등 인간 경시풍조가 경악과 부끄러움의 감정을 무디게 할 정도로 사회면을 매일이다 싶이 장식하고 있으니 인간세계의 미래가 암담해 진다.

"님이 나신 날이옵니다 / 님이 서신 날이옵니다 / 님이 가신 날이옵니다 / 겨레가 불러 / 산과 들에 / 피로서 님이 누우신 날이옵니다 / 겨레가 불러 / 산과 들에 피로서 님이 누우신 날이옵니다 / 몸을 바쳐 세울 / 대한민국 자유의 국토 / 못다한 애국의 충정 / 이어 받으라 주신 것을 / 다시 받들어 뫼시는 날 /영원과 성가로서 / 국기 펄펄 날릴지어다"

은빛세월은 젊은 시절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친구와 전우의 장렬한 최후를 피눈물을 뿌려 지키면서 내 목숨 살아 있음을 부끄러워 했다.
6월이 오면 은빛세월은 빛바랜 낡은 앨범을 펼쳐보 듯 먼 기억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숭고한 얼굴들과 그 목소리를 위해 노루꼬리 만큼 남은 목숨을 귀하게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적군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대한민국만세'를 외치며 장렬하게 전사한 전우들, 공비토벌의 임무를 띠고 산간벽지에서 싸우다 숨진 경찰관, 조국광복을 위해 견딜 수 없는 고문과 옥고 끝에 비참한 죽음을 당한 순국선열들과 함께 은빛세월은 민족과 조국의 영광을 위해 엄청난 고통을 이겨냈다.
이러한 빛나는 의인들이 많았던 한민족의 젊은이들이, 국민들이, 정치인들이 왜 그 뜻을 이어받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친구를 잃고, 고향을 잃고, 반세기가 되도록 부모 형제의 생사를 모른채 절망과 희망의 터널을 걷고 있는 실향의 은빛세월... 6월에는 더욱 심하게 사랑의 홍역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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