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가는 게 아니라 보는 거다

박신호 방송작가 | 기사입력 2023/10/04 [11:48]

여행은 가는 게 아니라 보는 거다

박신호 방송작가 | 입력 : 2023/10/04 [11:48]

국내고 해외고 짧게 가는 여행은 아예 가지 않는다. 번거롭기만 하기 때문이다. 해외 같으면 보름 이상이고, 국내 같으면 일주일은 돼야 마음이 내킨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10여 년 동안 해외에 나가지 않았더니 영 몸도 마음도 무거워서다. 겹겹이 묻은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세월이 가로막는 게 하나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를 넘길 수는 없어 망설이고 있었는데 마침 뉴욕에서 살고 있는 아우가 전화를 걸어 왔다.

, 같이 여행 가기로 한 거 어렵겠어요. 다리 다친 게 안 났네요. 그러니 두 분만 어디 다녀오세요, 조치할게요

여든이 넘은 아우지만 사장이라 간혹 후원자가 돼 주곤 한다. 내외만 해외여행을 가기로 하고 아들에게 여행 절차를 밟도록 했다. 입국사증을 받아야만 하는 나라에 가는 것도 아니고 장기간 가는 것도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만 여행 기간에 탈이나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며칠 만에 아들이 여행 안내서를 건넨다. 그런데 표정이 좀 수상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없었어요

표정이 그렇지 않은데?”

별거 아니에요. 건강하게나 다녀오세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래?”

재차 물으니 잠시 멈칫하던 아들이 지나가는 말투로,

“...해외여행은 80세 이상은 환영하지 않는데요

이게 무슨 소린가? 80 아니라 90이라도 그건 본인 판단에 맡길 것이지 여행사가 참견하다니 화가 치밀었다.

뭐야?”

아니 그럼,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란 게 아닌가. 언젠가는 뉴욕 아우네 집에 가서 글도 쓰고 푹 쉬다가 오려고 했는데 다 무산되는 게 아닌가. 세월이 가도 내 존재는 그대로인데 나이 숫자가 발목을 잡다니 순간 울컥해진다. 그런 내 안색을 본 아내가,

나이 이기는 장사 있어요?”

“...”

그리고 마지막 여행이라니요? 또 마지막이란 말 쓰지 말고 끝이라고 해요, !”

마지막보다는 끝이 덜 섭섭한가? 밤새 심란해 뒤척이다가 새벽 일찍 일어나 서성이다가 신문을 보니 눈에 띄는 제목이 들어왔다.

윤희영의 뉴스 잉그리스’ “한국이 관광지로 인기 얻는 이유

미국 여행 전문지 “Traver Off Path”가 한국이 좋은 이유를 나열했다. 요약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접한 일본과 비교하며 일본만 다녀갔는데 지금은 독특한 문화와 특유의 느낌을 가진 놀라운 한국이란 것이다. 서울처럼 미친 듯한 도시만 있는 게 아니라 가야산 국립공원의 해인사 같은 곳도 있는 나라이며 독특한 음식으로 매운 소스로 발효한 김치와 온갖 다양한 요리인 반찬에 비빔밥, 불고기 등은 다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다고 했다. 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45개국 중 하나로 미국 국무부의 여행 경보 안전한 국가 1단계 국가이고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무슨 일이든 기꺼이 도와주려고 해 24시간 내내 어디에 가든 불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한 한국의 네 계절 중 봄과 가을의 온화한 날씨와 청명한 하늘만 예쁜 게 아니라 여름엔 해수욕장, 겨울엔 스키장 등 계절마다 볼거리와 즐길 게 곳곳에 즐비하다면서 어느 깊은 산속에 가 있더라도 와이파이가 연결돼 세계 어디든 연락할 수 있어 전 세계를 누비는 디지털 유목민으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동남아의 한 나라로 떠났다. 재건에 기지개를 켜는 아열대 나라여서 선택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힘들었다. 역시 집 나가면 고생이다.

여행은 가는 게 아니라 보는 거다. 왔다, 봤다,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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