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통일론자들의 탈북민 쓰레기론?

송두록 통일대기자 | 기사입력 2023/09/19 [14:36]

반통일론자들의 탈북민 쓰레기론?

송두록 통일대기자 | 입력 : 2023/09/19 [14:36]

우리 사회에서 대화 상대방이 주체사상에 물든 종북 성향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애드리브로 김정일 미친놈또는 김정은 나쁜놈이라고 말하게 해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실제로 이 드립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에 격분한 어떤 누리꾼이 포격 당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중국 선양에서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다음과 같음 44조 가사를 보내면서 유래됐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는 보내온 그 드립을 열렬한 북한 찬양시인 줄 알고 그해 12월에 게시판에 올렸다가 북한 당국에 의해 자체적으로 사이트를 일시 폐쇄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김씨일가 나라세워/정통성을 이어받아/일국발전 도모하세(김정일)

미제소탕 목표삼아/친위부대 결사하니/놈들 모두 혼쭐나네(미친놈).

김수령님 건국하고/정일장군 발전하니/은혜입어 결사봉공(김정은)

개선문에 청년장군/새시대가 열리노니/끼리모여 만세삼창(개새끼)

 

한반도가 남북 간에 남남 간에 이념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보니 이런 희비극이 일어난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었던 임수경 씨가 탈북대학생을 변절자라고 비난하면서 근본도 없는 탈북자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대든다고 막말을 했다가 언론에 공개 사과했다. 그러면서 사과 보도 자료에서 임수경 씨는 변절자라는 표현이 학생운동과 통일운동을 함께 해 온 하태경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간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 송두록 논설위원     ©통일신문

 임수경 씨는 1989년 대학 4학년 때 무단 방북해서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했고, 그 이유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1990815일 김일성 명의로 시상된 북한 훈장인 조국통일상 수상자 명단에 들어 있다. 변절했다는 말은 믿음을 바꿨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으로 간 하태경 의원이, 임수경 씨와 나아가 그러한 임씨를 자기 당의 비례대표로 선정한 민주통합당이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서 굳건하게 지키고자 했던 어떤 믿음을 배신했다는 것인가. 세간의 여론이 많이 들끓었다.

 

 

최근 쓰레기라는 담론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쓰레기라는 말은 원래 쓸모가 없어서 내다 버릴 물건을 뜻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도덕적 또는 사상적으로 타락하거나 부패해서 쓰지 못할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자기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시킬 때에도 이런 표현을 썼다. 20131213일 노동신문 장성택 보도 전문을 보면, 12일에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부가 장성택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장성택이 백두산 절세위인들로부터 받아안은 정치적 믿음과 은혜는 너무도 분에 넘치는 것이였다. 믿음에는 의리로 보답하고 은혜는 충정으로 갚는 것이 인간의 초보적인 도리이다. 그러나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쓰레기 장성택은(하략)’라고 하면서 사형을 집행하였다.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2020616일에도 우리 정부를 향해, ‘세계는 우리 인민이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어떤 징벌의 불벼락을 안기고 인간쓰레기들을 어떻게 박멸해 버리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하면서 적반하장격으로 인간쓰레기 운운했다. 이러한 북한 당국과 선전 매체들이 탈북자들을 비난할 때에도 인간쓰레기니 하는 말들을 자주 쓴다. 국민의 힘 태영호 의원이 2016년 주영 대사관 공사로 있다가 탈북해서 귀순할 때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태영호 전 공사를 인간쓰레기라고 했고, 2020년 총선 때 태영호 의원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에 영입되자 쓰레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랬던 태영호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을 하는데 현역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이 자신을 북에서 온 쓰레기라고 호칭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해당 의원을 당내에서 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태의원이 지난 4월 자신의 SNS에서 대한민국의 공당인 더불어민주당을 ‘Junk(쓰레기) Money() 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고 저격했던 만큼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정치적 반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 태의원을 행해 부역자라고 소리친 의원도 있다는데 그러한 비난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면 똑같은 쓰레기용어라도 담론이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역자는 국가를 반역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하는 것을 말하는데, 태의원이 어떤 국가에 대해 반역했다는 뜻인가. 혹시 2020년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서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시흥갑)이 자신의 SNS에 태영호 의원(당시 미래통합당)에게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였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한 일이 있었는데, 예나제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탈북민들을 변절자, 부역자로 보고 있는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태영호 의원과 같이 탈북한 태의원 부인 오혜선 씨가 금년 초에 프랑스 통신사 AFP와 인터뷰하면서 말미에, 북한에 두고 온 자신의 모친과 자매들이, ‘나를 원망할까요, 부러워할까요 아니면 조용히 나를 응원할까요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탈북민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보려면 우리 정치인들이 그들을 조용히 응원하거나 아니면 좀더 적극적으로 부러워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적어도 민족 통일이라는 대의를 꿈꾸는 큰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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