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러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채택 거부와 Think the Unthinkable

정성장 센터장 | 기사입력 2022/05/30 [15:22]

[분석] 중·러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채택 거부와 Think the Unthinkable

정성장 센터장 | 입력 : 2022/05/30 [15:22]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줄이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예상했던 대로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북한이 조만간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채택에 동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2017년까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시험발사하면 유엔안보리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가 채택되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 관계 악화로 올해부터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시험발사하더라도 유엔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채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과 중러의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미 본토를 겨냥한 ICBM을 시험발사하고, 전술핵무기와 초대형 핵탄두 개발을 위해 제7, 8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다. 미국이 확장억제를 강화하면 북한이 한국에 쉽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핵은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북한의 핵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북한 핵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은 핵이 없는 남한보다 핵보유국인 미국만을 계속 상대하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북미 간의 적대관계는 더욱 심화되고, 한국은 북한에 의해 계속 무시되고 패싱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한미일은 북한과 중러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한일의 동시 핵무장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Think the Unthinkable)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핵무기보다 가까이에 있는 한국의 핵무장일 것이다. 남한이 핵무기까지 보유하게 되면 북한은 남한에 대해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 열세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북한은 남한에서의 핵 보유 주장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비난하는 것이다.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주목하는 것은 한일의 핵무장에 이어 대만까지 핵무장할 가능성에 있다. 그러므로 만약 중러가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을 막지 못하고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에도 유엔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채택을 거부할 경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핵 보유를 막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도 핵 보유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한미일이 고위 당국자 명의로 천명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20199월 스티븐 비건 당시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모교인 미시건대 강연에서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들은 부분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포함된 확장 억지에 대한 신뢰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그만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하지만 그런 ()무기가 그들의 영토로부터 단지 단거리 탄도미사일 비행 거리 안에 놓인다면 얼마나 오래 이런 확신이 지속하겠느냐라며 반문한 바 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가 그 어떠한 실질적인 대응도 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은 현재 핵무장을 거부하고 있지만, 특수한 경쟁 관계로 인해 어느 한쪽이 핵무장을 선택하게 되면 다른 한쪽도 핵무장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핵무장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한국의 진보적인 전문가들도 대부분 만약 일본이 핵무장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전까지 핵무장에 대해 반대해온 수백 가지 논리들을 갑자기 다 무시하고 그럼 우리도 핵무장해야지라고 대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전문가들도 핵무장에 반대하다가도 만약 한국이 핵무장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럼 일본도 핵무장해야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한국만의 핵무장이나 일본만의 핵무장은 불가능하고 어느 한쪽이 핵무장을 결정하면 두 국가의 동시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국이 핵무장하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한국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일부 비확산론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한국이 핵무장하면 일본도 따라서 핵무장하게 되어 있는데 미국이 대중 견제에 핵심적인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에 강력한 제재를 채택해 한국과 일본의 경제를 모두 무너뜨릴 수 없는 것. 특히 미국은 한국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 등에서의 기술적 협력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미국경제에도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더 이상 제재를 채택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제재를 채택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 그러므로 만약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핵무장을 추진한다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깨어질 것이라는 일부 비확산론자들의 선동적인 주장도 전혀 현실적인 근거가 없다.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영국과 이스라엘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국가들이 미국과 독자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들 국가들의 핵 보유가 미국의 대유럽 및 대중동 관리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게 되고, 일본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중국의 핵을 견제할 수 있게 될 것. 그러므로 한국과 일본의 핵 보유는 미국의 북핵 관리와 대중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에 전적으로 부합된다.

 

현재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에서 북중러는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한미일 중에서는 미국만 핵을 보유하고 있어 한미일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한일 동시 핵무장은 한미일과 북중러 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질주와 그에 대한 중러의 방관적 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해 한미일이 그들의 셈법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러가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을 막지 못하고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에도 유엔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채택을 거부할 경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핵보유를 막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핵보유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한미일이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과 같은 단호한 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한미일의 북한 비핵화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는 대미 견제 차원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내심 즐기면서 계속 방관적 태도를 취할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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