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새로운 형태의 신냉전과 한반도 미래

정복규 논설위원 칼럼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1/04/29 [03:34]

[통일칼럼] 새로운 형태의 신냉전과 한반도 미래

정복규 논설위원 칼럼

통일신문 | 입력 : 2021/04/29 [03:34]

▲ 정복규 논설위원     

중국과 러시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과 갈등이 표면화된 것

미국과 동맹국에 맞서 러시아·중국

연합해 대립하는 양상 보여주고 있어

 

신냉전은 미국, 소련 간 핵무기를 통해 ‘공포의 균형’을 이뤘던 과거 냉전과 다르다. 신냉전의 갈등 양상은 더 복잡하다.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커졌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의 여파로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주변국의 군비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에 이어 북한도 핵보유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불안정한 관계와 북한의 호전적인 핵 야망 등이 겹친 불확실성의 시대다.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간 패권 갈등은 트럼프 시대 못지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회담은 ‘앵커리지 회전’ 혹은 ‘한 판 싸움’이라고 부를 만 했다. 첫 상견례인데도 덕담은커녕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향해서 강펀치가 난무했다.

바이든 시대 미중 관계가 어떻게 흘러 갈 수 있는지를 짐작케 했다. 회담은 외교안보 분야 고위 인사 두 명씩 참석해 ‘2 + 2 회담’으로 진행됐다. 원래는 각각 2분씩 공개 모두 발언을 하고 비공개 회담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개 설전을 1시간씩이나 벌였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각각 2분 남짓 모두 발언을 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은 각각 16분과 4분 이상 발언했다. 발언이 길어진 것은 기선 제압을 하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신장, 홍콩, 대만 등 민감한 부분을 건들었다. 중국의 인권 문제도 꺼냈다. 중국이 세계질서를 위협한다고도 했다.

양제츠 국무위원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2020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플로이드 사건을 꺼냈다. 흑인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야기가 길어졌다.

세계가‘신(新)냉전’의 시대로 빠져들고 있다. 냉전은 지난 1991년 옛 소련이 해체되면서 종말을 고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형태의 신냉전 시대에 들어섰다.

20세기 냉전은 미국과 소련의 양극 체제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의 이데올로기 경쟁에 따른 갈등 구조였다. 반면 신냉전은 탈냉전 이후 패권국인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비롯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과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에 맞서 러시아·중국이 연합해 대립하는 양상이다. 러시아 푸틴 정권은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옛 소련 영향권의 회복을 노리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의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이미‘강한 미국의 부활’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했다. 트럼프와 푸틴 등은 세계를 하나의 격투장 혹은 전쟁터로 보았다.‘스트롱맨’으로 불리는 이들 지도자들은 국수주의와 패권 지향적 성향이 크다.

미국과 중·러가 대결하는‘신냉전 벨트’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뿐 아니라 동남아, 중동,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시설 설치를 확대하자 미국은‘항행의 자유’작전으로 대항했다. 러시아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했다.

중국은 북한 핵 저지를 명분으로 한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린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도 이를 거들고 있다.

동유럽에서는 미국 주도의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2017년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접경지인 벨라루스 일대에서 10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한‘자파드 17’군사훈련을 한 바 했다. 이는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다. 러시아군은 2014년에 훈련을 빙자해 병력을 집결시킨 뒤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주변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옆구리와 같은 우크라이나를‘비수’로 활용해 견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군사장비 공급을 승인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추진 중이다. 한반도는 과연 신냉전의 파고를 어떻게 대처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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