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300)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8/12/06 [16:15]

[황진이]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300)

통일신문 | 입력 : 2018/12/06 [16:15]

언문이나 획이 활달한 달필인데 첫머리에는 겉봉에 쓰듯 “송도부 수형리 족견”이라고 쓰고 사연은 마치 하인을 꾸짖는 상전의 방약무인한 어조였다.

“긴말 줄이노라. 이놈. 너희들도 사람이냐? 죄 없는 생사람을 잡아다가 화적당으로 몰아서 저 지경을 만들다니. 인축이란 말이 있지만 너희들의 행위는 개나 돼지도 부끄러워할 것이니라. 소위를 생각하면 당장 사람들을 거느리고 부중에 내려가 그런 짓에 작당한 놈들을 일일이 색출하여 육탕을 쳐죽일 것이로되, 근본을 따져보면 이 일이 모두 나로 해서 생긴 것이라 결자가 해지라는 리치대로 내가 자수하여 애매한 주검을 구하기로 결심하였노라. 이 편지를 읽는 즉시로 아문에 들어가서 류수한테 내 의향을 전하고 괴똥이를 래일 낮 오시까지 집으로 돌려보내도록 하라. 그가 집에 들어서는 그 시각에 내 스스로 아문에 들어가 자수하겠노라. 만일 관가에서 내 뜻을 받아들이지 않아 괴똥이가 애매한 죽음을 당하거나, 내 뜻을 받아들이는 척했다가 내가 자수한 다음에 궤술을 쓰는 경우에는 비록 내가 관가의 손에 있다고 해도 산에 남아 있는 일당이 그대들을 가혹하게 정벌할 것이니 관가에서는 신중하게 자량처지하도록 하라.”

글 마지막 끝에는 관인을 찍듯이 한문으로 놈자자가 별로 서툴지 않은 글씨로 씌여 져 있었다.

희열이는 편지의 내용이 너무나도 희한이고 믿어지지 않는 것이여서 거퍼 두 번을 읽고도 세 번째는 말마디의 어조와 무게와 색갈까지 따져가며 찬찬히 훑어보았다. 이 글발의 내용이 정말일가. 참으로 이렇게만 된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그는 편지를 손에서 내려놓으며 다급히 수교한테 분부를 내렸다.

“너 이제 곧 군관청으루 나가서 괴똥이를 아문의 옥으루 옮겨라. 옮긴 다음에는 옥사쟁이한테만 맡겨놓지 말구 네가 직접 건장한 장교들을 데리구 그놈을 지켜라. 그리구 래일 아침 포청것들이 알구 혹시 까닭을 물으면 덮어 놓구 나한테 다 떠밀어라. 알겠느냐?…래일 오시쯤 내가 다시 령을 내릴 테니 그리 알구 기다려라.

수교가 설설 기여 나가지 희열은 놈이의 편지를 다시 손에 집어 들고 초불 앞으로 다가앉았다. 그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복을 타구난 사람한테는 수탉두 알을 낳아준다구 그랬겠다?)

그러고 보면 희열이 자기는 틀림없이 복을 타고난 사람이였다. 타고난 복을 귀신도 못 물어간다고들 그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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