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299)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18/11/29 [14:20]

[황진이] 달빛 속에 촉혼은 운다

두견새울음 구슬픈데 산에 달은 나직이 걸렸더라 (299)

통일신문 | 입력 : 2018/11/29 [14:20]

“밖에 누구냐?”

선잠을 깬 통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또께옵서 주무시더라두 꼭 깨워서 아뢰여야 할 만큼 긴한 일이생겼노라구 방금 수형리가 내야에 들었소이다.”

“음…수형리가?”

이번에는 수형리 당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또께 꼭 조용히 아뢰여야 할 비밀한 일이올습니다.”

“비밀한 일?…조금 기다려라. 가만…곧 방안에 초불을 들이라구 일러라.”

오동지섣달 추운 밤에도 꼭 벌거벗고야 자리에 드는 습관을 가진 희열은 어둠속에서 주섬주섬 옷을 찾아 입으며 왼새끼를 꼬았다.

(언젠가는 저놈이 호장하구 리방이 죽은 소식을 가지고 새벽에 내아루 달려들었겠다 오늘 밤엔 또 왜 번거롭게 구노? 죽었던 호장하구 리방이 다시 살아났을 리가 만무고…가만, 괴똥이란 놈이 갑자기 간에서 절명을 한 게 아니야? 그렇게만 됐으면 기왕지사 작정해버린 일이니 한결 품이 덜릴텐데…아니야, 그게 무슨 한밤중에 나를 깨울 만큼 급한 소식이구 비밀한 내용일꼬?)

수형리는 방안에 썰썰 기여 들어와서 부복하듯 엎드렸다.

“편히 앉아라.”

하는 희열이의 말을 듣고도 두 팔을 짚고 엎드린 채 고개를 쳐들지 못하는데 그런 불편한 자세로 부시럭 부시럭거리더니 품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여 앞에 내놓았다.

“그게 뭐냐?”

“바루 보리밥 두어 솥 짓기 전이 올습니다. 소인이 기거하는 방 뒤창이 골목 쪽에 나 있사온데 잠결에 듣자니 누가 잠긴 뒤창을 자꾸 잡아당기는구먼입쇼. 누구냐고 소리를 버럭 내질러습죠. 대답은 없구. 누군지 돌맹이루 창살을 부시구는 이 편지를 방안에 내던지구 달아났사옵니다.”

“그래서?”

“불을 켜구 들여다보니 화적 괴수 놈이가 소인한테 보낸 글발이온데…”

“뭐…뭐? 놈이란 놈이 너한테 보낸 글발이야?”

“그러하오나 사연이 하도 망유기극하와 사또께서 이 글발을 감쪼시게 하옵기가 황송하온데…어찌하오리까?”

“일 없다. 어서 보자.”

희열이가 수형리가 몸을 움직이기 전에 자기가 먼저 제상 앞에 엎어지듯 하며 종이장을 덮쳐 들고는 얼른 초불 쪽으로 돌아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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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수 연풍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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