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탈북 소년의 편지

통일정보신문 | 기사입력 2002/01/28 [18:20]

어느 탈북 소년의 편지

통일정보신문 | 입력 : 2002/01/28 [18:20]
김정일 장군께 올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장군님, 인민들의 세기적 소망인 “이밥에 고깃국 먹는 문제”를 해결하시느라 수고하십니다.
저는 1999년 10월 20일 탈북한 이름 없는 한 소년입니다.
북조선에서는 배고파 굶어죽을지언정 장군님께 그 심정 아뢸 수 없었지만, 중국이라는 광활한 대륙, 그래도 조금 자유가 있는 땅에 오고 보니 장군님의 한 식솔처럼 마음 터놓고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북조선을 등지고 두만강을 넘을 때는 한 조각의 빵을 구하여 오직 굶주림을 면할 생각뿐이었습니다. 중국 땅은 생각대로 먹을 것 입을 것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뒤늦게 나마 개혁을 했지만, 옥수수밥 한 덩이 없어서 길가에 쓰러져 가는 우리 인민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설자리는 단 한치도 없었습니다.
북조선사람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개, 돼지 같은 짐승 취급을 받아야 합니다. 중국 경찰들의 추격으로 2층집에서 떨어져 다리를 절단해야 했으며, 지금도 공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장군님은 자기 자식들이 이국의 땅에서 이런 수치와 모욕을 당할 때 분하지도 않습니까
배고파 두만강을 넘은 것이 죄가 된다면, 사회주의를 건설하신 김일성 장군님은 “배고픈 것과는 타협하지 못합니다.”라고 하셨는데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장군님은 세투리(씀바귀) 떡을 먹어 보셨습니까?
장군님도 백성들과 같은 처지에 있었더라면 아마 제일 먼저 탈북했을 것입니다.
장군님이 이밥에 고깃국을 드실 때, 외국산 고급술을 마실 때, 만백성은 ‘고난의 행군’이 끝나기 만을 고대했으나 헛된 망상이었습니다.
장군님, 제가 버릇없이 아무소리나 막 지껄여댄다고 노여워하지 마시고 아드님이 하는 소리로 생각하시면 인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것도 자유의 덕입니다.자유라는 것은 썩고 병든 것 같지만 이렇게 장군님과 대화도 나눌 수 있게 합니다.
장군님은 2000만 조선사람의 피땀 위에 서 계신다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 속엔 나의 피땀도 스며있습니다.
장군님은 반세기 동안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위하여 힘차게 달렸지만 남은 것이 무엇입니까? 장군님에게 원한 품고 죽어간 수많은 영혼을 낳게 했고, 아버지를 버리고 달아나는 불효자식을 낳게 했습니다.
장군님은 조선인민을 식인종으로 만드실 작정이십니까? 저는 인육이 돼지고기로 가장되어 팔리는 그 땅이 무섭습니다. 전세계가 이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장군님은 탈북하도록 조건을 만들어주시고 또다시 잡아들이니, 저는 죽어서나 장군님 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조선이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더라면 배고픈 고생이란 몰랐을 것이며 피눈물 나는 타향살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군님 덕분에 세상구경 할 수 있었고 암흑의 땅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장군님 북한을 개혁, 개방하여 인민들의 살길을 열어 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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