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역발상 해법

2022-10-20     유판덕 (사)한국평화협력연구원 사무총장

<유판덕 (사)한국평화협력연구원 사무총장>

북한이 10월 6일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다. 9월 25일 이후 12일 만에 6차례 도발이다. 미사일 도발은 핵무력 고도화를 의미한다. 지난 9월 8일 발표한 ‘핵무력정책 법령’ 제2조에 핵탄두와 운반수단(미사일)을 핵무력의 구성 요소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두 가지 중요한 ‘혁명과업’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로 “공화국 무장력을 더더욱 불패하게 만드는 것은 공화국 정부 앞에 나선 제1 혁명과업”으로 내세웠다. 이번 연이은 미사일 도발은 그들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첫 번째 혁명과업(핵무력 고도화) 수행의 하나일 것으로 짐작된다.

 

김정은 의도와 전략적 시간표대로 수행

제1 혁명과업은 김정은 정권과 국체를 동일시하는 체제하에서 그 누구의 제재나 간섭과 무관하게 김정은의 의도와 전략적 시간표대로 수행되고 있다. 따라서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김정은의 말처럼 현재로선 그 누구와 어떤 국가도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는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해결책을 역발상(逆發想)하여 김정은이 제시한 “식량문제, 인민소비품 문제를 비롯한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한 절실한 문제들을 원만히 푸는 것은 공화국정부 앞에 나선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에서 찾아보자. 여기서 우리는 김정은과 북한 핵심지도부에게 북한 주민의 ‘민생고 해결 문제’가 ‘핵무력 고도화’란 ‘제1 혁명과업’에 못지않은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이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과제 해결에는 상당한 자원과 재원이 투입되는 상반된 과제다. 핵무기 불포기와 고도화 기조 유지는 민생고 해결을 더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자원·재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이 딜레마를 공략하자는 것이 필자 생각의 핵심이다.

현재 북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3.3%(2006~2016년간 평균)를 핵무기 고도화에 쏟아붓고 있다. 김정은도 연설에서 ‘핵무력’이 “우리 인민들과 아이들이 허리띠를 더 조이고 배를 더 곯아야 하였고, 귀중한 우리의 가정들에 엄청난 생활난을 초래”한 결과물이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제8차 당대회 회기 기간이 종료되는 2025년 말까지 핵무력 고도화와 함께 민생고 해결을 “인민들의 피부에 직접 가닿는 실질적 결과물”로 만들어 낼 것을 강조했다.

자력갱생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자원·재원 조달능력으로는 이 두 과제 해결에 있어서 가시적 성과를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핵무력 고도화’에 더 많은 자원·재원을 쏟아 붓게 하여 주민들의 민생고를 악화시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인민들의 저항력’을 더 높이고 체제 지탱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로써 김정은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멈추게 하자는 것이다.

 

‘강대강’ 전략,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

이 공략법은 매우 간단하다. 현재의 국제제재 하에서 압도적인 한국 경제력과 한미연합전력을 이용해 북한이 전유물로 생각하는 ‘강대강’ 전략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시에는 예외 없이 비례원칙에 따라 동일한 수의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번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한미연합군도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지만, 북한 도발 직후 틈을 주지 않고 즉각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하여 위력과 성능이 북한 미사일을 압도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와 함께 미사일 요격 장면 등을 공개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강대강’ 대응은 북한의 전체 자원·재원의 빠른 소진을 유도할 것이고, 이는 ‘인민경제’ 회생 역량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대응 체계가 일정 기간 일관되게 적용된다면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에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핵무기 불포기와 고도화 기조’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단초 역시 김정은 시정연설 한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김정은은 “우리 인민은 미제국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제재 압박, 군사적 위협에 못 이겨 잘못된 선택으로 비극적인 마감을 맞은 20세기, 21세기의 수많은 사건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수많은 사건’은 미국과의 군비경쟁을 통해 내부적으로 붕괴한 구소련과 동구공산권 국가들, 그리고 독재자 카다피와 사담 후세인의 최후를 예로 든 듯하다. 김정은은 이 ‘비극적 마감’이 궁극적으로 ‘미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도한 군비경쟁으로 인한 자체 붕괴와 장기 독재로 인해 몰락을 자초한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이런 실체적 사실을 북한 실정에 대입시켜 언제 깨닫는가이며, 김정은은 ‘인민들의 그 깨닫는 시점’을 가장 두려워할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9월 제14기 제5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현 시기 가장 중요하고 사활적인 혁명과업은 인민생활을 안정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시간이 과연 누구의 편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는 “우리 인민에게 들씌워지는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는데 정비례하여 그들(한미)이 부닥치게 될 안보위협도 정비례하게 증대되고 있다”고 했다. 과연 시간은 누구 편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