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광장] 北 민주화는 장마당에서 싹트고 있다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8/05 [17:01]

[통일 광장] 北 민주화는 장마당에서 싹트고 있다

통일신문 | 입력 : 2020/08/05 [17:01]

 <장세호 수필가, 민주평통 강원도 협의회장>

 

지난 달 북한을 다녀온 미국대학의 교수와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교수는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북한의 변화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장마당 풍경이라고 했다. 2009년만 해도 장마당 실태를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2년 사이에 장마당의 규모나 기능이 비약적으로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아직은 북한의 장마당이 남한재래시장보다 훨씬 열악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북한 경제구조에서 보면 획기적 규모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은 장마당의 기능이 팽창되는 것에 무척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에 대한 배급이 중단됨에 따라 장마당이 날로 번창하고 있어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의식문제를 장마당에서 해결하고 있어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2년 반 동안 평양에서 영국대사로 근무했던 존 에버드씨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 강연을 통해 북한 장마당의 규모가 점점 커지로 있으며 특히 북한에 지원된 쌀이 장마당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북한 장마당에서 대한민국이나 WFP(세계식량계획)이라고 적힌 자루에 들어있는 쌀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이는 우리정부나 국제구호단체에서 지원한 식량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그동안 북한이 지원된 식량의 일부가 권력자들 손에 들어갔다가 장마당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권력층들이 주민들의 굶주림까지 악용해 이중의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특히 우리가 북한 장마당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장마당에서 북한의 민주화가 싹트고 있다는 점이다.

에버드씨도 증언했지만 북한장마당이 외부세계의 소식을 전파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장마당에서는 중국제품은 물론 라면, 청바지 등 남한상품이 팔리고 있으며 또한 최고의 명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남한이 잘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또한 동경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마당은 무엇보다 주민들이 새로운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있다. 장마당에서 공개처형 등 내부소식과 중국보따리 상인들로부터 전해들은 외부소식 등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과거 북한 전역의 소식이 알려지는데 보통 한 달 이상 걸렸던 것이 요즘은 3, 4일이면 알려지고 있어 장마당이 명실상부한 정보복덕방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장마당의 정보매체로 북한주민들은 이집트 시민혁명의 실태도 이미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장마당의 정보유통 파장이 정권유지에 위험이 되고 있지만 폐쇄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배급체제가 붕괴된 상황에서 장마당을 폐쇄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91월 화폐개혁이후 장마당을 폐쇄조치했다가 화폐개혁 실패로 5개월 만에 다시 전면 허용했다. 이후 장마당이 주민들의 생존의 터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됨으로써 북한은 정권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특히 김정은 3대 세습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이 조직화되는 경향이 깊어지고 있어 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가정 두려워하는 민주화가 장마당에서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무엇보다 과감한 사회주의 민주화로 나가야 한다. 북한정부가 주민들의 의식주에 생존권을 보장해 주고 노력하는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이 개혁, 개방을 통한 민주화는 생존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도배방지 이미지

정방산성의 봄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