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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북한에서의 ‘건축’은 무엇인가?
 
통일신문 기사입력  2020/07/01 [16:02]

<이종석 이가ACM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2020616일 북한은 개성공업지구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한순간에 폭파해 버렸다. 613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지 사흘 만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 폭파 영상을 접하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직했다. 그들의 분노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기에도 매우 충격적이다. 멀쩡한 건물이 폭파되는 것은 전쟁 중이거나 건물의 기능이나 수명을 다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드문 일이다.

기존 건물을 철거해야 할 경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는 투자된 비용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된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유산 중에서 건축만큼 위대한 것이 더 있을까?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건축에는 어떠한 역사적 기록보다도 정확하고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건축은 그 시대의 문화, 역사, 종교, 정치, 예술, 과학, 기술 등...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활까지도 기록한다.

이러한 위대함을 어떻게 알았는지 역사적으로 수많은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이 건축을 이용해 왔다. 당대에 위대한 건축물을 지음으로써 자신의 능력과 위대함도 함께 새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북한 역시 그러한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해 왔다. 김정일의 경우 과거 전후 복구사업을 빌미로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는데 건축을 이용했으며, 그 덕분에 자신의 부친으로부터 확실한 신임을 얻음과 동시에 주변으로부터 후계자로서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또한 1991년에는 주체건축을 앞세운 건축예술론을 발표함으로써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부친이 해온 것처럼 건축을 이용한 정치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는 2012창전거리2013은하과학자거리’, 그리고 2015년엔 미래과학자거리에 이어 여명거리를 조성하며 근래에 볼 수 없었던 초고층 건물을 건설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건축행위가 인민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한 것 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건설과정에서 너무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70층의 초고층 아파트 골조공사를 74일 만에 끝마쳤다고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 무슨 목적으로 건축을 하는지 의문스럽다. 겉으로는 인민들을 위한 사업이라고 하지만 건축의 본질과는 완전 동떨어진 행위인 것이다.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남한 역시 3월에 접어들자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은 접경지역을 일찍이 폐쇄함으로써 안전하다고는 했지만 방역능력과 의료수준을 감안할 때 긴장감은 남한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317일 평양의 중심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주관행사로 평양종합병원기공식이 거행되었다.

당시 북한의 상황을 이렇게 추측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유엔제재는 북한의 경제 상황을 매우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갔다. 특히 작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해 우리정부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채 김정은 위원장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국경폐쇄조치는 그나마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던 북중 간의 교역마저 단절된 상황을 맞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북한 전역을 휩쓸기라도 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경우 김정은이 받게 될 정치적 타격은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위기에 처했을 때 나는 인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남조선보다도 큰 병원을 건설했다고 하면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평양종합병원의 착공을 서두르게 된 것이 아닐까?

평양종합병원은 남한에서 제일 큰 종합병원의 규모에 맞추어 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20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맞추어 완공할 것을 요구받게 됨에 따라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건설되고 있지만 종합병원의 기능을 갖출 수 있는 시간적 조건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렇다 보니 첨단 의료장비와 지원 설비를 갖추지 못한 채 개원을 할 경우 본래 취지에 맞는 병원기능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 또한 건축의 본질과 다른 목적의 건축행위에서 비롯된 문제임이 틀림없다.

지난 616일 남북교류의 상징과도 같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그동안 북한이 어떤 목적에서 건축행위를 해왔는지를 또 다른 측면에서 보여준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 건축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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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01 [16:02]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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