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에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해야”

[인터뷰]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윤상현 위원장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5/13 [16:16]

“북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에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해야”

[인터뷰]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윤상현 위원장

통일신문 | 입력 : 2020/05/13 [16:16]

한반도에서 4월은 초조와 불안의 한 달이었다.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15)을 맞아 번번이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하던 북한이 엉뚱한데서 세상 사람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411일 이후 언론에서 완전 모습을 감춘 김정은이다.

남한은 물론 온 세상이 김정은 찾기에 열을 올렸다. 자고 나면 곳곳에서 김정은 관련 추정뉴스가 쏟아졌는데 대부분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북한정보는 어디서 확인을 할 수 없다는 특수성도 분명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각에서는 그깟 가난한 나라의 최고지도자 동정이 뭐 그렇게 관심일까?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렇지 않다. 독재자인 김정은에게는 7천만 민족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핵단추가 쥐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한 인물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대한민국의 여러 기관 중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있다. 북한 김정은의 동향과 탈북국회의원 당선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위해 국회에서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났다.

김정은의 20일간 잠행 어떻게 보나?

 

시작은 김정은의 태양절 참배 불참이고 끝은 비료공장 깜짝 등장이다. 그 사이에 김정은은 없었다. 세계 언론이 흔들렸고 우리는 북한 특유의 선전전술을 보았다. 정보가 완전 통제되는 전체주의 왕조체제는 이렇게 최고 권력자의 동정을 일정기간 감추는 수법으로 외부세계의 주목을 끌면서 자신의 입지강화에 이용한다.

20일간 잠행으로 김정은은 적어도 코로나 사태 수습에 빠져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전 세계 언론 앞에서 직접 김정은에 대한 브리핑을 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남한과 세계가 또 북한에 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본다. 김정은이란 최고 권력이 언제든 갑작스레 진공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한 기회였다. 53CNN은 보도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불가사의한 부재는 북한의 미래계획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을 떠오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질문들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이런 북한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져있다.

 

김정은의 부재에 세계 언론들 흔들려

최고 권력자의 동정 일정기간 감추는

수법으로 외부세계의 주목을 끌면서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이끄는데 성공

 

김정은 신변 이상설에 대한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나?

의심할 명분이 충분했다. 김정은은 4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후 사라졌다. 415일 김일성 생일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집권한 이후 처음이었고 그만큼 특이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그 무렵인 20, ‘데일리NK’김정은이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의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향산특각에서 치료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음날 CNN김정은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고 타전하면서 중태설로 번졌다. 주요 외신들의 후속보도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북한은 조용하지 않았는가.

세계가 떠드는 자신들의 최고지도자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기는커녕 침묵했다. 외신에서 김정은의 후계자가 누구일지를 예상하는 보도까지 나와도 말이다. 김정은이 51일 평양 인근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는 북한의 보도는 2일에 나왔다. 북한정권은 내부에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번지는 것 자체가 극히 위험함으로 더 이상 침묵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외신서 후계자 누구일지 예상 보도에도

최고지도자 이상설 잠재우기는커녕 침묵

5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

2일 보도사실이든 아니든 건강 이상설

자체가 위험함으로 침묵유지 어려웠을 것

 

탈북국회의원 태영호 당선자는 김정은이 혼자 앉거나 서지 못한다고 했고, 지성호 당선자는 김정은은 이미 죽었다. 99% 장담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나?

북한은 정보유통이 철저히 금지된 폐쇄적인 사회다. 김정은에 대한 소식도 허락되고 정해진 것만 전해진다. 이런 닫힌사회, 봉쇄된 집단에 대해 그곳에서 살다온 두 당선자가 여러 질문에 의견을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추론이 빗나갔다고 해서 의견제시 자체를 호도해선 안 된다. 더욱이 당시 김정은의 행적이 사라지면서 각국 정보기관들조차 혼란에 빠졌었다. 그래서 추정도 필요하고 검증도 필요한 것이다. 우리사회는 생각을 검열 받는 곳이 아니다.

집권세력과 청와대의 두 당선자 비난이 거세던데.

여권의 거센 인신공격은 일방적인 배척이고 배제이다. 이것이 어떻게 거짓 선전이고 선동인가? 이것이 어떻게 관종(관심종자)’이고 심각한 안보상 위해인가? 동의할 수 없는 부당한 비난이고 매도이다.

지켜야할 선과 도를 넘었다. 두 당선자는 엄밀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 국회의원이 된 분들이다. 어떤 이유로도 그런 정치적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고 차별을 해서도 안 된다.

외통위원장이 보는 두 탈북국회의원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와 지성호 탈북인권운동가는 야만적인 김정은 독재체제에 등을 돌리고 자유민주주의를 택해 사선을 넘어온 용감한 분들이다. 두 사람은 그동안 국제사회에 북한의 참상을 적극 알리면서 북한 김정은 전체주의 체제에 맞서 싸워왔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음을 이번 총선에서 증명하였다.

2012년 조명철 의원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 2명의 탈북민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힘을 입증하는 사변이다. 자유의 힘은 포용과 관용에서 나오는 것이지 배척해서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한 여당 의원의 발언은 어떻게 보나?

지난 54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두 분(태영호·지성호)이 국회 국방위정보위에 절대 들어가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언어도단이다. 두 탈북국회의원 당선자가 21대 국회에서 어떤 상임위를 선택하든 그것은 그들의 뜻이고 판단이다. 여권에서 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심지어 어디서 배제시키라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월권행위이고 배타적 강압이다.

더 자세히 말해 우리 국회가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신뢰하고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수호한다면 두 당선자에 대한 정보접근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정치적 배제를 걱정해야 한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탈북 국회의원은 35천 탈북민과 동시에 25백만 북한주민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북한주민들은 그 두 사람을 보면서 자유민주주의 통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거대 공룡이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거대 여당은 독단적 발상과 강압적 행태를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북한군이 4일 한국군GP에 총격도발 했다.

명백한 남북한 군사합의 위반이다. 북한군의 14.5기관총탄이 4발이나 국군GP에 정확히 명중됐다. 그걸 오발이라는 합참의 설명은 황당하다. 아군GP에 대한 조준사격은 김정은의 정치메시지다. 나는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니 나와 핵협상을 하려면 더 큰 값을 지불하라. 그것을 위해 나는 113일 미국 대통령 선거 때까지 도발수위를 계속 높여나갈 것이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빠지라는 메시지다.

 

한국군GP 총격도발은 남북한 군사합의 위반

14.5기관총탄이 4발이나 국군GP에 명중

아군GP에 대한 조준사격은 북의 정치메시지

오발이라는 변명은 도발기도 막을 수 없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 도발이다.

그렇다. 북한군의 비무장지대에서 국군GP 총격도발은 201410월 이후 처음이며 9·19 남북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그 합의가 유요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날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같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 정부가 동부전선에서 남북철도를 연결한다며 들떠있을 때 북한은 중부전선에서 총성을 울렸다. 방심하면 당한다. 북한군의 오발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변명을 자청하는 지금의 작태로는 북한의 도발기도를 막을 수 없다.

북한주민들의 가난함이 계속될 것 같다.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겠나. 김정은 정권에서 시종일관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가 끊이지 않는데 주민들이 어떻게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인구 2천만인데 100만이라는 군대를 갖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 5천만 인구에 60만 장병이다. 그리고 북한정권의 국책사업이나 마찬가지인 김일성·김정일 동상건립이고 수령우상화 시설(사적관, 기념관 등) 건립도 계속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해준다면.

지난해 말, 일본해안경비대 자료를 인용한 일본의 요미우리신문보도에 따르면, 2019년 동해상에서 발견된 북한 소유로 추정되는 반파된 목선이 무려 150척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런 반파 목선들은 2015년부터 일본으로 대량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으며 일부 어선에서는 승조원들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북한 당국이 부족한 외화금고를 채우기 위해 주민들을 바다로 비참하게 몰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어부들에게 무리하게 조업을 강요하는 이유는 더 많은 해산물을 얻어 외화로 바꾸려는 것이다. 그 외화는 김정은 금고에 들어간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시진핑 중국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20183월부터 1년 반 동안 정상회담을 무려 5차례 했다. 중국은 북한의 정치적 후견인이 되었고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외화조달 루트도 뚫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국인들의 대규모 북한관광이다. 북한에 들어가는 중국관광객을 크게 증가시켜 김정은의 돈줄을 확보해준 것이다. 건설 중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양덕온천문화휴양지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중 관계는 낙관적으로 보지만 국가 간의 외교는 항상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김정은도 중국이 언제든 그 줄을 회수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중국은 외국을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 수를 풀거나 조이는 것을 타국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력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했을 때에도 그래왔다. 중국의 한국 관광 통제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으며 그로인한 피해는 꼭 한국만이 반대로 꼭 중국만이 본다고도 할 수 없다. 모두가 손해이다.

 

중국은 북한에 경제적 지원 아끼지 않아

외화조달 루트와 중국인들의 대규모관광

증가시켜 김정은의 돈줄을 확보해준 것

·중 관계는 낙관적으로 보지만 국가 간

외교는 항상 굴곡이 있기 마련중국이

언제든 그 줄 회수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보는가?

·중 관계만큼이나 북·러 관계도 매우 탄탄하다. 지난 20194월에 있은 김정은의 첫 공식적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극진한 대접을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동맹을 넘어 혈맹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평양 최중심지인 중구역 서문동에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있는데 이는 모란봉구역 전우동에 있는 주북 중국대사관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고 있다.

UN안보리 대북제재에 의해 세계 각국에 있는 북한근로자는 작년 1222일까지 북한으로 송환됐어야 한다. 하지만 여러 외신들에 의하면 러시아에서 북한 식당들이 계속 영업을 하고 있으며 북한 근로자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러시아 당국이 UN의 대북제재를 적극 이행하지 않는 한 북한은 제재의 빈틈을 얼마든지 찾아낸다.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중요한 정치 및 경제적 변수를 제공하는 영향력을 가지기에는 관계의 폭과 깊이가 아직 부족하다.

자신을 소개해준다면.

1962년 충청남도 청양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외교학 석사,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 초빙조교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조교수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인천남구을에서 연이어 당선되어 3, 이번 21대 총선까지 당선된 4선 의원이다. 현재 제20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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