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들, 통일사회에 귀중한 인재…국민 애정과 관심 필요”

[인터뷰] 탈북청소년들의 요람 ‘남북사랑학교’ 심양섭 교장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4/01 [14:34]

“탈북청소년들, 통일사회에 귀중한 인재…국민 애정과 관심 필요”

[인터뷰] 탈북청소년들의 요람 ‘남북사랑학교’ 심양섭 교장

통일신문 | 입력 : 2020/04/01 [14:34]

 

19458월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장장 75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25년이 지나면 한 세기의 세월이 되어온다. 동질성에서 이질성이 많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단은 우리에게 무서운 현실을 가져 왔다.

분단 100년 이후에 될지, 아니면 그 이전에 될지, 그 시점은 모르나 7천만 민족의 간절한 염원은 이제나 저제나 통일이다. 영토와 민족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주체는 바로 사람이며 그 주요세력은 젊은 사람들인 미래의 주인공들이다.

대한민국이 시종일관 주장하는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이다. 그 실현의 방법은 다양하며 가령 뜻밖에 기적처럼 올수도 있다는 점이다. 누가 뭐라도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온 탈북청소년들은 통일에 크게 기여할 존재들이다.

남과 북을 모두 경험한 그들이야말로 통일을 준비하는 다음세대의 최고 주인공으로서 대한민국이 소중히 키우고 보존해야 할 귀중한 인재들이다. 서울 구로구에 소재한 남북사랑학교를 찾아 심양섭 교장을 만났다.

 

- ‘남북사랑학교를 소개해준다면.

북한을 탈출하여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온 탈북청소년들과 어머니는 탈북자, 아버지는 중국인으로 중국에서 출생한 중도입국 탈북민 자녀들을 가르치는 학교이다. 참고로 탈북민 41%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조기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학업을 돕고 진로를 열어주기 위해 세워진 학교이다.

우리 남북사랑학교20165월에 설립되었고 20176월에 2대 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9명의 학생들이 있었고 모두 탈북청소년이었다. 이후로 제3(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 출생 중도입국 탈북민자녀들이 늘어났다.

 

- 학생들 구성은 어떻게 되었나.

현재 남북사랑학교재적학생은 34명이고 매일 출석학생은 29명이다. 초졸 검정고시반 9, 중졸 검정고시반 6, 고졸 검정고시반 11, 한국어반 4명이다. 고졸학력 보유자인 취업 및 대입반 4명이다. 상근 교사는 교장인 나를 포함해 7, 사감과 회계가 각각 1명이다. 이 외에 자원봉사자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있다.

 

- 학교의 교육방침은 무엇인가.

북한에서 그리고 탈북과정에서 혹은 중국에서 학업시기를 놓친 탈북청소년과 탈북민자녀들에게 맞춤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한국 사회 정착을 돕고 탈북과정의 심리적, 정서적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잘 가르치는 학교를 목표로 탈북청소년들의 중졸·고졸 검정고시 대비, 대학수학능력 향상 및 제3(엄마가 탈북민인 경우)출생의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한국어 집중교육에 초점을 맞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남북사랑학교20165월에 설립 돼

172대 교장 취임 당시 탈북학생 9

이후 제3국 출생 중도입국 학생들 늘어나

 

현재 재적학생 34... 매일 출석은 29

··고 검정고시 한국어 대입반 등 구성

한국어 집중교육에 초점을 맞춰 교육진행

 

- 남북사랑학교 4대 교육목표가 있던데.

우리 남북사랑학교는 탈북청소년과 탈북민자녀들을 전인교육을 통하여 인성과 지성, 창의성, 체력을 겸비한 통일시대의 준비된 일군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일시대 각 분야의 직업기술인으로 성장시키는 지적 영역, 건강한 체력을 지닌 인재로 육성하는 신체적 영역, 이웃을 배려하는 밝은 사회인으로서 실천적인 삶을 선도하는 사회 정서적 영역, 음악·미술·독서 등을 통한 창의성 영역 등이다.

 

-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되었나.

우선 학생과 선생(자원봉사자 선생 포함) 1:1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있다. 여기에는 한국어반, 검정고시반(··), 대입 및 예비 대학생반, 방과 후 및 기숙사 수업이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말에도 기숙사에 남아 있는 학생들도 다소 있다. 또한 북한 출생, 3국 출생 학생들을 위한 통합교육이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탈북청소년 및 탈북민자녀 학생들을 위한 전문적 교육에서 북한, 남한, 중국의 문화 이해를 기본적인 바탕으로 하여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진로직업 탐색을 위한 직·간접 체험교육과 진학지도 컨설팅 등이 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심리상담, 진학·진로 상담, 진로교육 등이 있다. 수행평가를 통한 자기주도 학습에는 음악, 미술, 체육, 컴퓨터, 중국어 수업도 있다. 방과 후 특기적성 수업에는 피아노, 기타, 밴드, 댄스 등이 있으며 독서 및 글쓰기도 적극 권장한다. 학사일정은 1학기(2~7), 여름방학(8), 2학기(9~12), 겨울방학(1)으로 되어 있다.

 

전인교육 통해 인성과 지성, 창의성, 체력

겸비한 통일시대 준비된 일군 양성을 목표

방과 후 수업에는 기타, 밴드, 댄스, 피아노

독서 및 글쓰기 권장...진로직업 탐색 위한

·간접 체험교육·진학지도 컨설팅 등 진행

 

- 학교의 특별한 자랑은 뭔가.

우리 학교는 한국어 잘 가르치는 학교로 크게 소문이 나있다. 탈북민 청소년들 중에는 제3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적지 않다. 엄마가 탈북민이니 엄마 따라 한국으로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국에서 태어난 10대 초반이나 중후반이다.

이들에게 한국어학습을 집중적으로 시키는 것은 우리 학교의 특성이다. 작년 한국어능력시험(토픽)에서 최고등급인 6급이 1명 나왔다. 정말로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또한 5급과 4급이 각각 2, 3급이 1, 2급이 8명 나왔다.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엄마한데 북한을 배울 수 있고, 본인이 태어난 중국을 배웠고, 이후 남한에 왔다. 남북한과 중국을 다 아는 존재로 분명 통일시대에 귀한 존재들이다. 중국은 경제발전의 무진장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나라다. 앞으로는 2개 이상의 외국어 구사는 필수인데 탈북민자녀들은 자연스럽게 특성을 타고 났다. 작년에 있은 중국어능력시험에서 15명이 6급에 합격했고 3명이 5급을 취득했다.

 

- 청소년들의 탈선행위는 없나?

늘 걱정인 문제 중의 하나다. 탈북민자녀는 대부분 중국에서 나서 자란 아이들이다. 우리의 일상에 흔한 보이스피싱’(공공기관을 사칭하며 사기 전화로 고객을 돈을 갈취하는 방법)에는 중국어에 능통한 젊은이들이 많이 가담된다.

몸통은 중국에 있고 한국에 있는 중국동포들을 유혹하여 악용한다. 한국에 있는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범죄를 꾸미기도 한다. 우리 선생들이 눈을 크게 뜨고 아이들이 그런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주며 선도하고 있다.

 

한국어 잘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 나 있어

청소년 중 제3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많아

한국어학습 집중 시키는 것은 학교 특성으로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최고등급인 6급도 나와

 

- 탈북민자녀들의 특성이 있다면.

탈북민 80%는 여성이다. 이 중에 60% 이상이 중국에서 원치 않는 결혼을 하여 자식이 생겼고 대부분 그 자식을 한국에 데려오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에서 결혼했던 남성들 과반이 생활력도 좋지 않고 문화적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결혼한 남편을 데려온 사례는 10명 중에 1명 정도이다. 많은 탈북여성들이 남한에 와서 다시 결혼이나 동거를 하는데 그 속에서 사는 중국 태생 아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탈북자녀들을 교육시키는 데서 상담교육도 중요하다. 그런 가정문제를 혼자 마음에 품고 괴로워하면 학업은 물론 본인 생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생활상담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건실한 도덕과 가정관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왕이면 새 부모님의 새로운 출발을 긍정적으로 보도록 말이다.

 

- 최근 있었던 활동은 어떤 것인가.

지난 2018년 가을 25명의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경주로 현장실습을 다녀왔다. 천년 고도로 신라유적뿐 아니라 경주세계문화 엑스포공원 등이 있는 그 곳에서 한국의 역사유적을 잘 공부하고 왔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20196월에는 포항제철, 현대자동차 등 산업현장으로 시찰을 다녀왔다. 교사 10명이 30명의 학생들과 함께 하였다. 탈북청소년과 함께 하는 산업시찰 및 대학탐방 프로그램의 주제로 울산대학교와 한동대학교도 방문하였다.

 

- 학생들의 반응이 어떠했나.

울산대학교를 찾아 현대적인 학교시설 탐방과 함께 대학설립자인 고 정주영 현대회장의 창업정신,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크게 감동하는 것을 보았다. 고 정주영 회장이 북한사람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았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한국 산업 발전의 현장을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사뭇 달랐던 것도 특징이다. 대학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비전을 보다 구체화 할 수 있었다.

 

경주세계문화 엑스포공원 등 유적지 방문

포항제철, 현대자동차 등 산업현장도 시찰

교사 10명이 30명의 학생들과 함께 견학

한국 산업 발전의 현장을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사뭇 달랐던 것 특징...대학 견학

프로그램 통해 학생들 비전 보다 구체화

 

- 3회 졸업식이 있었던데.

지난 214일 우리 학교와 같은 건물에 있는 열방샘교회(담임목사 이빌립)에서 개최하였다. 많은 분들이 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셨다. 12명의 졸업생은 국내 각 대학 진학과 취업을 통해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첫발을 디뎠다.

졸업생 중 3명은 신학대학교의 기독교교육과와 신학과에 진학했다. 이번 졸업식에는 1,000만원을 모금하여 졸업생들에게 도서, 문구, 꽃다발, 소정의 장학금을 선물하고 다과회와 기념수건 제작을 비롯한 행사경비로 사용했다.

 

- 유관사회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나.

학교를 졸업해서 사회로 나간 친구들의 소식을 종종 듣는다. 그 중에는 정말 한심한 소리도 있다. 이를테면 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일부 국민들의 몰상식한 태도이다. “일을 그 따위 식으로 밖에 못하겠어?” “북한에서 배운 것이 그게 다야?” 등 정말 듣기만 해도 분개할 정도의 막말을 아무런 의식 없이 내뱉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 사회로 나간 친구들 소식 들어

그 중 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일부 국민들

북한서 배운 것이 그게 다야등 듣기만 해도

몰상식한 태도에 울분과 함께 가슴 먹먹해져

 

 

정부가 북한, 통일, 탈북민에 대한 국민교육을

잘 못했다는 증거...우리 국민들은 말로만 통일

동포요, 정작 현실에서는 그와 거리가 먼 듯 해

 

-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거두절미하고 정부가 북한, 통일, 탈북민에 대한 대국민교육을 잘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은 말로만 통일이요, 동포요, 하지 정작 현실에서는 그와는 거리가 먼 모습도 없지 않아 있다. 3만 탈북민은 살아있는 작은 북한이 통일을 위해 우리 곁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통일도 잘 못하면서 어떻게 25백만 북한주민을 품는 통일을 하겠다는 건지 정말 답답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 올해 특별한 계획이 있다던데.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학생들의 안보교육에도 관심을 두려고 한다. 오는 6월을 전후해 유엔군묘지가 있는 부산에서부터 시작하여 평택(미군기지), 분단의 상징 판문점까지 안보투어를 할 예정이다. 전체 학생들과 함께 할 그 행사에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소중함을 배우는 현장학습으로 준비하겠다

 

장인어른이 강원도 안변 출신 실향민

그 영향인지 아내는 북한과 2천만 동포

사랑하는 마음 지녀...부부는 닮는다고

아름다운 병 자연스레 전염된 것 같아

 

- 자신을 소개해 달라.

196011월 경북·청송 태생이다. 1987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1999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행정학 석사, 외교안보 전공)했다. 2010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한국어 M.Div), 2017년 성결대학교 이민정책대학원을 졸업(행정학 석사)했다. 연구관심 분야는 사회운동, 이민정책, 북한, 통일, 탈북민 등이다.

1987년부터 9년간 경향신문(편집부)과 조선일보(정치부)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2002년 서울시장 직무 인수위원, 2011년 한국언론진흥재단 50년사 편찬위원, 2011년부터 현재 사단법인 남북사랑네트워크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북·청송 태생...연구관심 분야는 사회운동,

북한, 통일, 탈북민 등... 일간지 기자로 근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면 안 되는 것이 교육

대한민국에 들어 온 수천 명의 탈북청소년들

미래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

 

- 북한, 탈북민과 어떤 연고가 있나.

작고하신 장인어른이 강원도(북한) 안변 출신의 실향민이시었다. 그 영향인지 아내에게는 동토의 땅 북한과 2천만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이 한결같다. 부부는 닮는다고 그 아름다운 병이 내게도 자연스레 전염된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오래전부터 성실한 기독교신자이다. 2006년 경 신문에서 탈북청소년 정착 애로문제를 보면서 심각한 내일의 문제로 판단하여 탈북민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교육은 미래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정책이기에 백년대계라고 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안 되는 것이 교육이다. 대한민국에 들어 온 수천 명의 탈북청소년들은 미래 통일사회에 꼭 필요할 인재들이다. 우리 국민들이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보다 깊은 애정과 따뜻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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