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명물인 털게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북한낚시 탐방기] 황해도 사리원에서 열린 북한 전국낚시질애호가대회<1>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2/27 [11:52]

“원산 명물인 털게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북한낚시 탐방기] 황해도 사리원에서 열린 북한 전국낚시질애호가대회<1>

통일신문 | 입력 : 2020/02/27 [11:52]

뉴질랜드 교민으로 현지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 네이쳐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제임스 안 씨가 지난 919일부터 25일까지 78일간 북한에서 낚시여행을 다녔다.

황해북도 사리원시 경암호에서 열린 제17차 전국낚시질애호가대회를 참관한 그는 강원도 원산과 고성, 통천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오는 동안 명사십리, 해금강, 삼일포, 시중호 등에서 낚시를 즐기며 낚시인을 만났다.

제임스 안 씨의 북한낚시기행을 연재한다.

 아침 830, 평양호텔 앞에서 일행을 태운 승합차는 동쪽으로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렸다.

목적지인 원산까지는 200km라고 했다. 도로변에 줄지어 핀 코스모스가 잘 어울리는 날씨였다. 평양 시내를 벗어나자 완만한 야산이 이어졌고,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추수를 기다리는 들판 사이로 개울이 흘렸고, 마을 어귀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었다. 나는 명절을 맞아 부모 형제가 살고 있는 고향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마을 어귀에서 손짓하며 부를 것만 같았다.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향수가 되살아나는 풍경이었다.

 

입상자 위한 상품도 푸짐하게 준비

언젠가부터 나는 북한의 동해안을 가슴에 품어왔다. 동해안을 따라 금강산(金剛山)에서 원산을 거쳐 칠보산(七寶山)으로 이어지는 지역이 백두산 트레킹 코스에 못지않은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산과 푸르른 바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지역이 그리 흔할까. 백두산에 올라서도 금강산을 생각했고, 평양을 둘러보면서도 마음은 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동해안을 둘러보아야겠다는 생각은 자연보호연맹 부위원장을 만난 후 더욱 굳어졌다. 내가 동해안의 관광코스 개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위원장은 먼저 사리원에서 열리는 낚시대회에 초대했다. 부위원장은 조선낚시질협회의 회장을 겸하고 있었다.

17차 전국낚시질애호가대회가 열린 경암호(景岩湖)는 수려한 경관으로 민속공원으로 지정된 경암산 자락의 인공호수(人工湖水)였다. 전통 있는 대회답게 준비와 진행이 잘 조직되어 있었고, 참가선수들의 열의도 대단했다.

대회장에는 시도별 대표들이 출전한 경기에는 지역 특성에 맞추어 개발한 갖가지 낚시도구들과 물고기에 따른 낚시방법을 설명하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입상자들을 위한 상품들도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밤낚시 필수품인 헤드라이트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경암호 숲 그늘에 흩어져서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애호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낚시는 과연 인류의 공통된 삶의 모습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경관 빼어난 원산의 명사십리

원산(元山)에 들어서자 북한이 자랑하는 관광지답게 현대식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정돈된 거리를 자동차들이 돌아다녔다. 상점도 꽤 눈에 띄었다.

명사십리(明沙十里)는 과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났다. 깨끗한 모래가 십리가 넘는다는 백사장과 올망졸망한 섬들을 거느린 앞바다, 그리고 짙푸른 소나무 숲이 그림처럼 잘 어울렸다. 그래서일까, 철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자전거를 탄 아낙네와 노인이 끌고 가는 소달구지가 그지없이 평화로워 보였고, 문득 수학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갈마지구가 바라다 보이는 백사장 끝에는 백사장식당이 있었다. 식당은 세련된 간판과 차광유리로 장식되어 있었고, 주차장에는 현지의 번호판을 단 미국산 자동차와 일본산 자동차들이 서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라는 일행의 설명처럼, 가슴에 붉은 배지를 단 사람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고, 종사원들은 친절했다.

원산의 명물인 털게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고, 오징어숙회는 녹을 듯이 부드러웠으며, 조개 미역국은 개운했다. 털게 껍질로 마시는 소주는 더욱 짜릿했다.

안영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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