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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어린 탈북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통일신문 기사입력  2020/02/13 [11:41]

 <송두록 남북교육개발원 서울사무소장>

4·15 총선 뒤끝이 두렵다. 요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약간 주춤했지만, 새해 들어서 나라가 온통 총선 이야기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문제는 그 뉴스들 가운데 탈북민들이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도인가, 북한이 서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였다. 어린 탈북학생들이 친구들로부터 빨갱이라는 욕을 듣고 놀림감이 되었다. 상당수 탈북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했다. 부모나 선생님들의 권유에 못 이겨 학교에 가서도 쥐 죽은 듯이 앉아 있다가 수업 마치기 무섭게 집으로 내달렸다. 그러면서 게임에 더욱 함몰되거나 아니면 남한 아이들과 만나지 않을 요량으로 탈북학생들만 다니는 대안학교로 전학 갔다.

서울 시내 모 중학교에 다니던 장 모 여학생(당시 15)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감추고 지내왔던 탈북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져서 거짓말쟁이라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던 차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며칠을 빨갱이라고 놀림 받고 도로 북으로 가라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버티다가 결국은 경기도에 있는 탈북학생들만 가르치는 대안학교로 전학 갔다. 부모도 없이 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언니마저 생이별하게 된 그 여학생은 그 후 웃음을 잃었다.

그런지 얼마 안 된 2012년도의 일이다. 이번에는 모 국회의원이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폭언했다고 해서 파문이 일었다. 폭언을 들은 탈북자가 항의성 인터뷰를 하고 나중에 해당 국회의원이 사과하는 등의 뉴스들이 보도되면서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했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어렵게 살아가던 어린 탈북학생들이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사단이 난 지 두어 달 뒤, 탈북학생들을 데리고 어떤 행사에 갔었다. 국민의례 때 애국가를 부르는데 같이 간 탈북학생들 중 두어 명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봐왔던 아이들인데 예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목청껏 부르지는 않았어도, 따라 불렀던 아이들이 왠일인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그 국회의원 폭언과 관련해서 부모들끼리 나누는 걱정을 듣고 나니 왠지 애국가를 부르기가 좀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대한민국에 온 탈북학생들이 애국가를 부르면 마음이 불편하다니. 잘 적응하고 있는 탈북학생들을 이렇게 만들어놓고도 그 아이들더러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할 수 있을까.

탈북학생들에게 북한에서 왔냐고 물으면 강원도에서 왔다거나 아니면 부모님이 조선족이라고 둘러대는 이유가 있다. 심지어는 조선족 할머니가 탈북 한 며느리 고향이 북한이라고 구박하기도 한다. 탈북학생들 가운데 간혹 북한에서 온 게 무슨 죄냐면서 남한 친구들에게 밝혔다가 놀리는 친구와 대판 싸우게 되면, 북한 애들은 싸움질 잘한다고 또 따돌림을 받는다.

평소 탈북학생과 탈북어른들에게 두 가지의 삶의 자세를 강조해 왔다. 하나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이다. 북한 사회는 김일성 일가의 3대 세습 지배 아래 있다 보니 근대화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해서 조선 시대의 유교적 전통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다가 항상 선동하면서 무언가를 외치고 남을 비판하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탈북학생과 탈북민들의 표정이 대체로 굳어 있는 편이다. 남한 학생이나 청소년들과 섞여 있으면 금방 표시가 나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자주 웃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좋은 일이 있으면 마음껏 좋아하고, 친구가 웃기면 밝고 크게 웃어라. 웃는 얼굴에 복이 온다고 강조해 왔는데, 그 얼굴들에서 웃음이 사라져간다.

다른 하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탈북학생과 탈북민들은 엄청 잘 살고 있는 남한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일단 긴장하고 위축된다. 그럴 때 그들에게, 남한은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사회이니까 모든 것이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국경을 넘었던 만큼 한번 더 죽기 살기로 부딪쳐 나가보자.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가르쳐왔다. 그런 그들의 마음에서 결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의혹과 회의가 대신하고 있다.

탈북민 3만 명 시대임에도, 굶어 죽은 한성옥 모자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분위기가 탈북민 사회에 있기는 하다. 목선을 타고 온 탈북 청년들을 강제 북송해서 처형당하게 했다며 불안에 떠는 탈북민들도 있다. 탈북민 리더들 가운데에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으로 나서야 하고 힘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그런 생각을 가진 탈북민 리더들이 정치적인 이런 모임 저런 모임에 탈북민들을 동원해서 약간의 정치적 힘을 갖는다고 할 때 그것이 과연 어린 탈북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앞서와 같은 탈북민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근원적 힘이 될 수 있을까?

힘은 힘을 부르게 되어 있다. 특히 이번 4·15 총선을 앞두고 마치 해방 직후처럼 좌우 대립이 극심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 않아도 빨갱이’, 또는 이와는 완전 상반되게 변절자라고 불리우며 남한 친구들 사이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탈북 2세대들에게 탈북 어른들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해서야 되겠는가? 3만 명 시대 탈북민 사회의 진정한 힘은 각자가 건실하게 남한 사회에서 두 발을 딛고 살아갈 때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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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13 [11:41]  최종편집: ⓒ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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