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북한서의 보편적 버릇, 남한서 범죄 될 수도 있어”

[인터뷰] 탈북민인권변호사 전수미 화해평화연구소장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1/09 [11:43]

“탈북민들 북한서의 보편적 버릇, 남한서 범죄 될 수도 있어”

[인터뷰] 탈북민인권변호사 전수미 화해평화연구소장

통일신문 | 입력 : 2020/01/09 [11:43]

북한에서 1227일은 헌법절’(제헌절)이다.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1948년에 제정되어 4차에 걸쳐 개정된 뒤 인민민주주의헌법으로 불리다가 1972년 이날부터 사회주의헌법으로 부르고 있다.

탈북민들은 남한에서 법치국가라는 생소한 말을 들으며 북한에서 생활습관대로 살던 중, 본의 아닌 실수로 전과자가 되기도 한다. 서울 여의도에서 탈북민인권변호사 전수미 화해평화연구소장을 만났다.세계헌법 역사에 없는 최고통치자의 이름까지 붙인 북한의 헌법이다. 그러나 북한사회에서는 법보다 독재자인 수령(대통령)의 지시와 명령이 더 위력하고 무섭다.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소리는 사실 북한에 맞지 않는다.북한당국은 김일성·김정일 사망 이후 수차례 개정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은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주체적인 국가건설 사상과 국가건설 업적을 법화한 김일성·김정일 헌법이라고 명시한다.

화해평화연구소는 어떤 단체인가.

한반도 평화와 남남·남북갈등, 사회구성원의 상흔을 치유하는 담론의 장으로 영구적 평화실현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소이다. 보다 창의적인 연구와 다양한 교육, 국제적 교류를 통해 한반도 및 동아시아지역에서 영구적이며 안정적인 평화의 물결이 되고자하는 마음으로 20194월에 설립했다. 약칭은 화평연이다.

남남 및 남북갈등을 자세히 말해 달라.

일상에서 보면 정치권에서 보수정당은 북한정권에 대한 심오한 비판을, 진보정당은 북한주민에 대한 경제 지원을 제각각 주장한다. 둘 다 타당한 면이 있는 주장인데 이것이 왜곡되어 진영이 나뉘는 등 갈등이 심하다. 특히 이에 따른 정책이 당리당략에 맞춰 정치적 계산법으로 교묘히 이뤄진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엄밀히 말해 탈북민은 대한민국에 들어온 북한주민들의 대표이다. 그들과 남한사람들의 잘 어울림은 통일의 예행연습이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 특히 법과 질서에 미숙한 탈북민들과 남한사람들과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외국과 한국의 보수·진보는 어떻게 다른가.

유럽은 진보진영에서 적극적으로 과거와 시대의 인권을 이야기한다. 그에 비하여 우리는 어떠한가. 동포인 북한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다. 대한민국은 과거 군사독재를 이겨내고 민주화를 이뤄낸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는데, 동포인 북한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하여는 다소 소극적인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나.

분단, 통일, 대북, 탈북민 등을 자신의 이익목적에 적극 이용하는 정치인들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서로 통일운동단체들과 북한인권운동가 및 탈북민들을 껴안으며 북한동포들을 위한 정의로운 길 함께 가자!”며 하는 공약이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내가 언제 그랬던가?”하는 모습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남남·남북갈등, 사회구성원의 상흔 치유

담론의 장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소

창의적 연구와 교육, 국제적인 교류 통해

평화의 물결이 되고자 20194월 설립

 

탈북민은 한국에 들어온 북한주민들 대표

남한사람들과 잘 어울림은 통일예행 연습

 

과거 탈북민단체에서 많이 활동했던데.

2003년 가을부터 탈북민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서 국제팀장, 2005년부터 3년간 전 조선노동당비서인 황장엽 선생이 만든 북한민주화위원회서 대외협력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1년간 북한전략센터서 대외협력실장으로 일했다.

주로 위 단체들에서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 북한인권 실태 보고서, UN제출 영문서류 등을 작성하였고 해외의 인권단체 및 기관과의 업무협력을 전담했다. 또한 BBC, CNN 등 해외언론 인터뷰 및 기고 등에서 통·번역을 맡았다.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이 있다면.

과거 여러 탈북민단체에서 김정일 독재정권 규탄하고 비참한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 활동을 할 때 일부 사람들로부터 온갖 조롱을 받았다. “당신은 경상도 사람인가?” “수구꼴통 보수당인가?”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일부 탈북민들의 당신 같은 전라도사람이 왜 북한인권 활동을 하세요?” 라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

남한사람으로 보는 탈북민의 사회상은.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실천하는 의지가 강하고 생각이 올곧아 그분들로부터 늘 많이 배우고 본받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일부 개성이 특이하다고 할까. 자기만의 주장이 강한 분들이 있다. 특히 정치적 견해에서 그렇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보수든, 진보든 자기 것만 강요하고 타인의 것을 배척하는 것은 안 좋은 모습이다. 아마 북한에서 살 때 노동당에서 강제적으로 주입하고 또 그것을 절대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정치 구조 속에 오랫동안 살았기에 그런 세계관이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부 남한 청년들의 탈북민 인식이 안 좋다.

사실이다. 자기들은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하는데 탈북민은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불만이 많다. 통일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이다. 현재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우리 세금으로 북한주민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가며 말이다. 이런 현실은 기성세대가 후대에게 통일교육을 소홀히 했다는 반증이다.

최근 군인에 의한 탈북여성 성폭행사건 있었다고 했다.

탈북여성 이은지(가명) 씨는 몇 년 전 하나원을 거쳐 사회로 나왔다. 국방부 직할부대 소속 현역 간부 2(A, B)이 이은지 씨를 알게 되었고 그녀를 정기적으로 면담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A는 지난 해 5월 이은지 씨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수십 차례 간음을 지속하였다. 그 결과 이은지 씨는 두 차례나 임신하였고 그 때마다 낙태를 강요받았다. 이은지 씨는 고민 끝에 A의 상관인 B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B도 올해 1월 술에 취한 이은지 씨를 간음한 사실이 있다.

정확한 팩트(사실)인가.

2019124일 탈북여성 이은지 씨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AB를 군 검찰에 고소하였고 현재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 중에 있다. 이 사건에서 탈북여성 이은지 씨의 변호를 내가 맡았다. 우리 사회에서 2000년 이후 탈북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미비한 남한의 법체계와 부족한 제반 여건 등으로 인해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탈북민 정착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탈북여성의 변호인으로서 어떤 마음이 들던가.

매우 안타깝다. 남한사회를 잘 모르는 탈북민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이다. 민간인도 아닌 군 간부들이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이번 탈북여성 성폭행 사건은 대한민국 국군과 장병들을 부끄럽게 하는 짓이다. 같은 여성으로써 이러한 비인간적이며 비도덕적인 범행을 저지른 이들에게 분노를 느낀다.

 

탈북민들 실천하는 의지 강하고 생각 올곧아

그들로부터 늘 많이 배우고 본받으려고 노력

다원주의 사회에서 보수든, 진보든 자기 것만

강요하고 타인을 배척하는 것은 안 좋은 모습

 

탈북민들이 쉽게 전과자가 되는 사례는.

서울에 사는 남한생활 7년차인 50대 초반의 탈북민 김수남(가명) 씨는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회식자리를 거쳐 귀갓길에 마주오던 여성 2명과 마주쳤다. 그는 한 여성의 엉덩이를 툭툭 치고 가던 길을 태연히 갔다.

당황한 여성의 긴급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술에 취한 김 씨는 안 그랬다!”고 강변했지만 결국 CCTV 증거물에 걸렸다. 가까스로 고소인 측과 합의하였고 재판에서 벌금 5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 전과자가 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해준다면.

북한의 형법을 들여다보니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더라. 여러 탈북남성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에서는 일상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지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며 처벌대상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한 습관이 김수남 씨를 하루아침에 전과자로 만든 것이다. 탈북민 남성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남한에서는 여성들의 신체를 의도적은 물론 실수로 만졌어도 경찰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또 다른 사례를 말해 달라.

30대 초반의 최진명(가명) 씨는 사기 범죄로 경찰서 조사를 받던 중 소변과 머리카락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어떤 병이든 마약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의약품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서의 생활습관이 남한에서도 이어졌고 전과자가 된 최 씨는 구속되었다.

탈북민들에게 많이 생기는 전과 사례는 뭔가.

이것도 남한의 법과 질서를 잘 몰라 생기는 전과 사례다. 10년 전 탈북민 단체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광화문 근처에서 탈북민 수십 여 명이 모여 행사를 마친 후 50대 중반의 두 남성이 서로 감정이 격해져 싸움이 붙었다.

A씨가 먼저 B씨를 때렸고 B씨도 맞받아쳤다. 경찰이 출동했고 조사를 했다. B씨가 항변했다. A씨가 먼저 때렸기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자기도 때렸으니 자기는 무죄라고 했다. 수사기관은 규정상 쌍방폭행으로 똑같이 처벌했다.

탈북민들이 모르는 법이 많을 것 같다.

남한 사람 같으면 한 대 맞고 경찰을 부른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받아낸다. 그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쌍방폭행은 받아내기는커녕 상대방에게 똑같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탈북민 남성들에게서 일어나는 음주 뒤 여성에 대한 신체접촉이나 쌍방폭행 문제 같은 것은 정말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다. 법만 제대로 알아도 전과자가 되는 오명을 피해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남한에서 전과자딱지는 정말 무섭다. 우선 공무원이 되기 어렵고 특히 성범죄의 경우 최대 10년간 특정분야의 취업을 할 수 없는 불이익이 생긴다. 결국은 본인만 큰 손실을 보는 것이다. 탈북민들은 북한서 가졌던 보편적 버릇이 남한에서는 범죄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만 제대로 알아도 전과자가 되는 오명

피해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 안타까워

남한에서 전과자는 공무원이 되기 어렵고

특히 성범죄의 경우 최대 10년간 특정분야

취업 할 수 없어 본인만 큰 손실 보게 돼

 

자신을 소개해준다면.

1982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작은 가게를 하시는데 자식들에게 많은 애정을 주셨다. 고등학교 시절 꿈이 외교관이었기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 개인사정으로 휴학을 하고 인도 캘커타로 가서 발달장애아를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 인도서는 11~14살의 여아들이 성매매에 내몰리기도 하는데, 인신매매에 잡힌 아이들을 업주에게 돈을 주고 찾아오는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한국으로 돌아와 NGO에서 일하던 중 동료인 영국 국적의 언니가 조심스레 내게 묻더라. “수미! 난 이해가 안 돼. 한국 사람들은 왜 곁에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는 관심이 크게 없고 굳이 대양과 대륙을 건너 머나먼 아프리카에까지 가서 어려운 외국인들을 도우며 봉사활동을 하는 거야?” 하는 질문에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북한동포들과 그들의 대표인 탈북들민을 위하여 일하기로 결심하였다.

 

한국 사람들은 곁에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는

관심이 크게 없고 굳이 대양과 대륙을 건너

머나먼 아프리카에까지 가서 어려운 외국인들

도우며 봉사활동 하는 거야?’질문에 충격 받아

북한동포들과 탈북민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

 

학력과 경력은 어떻게 되는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미지의 북한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였고, 2018비대칭동맹국가의 약소국 붕괴 시 개입에 대한 연구 - 북한 급변 시 중국의 개입을 중심으로의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아주대학교 겸임교수, 통일과북한법학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탈북민은 탈북민이 가장 잘 안다. 정부를 상대로 매번 시위를 해서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남한 사람들에게 탈북민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지금 남북하나재단에 다소 탈북민이 고용되어 있지만 그들 중 실질적 정책을 수립하거나 집행할 수 있는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없다.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 선배들이 상담사부터 정책 결정권자까지 담당하게 하여 탈북민 취업률을 높이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탈북민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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