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자유 찾아온 영웅…열심히 살아 부자가 되고 행복해야”

[인터뷰] 남북함께시민연대 태영호 상임대표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20/01/02 [11:16]

“탈북민들, 자유 찾아온 영웅…열심히 살아 부자가 되고 행복해야”

[인터뷰] 남북함께시민연대 태영호 상임대표

통일신문 | 입력 : 2020/01/02 [11:16]

2020년 새해가 밝았다. 탈북민들에게 고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여전히 절망적이다.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식량과 생필품 배급이며 전기난, 원유(석탄), 식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거기에 학습, 강연, 총화 등 더욱 강화되는 주민통제이다. 최근에는 이 추운 겨울날 주민들이 백두산혁명전적지 답사행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에 와서야 비로소 사람다운 생활을 누리는 탈북민들이다. 이런 자유와 풍요로움을 고향땅에도 전파하고 싶은 그들이다. 하여 자신의 많은 것을 바쳐가며 영예로운 통일운동에 매진하는 북한인권운동가들과 탈북민들이다.

남한에서 대북 및 통일운동은 정확히 5년 주기로 바뀌는 정권의 특성상 애로점이 많다. 보수정권 때에는 북한주민 인권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진보정권 때에는 북한주민 경제지원에 정책을 맞춘다. 인권문제나 경제 지원 모두 북한주민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인데 정치의 논리에 따라 다르게 시행되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김정은 독재정권 아래 비참한 삶을 사는 고향의 인민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는 통일운동단체들이 있다. 태영호 남북함께시민연대 상임대표를 만났다.

남북함께시민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사실상 남북문제는 쉽게, 그리고 단기적으로 해결 될 사항은 아니다. 최소한 10~20년의 미래를 보면서 준비해야 한다. 미래세대인 국내외 청년들과 함께 활기찬 통일운동을 하되 대상은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의 외교관, 무역일군, 유학생, 노동자 등이다. 즉 전 세계에 나와 있는 북한의 엘리트층을 타깃으로 하자는 것이다.이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 소식, 성공한 탈북민의 모습을 알리는 걸 목표로 20193월에 설립, 공식 활동은 9월에 시작한 시민단체다. 직원은 나를 포함해 4, 그중 탈북민 2, 남한·해외(교포)출신 2, 인턴 1명이다.

북한체제 변화의 묘책은 뭐라고 보나.

통치자가 아닌 북한주민이다. 사실 북한을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한 붕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만큼 공고하다. 그 이유는 2천만 북한주민들의 사상과 정신을 국가(노동당)가 강제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의 사상을 바꿔줘야 한다. 외세의 개입을 통한 변화가 아닌 북한주민들이 스스로 현재 독재정권을 바꿀 수 있는 의식과 역량을 갖추도록 비밀리에 도울 필요가 있다.

해외 체류 북한주민은 어느 정도인가.

북한당국이 공표한 통계가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략 5~10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물론 최근에는 수 만 명의 북한해외근로자들이 UN의 대북제재로 귀국했다. 그러나 아직도 외교관을 비롯해 각 기관에서 나온 외화벌이 및 무역일군들과 러시아, 중국, 몽골, 쿠웨이트, 아랍에메리트 등에 나간 건설노동자와 피복, 식당종업원 심지어 아프리카에 나간 의사, 기술자, 태권사범 등까지 상당히 많다.

해외서 북한주민이 인터넷 접속 가능하나.

지난 2000년부터 해외 주재 대사관 간부(대사, 당비서, 보위지도원)들에게 휴대폰 지참이 승인되었다. 이후 2015년부터 해외체류 북한주민들이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을 당일로 접하기 위해 인터넷접속을 승인하고 의무적으로 평양이 만든 길동무태블릿을 강매했다. 한 개 150달러로 모두 개인부담을 시켰다.

그 태블릿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노동신문을 매일 읽으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신문이 1~2주 뒤 해외현지에 도착했었다. ‘길동무를 써보니 한 주일 지나 유튜브 광고 등 외국홈페이지 접속이 가능해졌다. 북한이 노동신문 외에 다른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 차단하는 장치를 만들었으나 한 주일 만에 무너졌다.

 

남북문제 10~20년 후 미래를 준비해야

국내외 청년들과 통일운동을 하되 대상은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의 외교관, 무역일군

유학생, 노동자 등 전 세계에 나와 있는

북한의 엘리트층을 타깃으로 하자는 것

 

시민연대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

성공한 탈북민의 모습을 알리는 걸 목표로

20193월에 설립, 공식 활동은 9월 시작

 

노동자들도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 접속하여 자유세상의 진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지난 시기 내가 보니 중동파견 건설노동자들이 중국 베이징에 들려 10~30달러짜리 중고 휴대폰부터 장만하더라. 그 이유는 그래야만이 회사 근로시간 외에 더 벌이작업’(아르바이트)을 하여 돈을 벌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정 금액을 회사에 바치고 일부는 가족에게 보낸다. 통역은 매일 일거리를 찾아 휴대폰으로 회사일이 끝나면 어디 가서 더 벌이를 하라고 지시한다. 휴대폰이 없으면 돈을 벌수가 없다. 그래서 간부들도 노동자들의 휴대폰 소지를 묵인하는 형국이다. 전체의 노동자 중 절반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

해외서 인터넷 공약 승산이 있다고 보나.

해외에 체류 5~10만의 북한주민은 대략 2~3년 주기로 교대한다. 최근엔 UN제재로 많이 귀국하였다. 허나 앞으로 슬금슬금 다시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매해 2~3만 명이 귀국하고 새로 나오는 구조였다. 체류기일종료 귀국하는 2~3만 명 중 절반이면 10,000~15,000명의 인원이다. 그들이 남조선(한국)이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북조선이 아시아서 가장 가난한 나라임을 알기만 해도 성과다.

작년에 있었던 해외 활동을 말해 달라.

5월 하순 노르웨이서 열린 ‘2019오슬로자유포럼에 참석했다. 나는 김정은 정권은 20년 이상 지속 못할 것이며 외부정보를 USB에 넣어 북한에 보내 주민들이 외부사회를 비교하도록 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 초순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인티토드 페스티벌에 참석하여 외교관에서 탈북자로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였다. 이후 일본, 대만, 미국, 독일 등을 방문하여 다양한 국제인권행사에 연사 혹은 증언자로 나섰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방문 국이 있다면.

작년 10월 중순에 다녀 온 미국이다. 워싱턴DC에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박물관’(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 기록관)부정의는 그것을 반대하여 행동할 의지를 보일 때만 극복할 수 있다라는 글귀를 보았는데 무척 마음이 끌렸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정책이 진보정권 때에는 당근을, 보수정권 때에는 채찍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진보정권의 한 손에 채찍도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주어야 한다. 그것이 미래지향적 남북관계에서 지극히 정상이다.

해외 활동하면서 드는 생각은.

외국의 인권단체나 북한전문가들은 시종일관 꾸준한 대북 감시연구를 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오히려 한국의 같은 분야의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도 보인다. 내가 외교관 출신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3대 세습으로 이어온 북한의 김 씨 수령 독재정권을 외부로부터 변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탈북어민 2명 강제북송 어떻게 보나.

작년 11월 초에 있은 정부의 탈북어민 2명 강제북송은 정말 자유민주 국가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일인가? 할 정도로 충격사건이었다. 우리나라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대법원은 북한주민과 국내 입국 탈북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고 북한주민이 한국의 실효지배 영역에 들어온 순간부터 국민의 지위가 회복된다고 규정한다. 죄가 있어도 법리적으로 한국에서 조사하고 재판을 받는 것이다.

외국의 인권단체나 북 전문가들은 시종일관

꾸준한 대북 감시연구를 하고 있어한국의

같은 분야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 모습 보여

3대 세습 이어온 수령 독재정권 외부로부터

변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확신해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탈북민을 공식적으로 추방한 사례는 없었던 걸로 안다. 분단이후 처음 있은 이번 탈북어민 2명 강제추방을 통해 모든 북한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아주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탈북민은 무조건 받아주던 국가의 의무선택으로 변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는 독재자 김정은의 폭정사회에서 벗어나 자유와 빵을 찾아 남한으로 오려는 북한주민들에게 그야말로 악몽 같은 현실이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정부가 완벽히 숨기려고 했던 것이 우연히 들통 났는데 큰 문제이다. 무엇 때문에 왜 은폐하려고 했을까. 철저한 진상공개와 함께 사법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 기관과 관련자는 가해자로 엄격한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위법성 여부에 대한 조사와 판단을 위해서 특별검사를 임명할 필요도 있다. 기존 사안들에 대한 종합적 조사와 판단을 위해서는 국정감사까지 검토해야 한다.

자신을 소개해준다면.

19627월 평양시 중구역 종로동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교육자였다. 19762월 중국 베이징외국어대학 부속 중학교에서 4년간 공부했다. 이후 1988년까지 베이징외국어대학을 다녔으며 도합 8년간 중국에서 영어공부를 하였다.

평양국제관계대학을 19848월에 졸업, 198810월부터 외무성 유럽국 지도원으로 배치 받아 근무했다. 평양의 김일성광장 주변에 있는 외무성은 20여 개국(지역국 6, 행정국 5), 3개 연구소가 있으며 직원은 1,500명이다.

해외근무 경력을 말해 달라.

첫 해외근무를 19966월부터 덴마크 주재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시작했다. 코펜하겐에 도착 첫날부터 리태균 대사와 함께 주재국 외무성과 민간자선단체 등을 찾아다녔다. 평양으로 보낼 식량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인데 말이 요청이지 사실 구걸이나 같다. 9월경 주재국 개발협조부에서 덴마크 정부는 WFP를 통해 100만 달러 분량의 식량을 조선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1988년까지 베이징외국어대학 등 8년간

중국에서 영어공부평양국제관계대 졸업

외무성 유럽국지도원으로 배치 받아 근무

 

영국 주재 북한 공사였다.

주영 북한대사관은 2003년에 개설되었고 나는 이듬해 6월부터 참사로 4년간 근무했다. 이후 2008년부터 5년간 외무성 부국장(유럽국)으로 재직했으며 20134월부터 한국으로 올 때까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했다.

영국에서 근무하던 중 아주 특별한 일이 있었다. 20155월 김정철(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둘째 형)이 세계적인 영국의 유명 기타연주자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기 위해 런던에 왔고 내가 그를 공연장으로 안내하였다.

탈북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26, 18살 되는 두 아들의 미래 때문이다. 이 애들은 영국에서 수년간 공부했기에 세상을 잘 안다. 나와 부모님 세대는 북한의 독재사회에서 순종하며 살았는데 21세기에 와서까지 자식들이 그런 폐쇄국가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평양에 남겨진 가족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선택했다. 2016년 여름,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서울에 왔고 입국경로는 국제외교 관례상 비밀이다.

지난 4년간 어떤 일을 했나.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다닌 직장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다. 간판도 좋고 연봉도 높았는데 1년도 안 되어 고민 끝에 사표를 냈다. 꽉 째인 조직에서 생활하는 것이 싫었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었다. 강연, 신문기고, 세미나, 방송출연 등으로 바쁘게 보냈다. 작년에는 남북동행아카데미에서 청년들 대상 교육도 진행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떤 것인가.

이달부터 유튜브채널 태영호TV’를 개설 및 운영하려 한다. 직원 2명이 관련지식 및 기술을 두 달 전에 해당학원에 다니며 숙지했다. 품을 들여 스튜디오도 제법 구색을 맞춰 꾸며놓았다. ‘태영호TV’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삽입하려 한다.

북한의 정치·외교 해설은 내가 맡고 유능한 탈북민출신 대북전문가들을 섭외하여 사회·종교, 군사·안보, 문화·스포츠 등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다. 유튜브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이 대단하기에 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탈북민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북한당국이 남조선으로 내려간 탈북자들을 지칭하여 반역자, ‘쓰레기요 해도 우리는 분명 ‘2천만 인민의 영웅들이다. 세계에서 그 유례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야만적인 김정은 독재체제에서 짐승처럼 사는 북한주민들이다. 그들은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간 우리를 내심 부러워하며 우상으로 삼고 있다. 3만 여 탈북민은 대한민국에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아 모두가 부자가 되고 행복해야 한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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