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명국 서울 침례교회 담임목사

통일신문 | 기사입력 2001/12/04 [10:49]

[인터뷰]한명국 서울 침례교회 담임목사

통일신문 | 입력 : 2001/12/04 [10:49]

서울시중구 충무로 5가에 위치한 서울침례교회 한명국(韓明國-63) 담임목사와 부인 엄현숙씨(50)는 북한탈북자들을 위해 사랑과 정성을 다하는 성직자로 널리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탈북자들은 무신론자들이기에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하여 잘 모르며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북한정권은 종교에 대하여 인간의 자주적인 혁명의식을 좀먹는 '마약'으로 철저히 배격, 탄압, 청산해 버렸기 때문이다.
개신교에도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구세군, 침례교를 비롯한 여러 분파와 순복음교회가 있으나 조금이 나마 신앙심을 갖고 교회에 다닌다는 탈북자들도 이러한 교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더욱이 남한에서 정착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 중 순복음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에 다니지만 침례교회에 나가는 탈북자들은 극히 드물다. 아마 있다면 서울침례교회가 유일할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소문을 듣고 한목사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부터 탈북동포들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까,
▲ 우선 증조부께서 함흥에 사시다가 일제 때 강릉으로 남하하신 것으로 연유하여 평소에 북한 동포에 대한 연민이 있어왔지만 오래 전에 서독에서 탈출한 K씨를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김일성 공산독재에 견디지 못해 서독에서 대한민국으로 탈출하신 분이었고, 또 한 분은 당시 소련 모스크바에서 우리 대사관에 투신한 후 귀국한 M씨와 같은 집에 살고 있어서 우리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외로운 그들을 조금이나마 돌봐주게 되었습니다.
관리집사와 아내가 함께 가서 주방과 싱크대며 다른 가구도 고쳐주게 되었고, 나는 K씨를 자주 초청해서 대화도 하고 식사도 함께 했습니다.
우리들은 예수님의 사랑으로 작은 정성이나마 보살피고 영접하다보니 서로 털어놓고 허물없이 말할 수 있는 사이가 됐지요.
한 번은 철야기도회 시간에 손양원 목사의 「사랑의 원자탄」이란 영화를 같이 보도록 초청했고, 이 영화를 보면서 K씨는 기독교와 목사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북쪽에서는 남쪽의 성직자는 미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로 인민의 적이라고 배워왔고 생각했는데, 자기의 아들들을 죽인 빨갱이를 구명하여 도로 자기의 아들로 삼은 손양원 목사의 영화는 정말 듣지 못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K씨는 자연스럽게 우리교회에 나오시게 되었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으며, 침례를 받은 후 우리교회 여전도사인 G자매와 결혼하여 지금도 매우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탈북자들과 관련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 한 때 매스컴에 떠돌았던 아프리카 잠비아의 북한 대사관에서 탈출하여 조국의 품에 돌아온 H씨와 부인 C씨도 우리교회에 입적하였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들보다 먼저 북한 강선산 총리의 사위와 함께 탈북한 J씨에 대하여 말한다면 당시 국가의 정보관련 관리가 우리 교회에 나오고 계셨는데, J씨를 부탁해서 교회 안에 교육관에다 방을 꾸미고 1년 정도 거하게 하였습니다.
J씨는 비록 불편했지만 그런 대로 잘 지내셨고 매주 예배에 참석하면서 마음도 안정됐습니다.
특히 J씨는 북에 있는 부모처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고, 북한동포를 사랑하는 민족애가 많은 분입니다.
가끔 결혼도 종용했지만 계속 거절하고 통일이 되는 그 날을 고대하고 있으며, 알뜰히 돈을 모아서 통일이 되면 북한동포들을 도울 염원을 갖고 준비하고 있는 줄로 압니다.
­그러면 J 박사는 교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 J박사는 대통령의 햇빛정책과 관련 대북경원 정책에 자문하고 있는 분으로 수년전에 우리 교회에서 침례를 받았고, 작년에 C국에서 어떤 충격적인 사건에 하나님의 은혜로 극적 구조를 받은 일을 간증하기고 했습니다.
특별히 탈북동포들을 사랑하므로 금년에는 교회의 집사직분을 맡게 되면서 북방선교부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번 '예수잔치'고 불리는 우리 교회 전도 행사시에는 저의 요청을 기쁘게 받고 탈북 형제자매들을 많이 우리교회로 인도해 주셨고 그들 중에 10여 명이 우리 교회에 등록하고 출석 중입니다.
오는 12월 2일 우리 교회 창립 55주년 행사 때에는 우리 교회 성도들과 우선 자매결연을 맺은 7가정을 격려하게 될 것입니다.
국가에서 보상금도 받고 나름대로 본인들도 자유의 땅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우리 교인들이 예수님의 사랑으로 자진해서 7가정이 자매결연을 맺게 되어 신앙생활과 취직격려로 서로 돕고 교제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탈북 형제들에게 제일 먼저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 돌봐주고 보살펴 주며 신앙으로 승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이지요.
­목사님과 서울침례교회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 원래 불교와 유교를 믿는 부모 밑에서 아버지가 예수님을 믿게 되자 나도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목사가 되어 38년간 목회를 하고 있으며 서울침례교회는 16년 전에 부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서울침례교회는 원래 침례교 본부가 원산에 있었는데 해방 후 남하한 사람들로 창립교회가 서울에 제일 먼저 생기게 되었습니다.
6.25 사변 때는 부산에 내려갔다가 휴전 후 다시 서울로 올라와 전쟁 중에 전사한 중군 군목과 병사들의 순직을 기념하여 오늘 이 교회당을 1954년에 건축했으며 오늘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북에서 피난 내려온 교인들이 많이 돌아가셨으나 지금도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에서 오신 분들이 남아 있습니다.
55주년 역사를 통해서 많은 교인들이 예수 믿고 온 나라와 세계로 흩어져 신앙생활하고 있으며 목사도 많이 배출했습니다.
또 우리 교회는 서울 지역에 처음 세운 "어머니 교회"로서 지금도 힘껏 교회를 개척하고 어려운 교회를 돕고 선교사를 후원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탈북동포들을 돕고 격려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사모님은 어떤 계기로 하나님을 믿게되었는지, 그리고 탈북자들에 대하여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고 그들에 대하여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시는지요?
▲ 부모님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도록 교육하셨고 자신도 여성이지만 군인을 희망했으나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데다 간경화증으로 9년간이나 앓아 누웠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소생 불가능한 병마에서 죽음의 기로에 놓였을 때 아무 해놓은 일도 없이 인생을 마쳐야 한다니 너무나 후회 막심했습니다.
이때 목사님이 오셔서 저의 손을 잡고 기도해 주셨어요.
그날부터 놀라운 일이 생겼지요. 저의 병세가 갑자기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담당의사도 도저히 믿으려 하지 않고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병이 완치된 후 저는 물론 담당의사도 그때부터 하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제가 북한에 대해서, 탈북동포들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김진경총장의 강연을 들은 다음부터입니다.
그후 탈북동포들과 많은 교제를 가지면서 가식과 꾸밈없는 이들의 진실한 이야기에서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자신이 탈북동포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예수님의 사랑으로 탈북동포들을 따뜻이 대하고 보살핀다면 남한사회의 성공적인 정착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서울침례교회 한명국목사와 부인 엄현숙씨는 교인들로부터 자기욕심이 전혀 없는 분, 남을 위해 살아가는 성직자라고 한다.
남을 대접함에는 최고로, 자신에 대하여서는 검소하고 소박함을 잊지 않는 분들이기에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탈북자들이 사막의 '오와시스(샘물)'를 찾아가듯 모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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