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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조정하면서 군 대전차 시설 23곳을 철거한다고 지난 6월 17일 밝혔다. 전술적 가치가 떨어진 시설을 정비하고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시대와 작전 환경의 변화에 따라 불필요한 군사시설을 정비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철조망을 설치하고 대전차 방벽을 세우며 지뢰를 매설하는 등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탈북이나 북한군의 월남을 차단하기 위한 내부통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사시 한미 연합전력의 기계화 부대 진격을 어렵게 만드는 군사적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접경지역서는 작은 오판이 충돌로 번질 수 있어
북한군은 휴전선 일대에 군용차량과 병력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전술도로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해상전력의 변화까지 겹치고 있다. 북한은 신형 구축함·수상전투함을 공개하고 순항미사일 시험을 통해 해상 기반 타격 능력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잠수함뿐 아니라 수상함에서도 장거리 타격 능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런 시점에 우리 측의 대전차 시설 일부가 철거되고 민통선 조정에 따라 경계작전계획까지 달라져야 한다면 국민으로서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장벽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만 장벽을 낮추는 것은 아닌가.
더구나 DMZ에서는 북한군이 공사나 수색 작업 도중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군이 경고 방송과 경고사격을 하고 북한군이 되돌아가는 상황도 발생해 왔다. 접경지역에서는 작은 오판 하나가 예상치 못한 충돌로 번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은 접경지역 경계에 무인·로봇 경계체계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병력 감소와 첨단 기술발전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방향일 수 있지만 첨단화와 무인화가 곧 안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드론은 이제 보조무기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소형 드론은 정찰에서 공격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무인기와 자폭형 공격 드론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군도 드론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역시 국회의원 시절 ‘50만 드론 전사 양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실전에서 누가, 어떤 드론을, 얼마나 신속하게 운용할 수 있느냐다. 어렵게 구축해 놓은 국군드론작전사령부의 기능을 조정해서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각자의 드론 작전 역량을 강화하는 개편이 실제 전투력을 높이는 선택인지, 지휘체계의 분산과 전문성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검증이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이른바 ‘빈총 경계’ 논란까지 겹쳤다. 서부 전선 최전방 경계를 맡는 육군 1군단이 올 상반기 경계 근무 지침을 변경하면서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발사기 등 일부 공용화기에 실탄을 장전하지 않은 채 경계 근무를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반도에 안보위기 반복 제기...일종의 학습효과
더욱이 군 당국의 전방 부대 경계 작전 실태 점검 과정에서 다른 일부 전방 부대에서도 공용화기에 실탄을 장전하지 않은 채 경계근무를 한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기에도 군 나름의 이유는 있었겠지만, 이 문제가 대통령의 외교·통일·국방·보훈부 합동 업무보고에서까지 거론됐다는 점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북한의 DMZ 요새화, 지뢰 매설과 방벽 구축, 전술도로 확충, 해상 타격 능력 강화, 공격형 무인기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대전차 시설 철거, 경계 체계 무인화, 드론 지휘체계개편, ‘빈총 경계’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안보위기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긴장 고조에는 “또 위기론인가”라고 반응하는 일종의 학습 효과도 생겼다.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과장도, 낙관도 아니다. 지금 휴전선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안보 프레임이 만들어 낸 착시인가, 아니면 우리가 익숙함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실체적 변화인가.
최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처변불경(處變不驚)’ 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이런 기조에서 바라볼필요가 있다. ‘변고를 당해도 놀라지 않는다’는 말의 뜻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위기 상황에서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일국의 국방책임자에게 오히려 어울리는 덕목일 수도 있다. 다만 국방장관이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마오쩌둥을 거론했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다.
마오쩌둥은 6.25전쟁 당시 우리들의 동족상잔을 부추긴 중국의 지도자였다. 오늘날 중국은 그 전쟁을 ‘항미원조’라는 이름 아래 영화와 각종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그 역사적 기억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그런 역사적 맥락을 가진 인물을 대한민국의 국방책임자가 자신의 좌우명을 설명하는 소재로 선택했다면 국민 가운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억제력과 즉흥태세가 이전보다 강해지기를 원한다. 우리 한반도에서 북한의 오판으로 제2의 동족상잔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나아가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간구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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