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년, 건국정신과 통일정신 다시 생각한다

윤현중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8/12 [16:12]

광복 81년, 건국정신과 통일정신 다시 생각한다

윤현중 논설위원 | 입력 : 2026/08/12 [16:12]

요즘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무기력하게 보이는 때도 드물다. 특히 집권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통일 문제가 국가적 과제의 뒤편으로 밀려난 듯한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윤현중 논설위원

국가에는 시대가 바뀌어도 놓쳐서는 안 될 중심이 있다. 대한민국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무엇을 위해 세워졌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건국정신과 통일정신이라고 본다.

 

광복은 독립의 완성이 아니었다

 

광복 직후 우리 민족 앞에는 독립의 기쁨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일본이 항복하자, 전승 연합국은 한반도의 질서를 재편했다. ·소 양군이 38도선을 경계로 남북에 진주해 일본군의 항복을 받고 무장해제를 실시했으며, 군정을 통해 일본인을 본국으로 보내고 해외의 한국인을 귀환시켰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곧 우리 민족 앞에 새로운 시련이 닥쳤다.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한국을 곧바로 독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신탁통치를 거쳐 독립시키는 방안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에 통일된 독립 국가를 세우려는 민족의 열망과 정면충돌했다.

 

이때 주저 없이 반탁의 기치를 든 지도자가 김구였다. 이어 이승만과 한국민주당 지도자들도 반탁운동에 나섰고, 북한의 조선민주당 등도 이에 동참했다. 그 밑바탕에는 한 가지 분명한 생각이 있었다.

 

한국인의 운명은 한국인이 결정해야 한다조선은 오랜 독립국가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국가 한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따라서 광복은 당연히 독립국가의 출발점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또다시 외국 열강의 지배를 받아들이라는 말인가? 그것이 바로 당시 민족주의자들이 가진 중요한 인식이었다.

 

이승만의 건국정신, 김구의 통일독립정신

 

광복 이후 현실은 복잡했다. ·소공동위원회를 통한 정부수립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민족내부의 좌우 진영 간 정치적 대립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승만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역에서라도 자유로운 대한민국 정부를 먼저 세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산주의 세력이 한반도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보았다.

 

김구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남한만의 총선거가 분단을 고착시킬 것을 우려했다. 남북의 정치지도자들이 만나 통일정부 수립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북협상에 나섰다. 북한에서 열린 남북연석회의에서 북측 인사들에게도 통일독립의 뜻을 강조했다.

 

결국 민족의 거두, 우리민족을 이끌 두 지도자는 안타깝게도 목표는 같아도 방법은 달랐다.

이승만은 건국부터 선택했고, 김구는 통일을 우선했다. 당시에는 두 선택이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반드시 어느 한쪽을 지워야 하는 관계는 아니다.

 

대한민국에는 나라를 세우고 지켜야 한다는 건국정신도 필요하고, 분단된 민족을 하나의 국가로 통합해야 한다는 통일정신도 필요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이는 광복 이후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헌법과 국회, 정부를 갖춘 독립국가의 틀을 세운 역사적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은 이후 국가안보와 경제발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오늘의 번영하는 국가를 만들었다.

 

그러나 건국했다고 해서 통일이라는 과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로 출범한 순간부터 통일국가의 완성이라는 과제를 안았다. 국가를 지키는 일과 민족의 통일을 추구하는 일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져가야 할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김구와 이승만을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관계로만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승만에게서는 국가를 세우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결단을 볼 수 있다. 김구에게서는 민족이 분단된 채 영구히 갈라져서는 안 된다는 통일에 대한 집념과 민족사랑을 볼 수 있다.

 

건국 없이는 통일할 주체가 없고, 통일을 잃어버린 건국은 분단을 영구화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계승해야 할 것은 어느 한 사람의 정신만이 아니다. 건국정신과 통일정신을 함께 품어야 한다.

 

통일의 방향타를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문제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과연 이 두 가지 정신을 모두 계승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안보를 튼튼히 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남북대화와 교류, 주도적인 통일방안을 통해 분단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정부마다 방법은 달랐지만 통일이라는 국가적 목표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통일이라는 목표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단절을 강화한다고 해서 우리까지 통일의지를 약화할 수는 없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평화유지는 중요하며 긴장 완화도 필요하지만, 평화와 통일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평화를 위해 통일을 포기할 필요도 없고, 통일추구를 전쟁을 바라는 것으로 왜곡할 필요도 없다.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지도자가 대한민국의 지향점과 한반도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김구의 '통일독립'과 이승만의 '자유 수호'는 방법이 달랐을지라도 국가 운명을 향한 치열한 고민이었다.

 

광복 81주년을 맞은 지금, 정치 지도자들은 눈앞의 정쟁과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가의 출발점과 지향점을 재점검해야 한다.

 

세상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동북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모른다. 지금 아무 일이 없다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역사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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