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정권이 떠벌이고 있는 ‘적대적 두 국가’ 주장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최근 수년간 청년, 청소년들에게 통일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도 ‘힘든 통일 왜 해야 하나’라는 것이 주된 반응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한반도 통일이 갈수록 문이 닫히는 듯한 얘기들이다.
그러나 통일의 시간은 멈춘 것이 아니다. 통일의 주자가 바뀌고 있을 뿐이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의 통일담론은 대부분 전쟁세대와 산업화세대가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제 통일의 성패를 결정할 사람들은 30대 이하 청년과 청소년들이다. 그들에게 키를 넘기지 않는다면 통일은 구호만 남고 미래는 사라진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은 더 이상 '알 수 없는 나라'가 아니다. 남쪽으로 넘어온 탈북민이 3만5,000명이 넘었다. 유튜브와 SNS, 다양한 북한 전문 콘텐츠는 북한 사회의 실상을 일상적으로 전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처럼 이념이나 선전에 의해 북한을 바라보지 않는다. 체제와 주민을 구분해 인식하는 분별력이 생겼다. 북한 정권에는 비판적이지만, 북한 주민은 함께 살아갈 미래의 이웃으로 보는 시각도 확대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통일을 바라보는 이유도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기성세대가 “같은 민족”을 먼저 말했다면, 청년들은 “전쟁 불안을 끝내기 위해” 통일을 말한다. 통일의 언어가 감성에서 현실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통일의지의 약화가 아니라 통일논리의 세대교체다.
젊은이들의 변화는 북쪽도 마찬가지다. 3대째 세습 독재 정권이 다시 냉전 시대처럼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주려 해도 정보의 물결을 막기 어려워지고 있다. 아프리카 쓰레기 마을과 중동 전쟁의 난민촌에서도 휴대전화가 필수 생존 수단인 시대다.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정보의 파도를 콘크리트와 철책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문명과 문화, 정보에 대한 북한 청년층들의 열망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반면, 우리의 통일운동은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학계도, 시민단체도, 종교계도 대부분 1980~90년대의 통일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토론회는 반복되고, 구호는 익숙하지만 청년들의 언어는 들리지 않는다. 청년을 교육의 대상만으로 바라봤지, 통일의 설계자로 세우는 데는 인색했다.
이제 50~60대 전문가들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일이다. 자신들이 축적한 역사와 정보, 국제정세 분석과 협상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체계적으로 전수해야 한다. 통일교육도 암기식 역사교육이 아니라 AI, 국제정치, 경제협력, 북한 주민 이해, 디지털 미디어를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
돌아보면 남북의 권력집단은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시간이 많았다. 남한에서는 냉전과 안보가 선거와 권력 유지의 도구가 되었던 시기가 있었고, 북한은 '반미·반남'을 체제 유지의 핵심 논리로 삼아 주민을 통제해 왔다.
주변 강대국 역시 각자의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한반도의 분단이 유지되기를 바랐다. 이런 역사는 분단이 단지 군사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의 비극적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는 특정 정치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민족의 역사적 십자가다.
그래서 통일은 정부나 정치권의 독점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의 정세 변화를 읽고, AI 시대의 정보전을 이해하며,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를 문화 코드로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통일 리더들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통일은 군사력보다 데이터가, 구호보다 콘텐츠가, 이념보다 공감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바통을 끝까지 움켜쥔 주자는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한다. 분단 이후 대한민국의 다음 70년은 통일의 횃불을 이어받은 청년들의 손에서 시작될 것을 믿는다. 이제는 통일의 성화(聖火)를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때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