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노래가 멈췄다,..휴전선 앞에서

송두록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4/01 [11:38]

BTS 노래가 멈췄다,..휴전선 앞에서

송두록 논설위원 | 입력 : 2026/04/01 [11:38]

보고 싶다” BTS는 이 짧은 문장 하나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은 한국어 가사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멀어진 친구를, 자신이 잃어버린 가족을, 혹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BTS보고 싶다는 이 한 문장 앞에서 무너졌다. 국경과 이념, 언어의 장벽은 그 순간 의미가 없었다.

 

송두록 논설위원    

그랬던 BTS 노래가 멈췄다. 총성과 철조망은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선, 바로 한반도를 가르는 휴전선 앞에서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지만 그 선을 기준으로 음악도 감정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이 노래가 위로가 되고, 또다른 곳에서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BTS321, 우리나라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 광장에서 ‘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공연을 열었다.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서로의 언어를 몰라도 어깨를 들썩이며 같은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공식 응원봉인 아미밤(ARMY Bomb)’ 수 만 개가 밤하늘 아래서 보랏빛으로 흔들리며 장관을 연출하고, 수만 명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떼창은 도시전체를 하나의 심장으로 고동치게 만들었다. 그 순간 광화문은 더 이상 서울의 한 공간이 아니라, 세계를 하나로 묶으며 용솟음치는 활화산이었다.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고, 이를 약 1,840만 명이 거의 동시에 시청했다고 한다. 세계 청소년이 약 12억 명이니까, 1.5% 정도가 된다. 숫자로만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의미로 보면 결코 작지 않다. 즉 지구 위 청소년 백 명 중 한 두 명이 같은 순간에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 서로가 공감을 나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수천, 수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에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은 감정을 서로 공유하다니, 순식간에 세계를 하나로 만든 그야말로 빅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도, 북한의 청소년들은 단 한 명도 함께 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 사실 앞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청소년들이 같은 노래에 울고, 웃고,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하나가 되는데, 왜 북한 청소년들은 같은 노래 앞에서 같은 마음이 될 수 없을까. 그 결과, 남북청소년들이 서로를 가장 낯선 존재로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가.

 

흥미로운 점은 체제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조차 특정 노래에 깊이 공감한다는 사실이다. 북한과 같이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의 한 고등학생도 BTS의 노래를 듣고 가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언어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사람의 감정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 이런 감정은 특정 국가의 것이 아니라 인간 모두의 것이다,

 

사실, 우리는 북한을 잘 모르고 있다. 교과서 속의 북한이나 뉴스 속에서의 북한은 익숙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과 일상, 청소년들의 삶에 대해서는 여전히 낯설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한반도 땅에서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모른 채 지나오고 있다. 이 낯섦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분단의 시간 속에서 북한을 같은 민족이 아니라 다른 세계처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두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말하는 통일은 거대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그 시작은 어쩌면 더 작고 훨씬 더 개인적인 질문에서 시작할지도 모른다.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이 단순한 질문을 서로가 서로에게 던질 수 있는 순간 이미 분단의 벽을 조금씩 넘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통일은 선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이해는 아주 작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같은 나이에 느끼는 불안, 같은 고민, 같은 감정, 그리고 같은 노래 한 곡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이미 중국 청소년들을 통해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기대해 볼 수 있다. 북한의 청소년들이 언젠가 BTS의 노래를 듣게 된다면 그리고 그들이 같은 순간 같은 가사 앞에서 멈춰 서게 된다면 그때 남북 청소년들이 서로를 이어주는 가장 긴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다. 그 다리는 철조망도 이념도 아닌 서로의 공감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 왔지만 실은 같은 감정을 품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보고 싶다는 그 노래의 마지막 끝 구절이 머물러줘로 끝난다. 떠나지 말고 머물러달라는 그 외침은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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