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정책에 대한 진단

윤현중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3/09 [14:20]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정책에 대한 진단

윤현중 논설위원 | 입력 : 2026/03/09 [14:20]

최근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대북정책의 핵심은 평화공존평화경제로 요약된다. 비록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고 했지만, 현 정부는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두 국가가 이미 현실이 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윤현중 논설위원

남북한 두 국가관계를 긍정하는 바탕위에서 대화를 통해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 이것이 현 정부의 평화공존정책의 목표다.

 

위의 정책을 추진하는 원칙으로 북한 체제존중과 흡수통일 배제 등을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언뜻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와 민족적 과업이 위험할 정도로 매몰되어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평화편향성이 초래하는 가치 불균형

 

평화는 인류가 지향해야 할 소중한 가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평화가 국가 정책의 유일무이한 목적자체가 되는 순간, 우리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유린을 외면하고, 평화를 위해 헌법이 명시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포기해도 좋은가 하는 문제다.

 

현재 정부의 논의구조에서 통일자유는 뒤로 밀려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국방안보적 관점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지도층의 분열과 국방이 안 되어 망한 전례가 있다.

 

한국전쟁과 천안함의 뼈저린 교훈도 있다. 그런데도 북한의 적대적 행동에 대한 실효적 대책이나 국방안보의 본질적 역할을 도외시하고 과거 10·4 선언식의 당국 간 협력과 퍼주기식 논의를 앞세우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기는커녕 대한민국을 한층 더 위협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역사가 주는 교훈, '동양평화론'의 비극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평화라는 수사에 현혹되어 주권을 잃었던 경험이 있다. 20세기 초, 일제는 '동양평화'를 내세워 우리 국민을 기만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을 잘 아는 일본제국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면서도 동양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했고 한국 강제로 병합하면서도 입으로는 한국을 위해서, 동양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선전했다.

 

이에 현혹된 이들은 한일합방이 곧 평화의 길이라며 나라를 팔아넘기는 망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용구와 송병준 같은 이들이 결성한 일진회의 합방청원 운동은 평화와 연대라는 이름 아래 자유와 주권을 포기했을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지금의 '평화적 두 국가론'이 자칫 북한의 전제주의 체제를 영구화하고 우리의 안보 주권을 약화시키는 현대판 '동양평화론'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어떤 사회든 극단적인 주장에 매몰되면 국가 전체가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 흐르는 '평화 지상주의'는 자유와 인권, 그리고 통일이라는 가치를 실종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평화는 자유로운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고 국가안보가 굳건할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결과물'이지,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얻어야 할 '절대적 목적'이 아니다. 북한 주민의 자유를 외면하고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뒤로한 채 얻어낸 평화는 언제든 깨어질 수 있는 유리그릇과 같다.

 

 자유와 통일 없는 평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는 '평화'라는 수사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의 근간위에 통일의 길을 여는 당당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평화 지상주의'의 함정, 자유와 통일 없는 평화는 방향타 없는 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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