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된 자동차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재봉의 시선 /외래어 남용과 오용 ⓵

이재봉 원광대 정치외교학, 평화학 명예교수 | 기사입력 2026/03/06 [15:36]

우리말로 된 자동차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재봉의 시선 /외래어 남용과 오용 ⓵

이재봉 원광대 정치외교학, 평화학 명예교수 | 입력 : 2026/03/06 [15:36]

식당이나 음식점은 레스토랑이나 푸드 코트로 변해야 고급스러워지는 모양이다. ‘테이블에 자리 잡아, ‘메뉴를 보고 오더한다. ‘사이드 메뉴를 덧붙이기도 한다. ‘브런치런치 스페셜또는 디너를 먹고 디저트를 즐긴다. 국물이 튀길까봐 에이프런을 두르고 먹기도 한다. 식당 일손이 달리니 물이나 추가 반찬은 셀프봉사가 흔하다.

 

찻집이나 다방 또는 빵집이 사라진 자리에 커피숍이나 카페또는 베이커리가 들어서 커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드링크를 팔고 브레드케이크스낵도 취급한다. 식당이나 카페테이블을 차지하지 않고 테이크 아웃을 택하면 값이 디스카운트된다.

 

카운터에서 캐시어에게 카드로 계산한다. 음식이 푸드로 바뀌니 해산물은 씨푸드가 되는데, 내가 사는 농촌엔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운 로컬 푸드가 유행이다. ‘토속 음식이나 지역 음식이라고 하면 영어에 친숙하지 않을 농부들이 말하거나 알아듣기 쉽고, 시골의 정겨움이 담길 것 같은데 말이다.

 

집은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단독주택은 하우스, 연립주택은 빌라멘션으로, 공동주택은 아파트로 변신한 지 오래됐다. 도시에서든 농어촌에서든 아파트 이름이 무슨 뜻인지도 모를 기다란 외래어로 표기돼 있다.

 

어디 유학생이 장학금 신청하면서 주소에 무슨 ‘castle’이라고 썼더니 캐슬(·저택)’에 사는 사람도 장학금을 신청하느냐고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건물은 빌딩이라야 하고, 이름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으로 붙여야 제격인 듯하다.

 

농촌엔 발음하기 어려운 로컬 푸드가 유행

토속음식이나 지역 음식이라고 하면 영어에

친숙하지 않은 농부들 말하거나 알아듣기 쉽고

시골의 정겨움이 담길 것 같은데 말이다

 

방 앞엔 무슨 이나 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건물 안에 변소나 화장실은 사라지고, ‘레스트룸이나 ‘Toilet’ 또는 외국에서도 거의 쓰지 않는 ‘W.C’가 보인다. ‘레이디젠틀맨이라고 써놓기도 한다.

 

객지에서 숙소를 잡으려면 여관이나 여인숙은 보이지 않고, ‘모텔이나 호텔또는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펜션’, ‘리조트,’ ‘리조텔’, ‘콘도등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집 전화기를 없애고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을 마련하면, ‘KT’‘SKT’ 또는 ‘LGU’ 같은 통신사에 가입해야 한다.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는데,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영어글자를 붙인 은행이 대부분이다. 요즘 뜨는 인터넷 뱅크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등엔 아예 은행이란 말이 빠져있다.

 

난 역마살이 끼었느냐는 핀잔을 들을 만큼 여행을 즐기는데, 이동 수단 중 브랜드나 이름이 우리말로 된 자동차가 있는지 궁금하다. ‘럭셔리, ‘프리미엄이든, ‘제네시스’, ‘그랜저’, ‘아반떼’, ‘싼타페’, ‘소렌토등 자동차 이름의 뜻을 알고 운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에 오르면 핸들을 붙잡고 빽밀러싸이드미러를 번갈아 보며 도로에 조그만 포트홀은 물론 커다란 싱크홀이 있는지 살피는 게 좋다. 요즘 고라니가 민가에 많이 내려오니 밤에 운전할 때는 로드킬을 조심해야 한다. 행인에게나 앞차를 상대로 하이빔을 번쩍거리거나 크락션(클랙슨)’을 빵빵 울리는 무례한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내가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여행하며 즐겨 찾는 곳 가운데 하나가 식물원이다. 꽃을 몹시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정원이나 공원 대신 가든이나 파크라는 말을 많이 쓴다. 20226월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용산에 공원을 만들겠다며 이름을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을 거라고 얘기했듯이 말이다. 중앙공원은 밋밋하고 센트럴 파크는 그럴싸한 느낌이 들기 때문일까.

 

 

 

 

  • 도배방지 이미지

문수봉의 봄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