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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반도에서 가장 행복했던 이가 김정은이다. 국내외적으로 모든 일이 잘 풀렸다. 집권 십여 년이 지나며 통치술도 늘었다.
첫째, 중국 전승 80주년 날, 톈안먼 광장 주석단에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섰다. 2018~19년 트럼프 대통령과 1대1로 두 번이나 자웅을 겨룬 것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하지 못했던 ‘쾌거’였다. 비록 세 사람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국제 정치를 논하는 장면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사회주의권 한 축임을 보여주었다. 북한 주민으로부터 깊은 경외심과 존경심을 일으켰다.
둘째, 트럼프에게 크게 한 방 먹이며 2019년 2월 하노이의 수모를 제대로 앙갚음했다. 만남의 시간·장소도 김정은의 원대로 따르겠다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 발언하고 대규모 투자 의사도 밝히며 구애한 트럼프를 무시했다. 백악관 트럼프의 큰 탁자 앞에 다소곳이 빙 둘러앉은 유럽 주요 지도자들과 차별성도 보였다. 트럼프가 대북제재 지속·강화를 지시하며 불만을 보이고 있다. 금년에도 추파는 여전할 것으로 김정은은 느긋하게 트럼프가 제시할 보따리를 살피고 있다.
셋째, 거만하기 짝이 없이 자신을 얕본 남쪽 대통령이 스스로 나가떨어지고, ‘자칭 진보’ 정부가 들어섰다. ‘비례성의 원칙’이니 ‘원칙에 입각한 대북 정책’이니 하며 강하게 맞서던, 자유민주적 통일을 외치고, 통일의 길에 김정은이 아킬레스건과 같이 민감하게 여기는 북한 주민의 변화·역할을 주장한 윤석열이 눈엣가시였다.
사실 2023년 말부터 김정은이 ‘2민족·2국가’를 주장해, 통일에 북한 주민의 민족자결권 행사를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도 윤석열의 통일정책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칭 진보’ 정부도 보수와 다름없이 똑같다는 원색으로 거듭 비난해도, 트럼프 이상으로 만남을 고대하며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유화의 손을 흔드는 이재명 대통령이다. 트럼프와 이재명을 어떤 방식·순서·내용으로 만나줄까 저울질하는 김정은이다.
넷째,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맺어진 혈맹 러시아의 지원으로 핵 무력을 포함한 무력강화를 바다속·해상·육지·공중·우주에 걸쳐 착착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손에 꼽을 것이 북한판 이지스함인 최현급(5,000t급) ‘다목적전투구축함’ 2척 진수와 건조 중인 8,700t급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이다. 대공·대함·대잠·대탄도미사일 등 첨단 무장 체계를 갖춘 다목적전투구축함은 북한 자체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이고 핵 잠수함도 마찬가지다. 2024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대북국제제재 전문가 감시체제가 무력화된 후 대북제재가 사실상 형식화 된 현실을 보여주었다.
다섯째, 우크라이나 특수로 2024년에 이어 플러스 경제성장이 확실한 가운데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1~2025)을 성공이라 자평하며 대충 마무리했다. 6년 전 경제정책실패를 자인하며 다시 야심차게 제시했던 5개년 계획의 전망이 어려워지자, 중간 물타기로 2024년에 발표하고 지난해 총력을 기울였던 ‘지방발전 20x10정책’(매년 20개 시·군씩, 10년간 집중 개발해 지방의 물질·문화생활 수준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김정은이 몸소 모든 지방 완공식에 참여해 성과를 주민에게 홍보하며, 구렁이 담 넘듯 5개년 계획을 성공이라 선전·선동하며 넘어갔다. 통상 12월 마지막에 열렸던 당 중앙위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지난해 12월 초(9~11일)에 개최해 5개년계획 총결산 세부보고 없이 후다닥 정리하고, 아직 못한 부분은 연말까지 하라는 교시로 자신은 슬며시 빠져나갔다.
여섯째, 파병 특수작전군 폭풍군단의 전사·상자가 속출하자, ‘국제적 정의’와 ‘세계평화 수호’를 위한 전쟁에 동참하려 자원입대·파병을 호소하는 전국대회를 경쟁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애국 열기를 조성했다. 전사·상자 가족은 불만을 표하기는커녕 앞장서야만 했다. 생존해도, 사망하고 다쳐도 돈 벌어주는 파병군이다. 그들을 영웅화하고 묘지를 성역화하며, 김정은은 그들과 가족의 충성·애환·아픔을 온몸으로 함께하는 자애로운 아버지 모습을 연출했다.
유가족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성금이 전국적으로 답지하게 만들고는 김정은은 짐짓 자신이 그들을 돌보겠다며 정성들을 주민에게 되돌려주라 지시하는 위대한 수령상을 보여줬다. 주민들이 낸 성금을 다시 받아 갈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
일곱째, 지난해엔 숙명과도 같았던 홍수피해가 없었다. 근본대책을 강구할 경제여력이 없고, 체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물난리로 해마다 해당 지역 관리를 문책하며 넘어가야만 했던 수재다. 간만에 알곡 증산을 말할 수 있다.
여덟째, 소리 없는 해킹과 컴퓨터 사기·조작으로 조 단위, 확인할 수 없이 큰 금액을 탈취하고 있다. 김정은, 총성 없는 전쟁을 승리로 이어가고 있다. 비용·투자 대비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오로지 독려와 충성심으로 천문학적 성과를 낸다. 발각되어도 별 피해가, 책임이 없다. 그 통로를 닫고 다른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북한 해킹 소행이 발각될 때마다, 그 갈고닦은 실력이 알려질 때마다, 모든 국가가 주요 전산망의 안전을 우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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