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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미 양국의 정권 교체 등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1월 재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발표한 미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비핵화’ 단어가 빠진 대신, 중국 견제를 위한 한·일의 군사적 역할을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한미 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실 직시, 냉정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연쇄정상회담을 통해 공조체제를 공고히 한 것은 외교적 성과로 평가할 만하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를 명시한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한 것은 동맹의 지속성을 재확인한 대목으로 고무적이다.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지난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대북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남북 간 갈등을 야기해 온 단체에 대해 대북전단 살포중지를 요청하고, 휴전선 확성기 방송을 중단·철거하는 등 유화적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또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평화적 2국가론’을 공식화하며 통일부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민간차원의 대북 접촉도 전면 허용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확성기 소음방송 중단에만 제한적으로 호응했을 뿐, 연락채널 복원이나 군사회담 제안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북·중·러 연대를 과시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다. 우리 정부가 사실상 ‘2국가 체제’를 전제로 한 유화책을 제시했음에도 북한은 이를 대화의 마중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국면일수록 정부는 성과를 과장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냉정하고 신중한 대응에 집중해야 할 때다.
미·북 대화 중재안 마련...외교역량 쏟아야
2026년의 한반도 정세도 밝지 않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안개 속을 걷는 형국이다. 연초부터 북한의 제9차 당대회와 4월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굵직한 변수들이 예고되어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개선의 의지를 다지고 있으나, 냉혹한 국제정치의 역학구도와 국내외 정치일정은 우리에게 그리 넉넉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4월 미·중 회담은 남북 관계의 최대 분수령이다. 우리정부는 트럼프가 중국에 가기 전, 미국의 회담대책에 남북관계의 핵심 이슈인 한반도 평화공존, 비핵화 방안 구상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북한도 2월 제9차 당대회를 통해 '북·중·러 협력'과 '핵무력 강화'라는 기존 전략을 재확인하면서 중국에 남북관계, 비핵화 안건 관련 의견을 전달하고는 4월 미·중 회담의 향배를 관망할 것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기류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미·중간의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트럼프-김정은 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을 것이고, 양국 관계가 파행으로 치닫는다면 북한은 미사일 도발 등 고강도 압박 수단으로 회항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남북 관계의 돌파구는 서울이나 평양이 아닌, 미·중 간의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찾아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미·북 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는 한, 북한이 남북대화 테이블로 먼저 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노력해야 할 시간, 즉 미, 중에 우리의 입장을 넣을 '골든타임'은 상반기 초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미·북 양측이 모두 수용 가능한 '현실적 비핵화 방안'과 구체적인 협상 카드를 만들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을 미국과 사전에 조율해 놓는 것이 급선무다. 우려되는 것은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시간적·환경적 제약이다.
국내 정치일정은 6월 3일 전국동시 지방선거다. 상반기 국정 동력의 상당 부분이 국내 정치로 쏠릴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하반기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판세가 불리한 트럼프 행정부가 표심잡기에 몰두하면서 한반도 현안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위험성이 크다. 결국 내년 상반기가 무위로 지나갈 경우,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임기 초반의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평화'라는 선언적 목표만으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 정부는 미·중관계의 틈새를 파고드는 치밀한 전략과 함께, 미·북 대화를 추동할 구체적인 중재안 마련에 모든 외교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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