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제외한 외국인 대상 2월 라선특구 관광 허용...3월에 다시 중단

기획/북한의 라선특구 관광

윤현중 기자 | 기사입력 2025/03/10 [15:57]

한·미 제외한 외국인 대상 2월 라선특구 관광 허용...3월에 다시 중단

기획/북한의 라선특구 관광

윤현중 기자 | 입력 : 2025/03/10 [15:57]

3주 만에 일장춘몽처럼 지나간 라선특구 관광에 대한 정보다. 이 소식은 주로 고려투어(Koryo Tours)와 영파이오니어투어(Young Pioneer Tours)에서 나왔다.

 

고려투어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영국인 소유 북한 전문 여행사이고 영파이오니어투어는 뉴질랜드인이 중국 베이징에 설립한 여행사다.

 

원래 코로나 사태로 국경선을 봉쇄했던 북한이 20252월에 미국과 한국을 제외한 외국인 대상으로 라선 경제특구 관광을 허용했다가 3월에 다시 중단한 것이다.

 

중단한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거나 북한 당국이 발표한 것이 없다. 최근 라선특구를 다녀온 관광객이 SNS에 올린 여행수기가 주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체로 그들이 목격한 것이 부정적이고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이 와서 북한 가이드와 대화하는 과정에 외부 정보가 북한으로 흘러들어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광을 다녀온 자들이 북한 가이드와 그런 대화를 했다고 실토했다.

 

부작용에 비해 효과, 수익이 적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큰 규모의 단체로 와야 돈이 되는데, 중국인은 북중 관계의 악화로 오지 않고 일부 서방 관광객이 와서 기대와 달리 수익이 적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자국민의 북한관광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문호가 닫힌 북한의 변화된 모습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도 오랜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서방 관광객 대상 45일 관광상품

 

이번에 허용된 관광 상품은 지난 5년간 외국인의 입국을 철저히 통제해 온 북한이 220일 라선 경제특구에서 서방 관광객들을 받아들였다. 45일 관광 상품이었다.

 

관광을 허용했던 라선경제특구는 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1년 지정한 특별경제구역이다. 위치는 과거 라진, 선봉이 있던 곳으로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맞댄 함경북도 북동부에 위치해 있다.

 

국경선 허용되는 사람과 통과 절차로 북한 당국은 2025214일 북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에게 한국인, 미국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에게 라선 관광을 공식 개방한다는 소식을 통지했다. 미국과 대한민국 사람의 입경을 허용하지 않았다.

 

영국인 관광객에 따르면, 여행사의 현지 가이드로부터 북한에 들어가기 전 주의 사항, 지도자를 모욕하지 말 것, 이념을 비판하지 말 것, 그리고 판단하지 말 것을 들었다.

 

프랑스인 관광객에 의하면, 중국 길림성 연변자치주 연길시에서 모여 북한 국경으로 이동한 후 원정대교라고 불리는 두만강대교를 통해 라선으로 이동했다.

 

중국 쪽에서 엄하게 서류 검사하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 북한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북한 입국 절차는 수월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위생검사를 철저하게 진행했다.

 

주요 결제 수단은 중국 위안화(RMB)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백신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체온을 측정하고, 가방 소독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곳 국경선은 코로나19 국경봉쇄 이후 러시아 관광객을 제외한 외국인 관광은 열리지 않았었다.

 

북한의 가이드가 평소보다 많았다. 두 명의 경험 많은 가이드 외에 투어 경험이 없는 학생 두 명이 더 배치됐다. 외국인을 처음 본 20세 여대생 가이드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긴장하더니 점차 편하게 소통했다.

 

영국인 관광객에 의하면, 북한에서의 투어가 북한 내 현지 가이드의 엄격한 감시 아래 움직였으며 사전에 승인된 일정대로만 이동할 수 있었다. 가이드 없이는 호텔을 나갈 수도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가이드에게 알려야 했다.

 

라선은 북한이 인터넷, 은행 시스템 등 새로운 정책을 실험하는 곳이다. 카드 결제 시스템이 시도된 지역으로 북한의 자본주의를 실행하는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금 대신 쓰는 카드는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았다.

 

이번에 라선특구에 간 관광객들의 말에 따르면, 현지 은행에서 현금카드를 지급받았지만 유용하지 않았다. 방문한 가게에서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이름이 기재되지 않은 익명의 카드였다. 25위안(4달러) 정도를 충전해 보았으나,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다. 주요 결제 수단은 중국 위안화(RMB)였다. 택시 요금은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고 들었으나, 단체로 이동했기 때문에 사용할 기회는 없었다.

 

인터넷도 정상 가동되지 않았다. 관광객에 따르면, 호텔 내 와이파이의 신호가 약해 인터넷 사용이 어려웠다. 유일하게 접속이 가능했던 곳은 중국, 러시아 국경 인근이었다.

 

프랑스인 관광객에 따르면, 서구 사람 대상 첫 번째 관광이었던 만큼 관광 일정에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다. 아침마다 북한 당국과 협의하며 그날의 일정을 조정해야 했고, 저녁에 일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긴 했지만, 아침이 되어야 최종 확정됐다.

 

45일 동안 해안 공원, 비파섬, 룡성맥주공장, 사슴목장, 라선 소학교 방문 등을 했다. 맥주가 예상보다 맛있었고, 매 식사 때마다 지역 맥주가 제공되었고, 거의 하루에 5병 이상의 맥주를 마신 것 같다. 대동강맥주뿐만 아니라 두만강맥주를 마셨다. 체육관에서는 태권도 공연이 열렸고, 김치 만들기 체험도 진행됐다.

 

중국 북한과 어색한 관계 유지

 

북한 주민의 일상적인 모습에 대해 영국인 관광객은 거리에서 노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모두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광경은 다소간 암울하게 느껴졌다. 학교 방문 당시 여덟 살의 어린이가 탄도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하는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춤을 선보였다.

 

일정에 없던 고급 소비재 시장을 방문했다. 청바지, 향수뿐만 아니라 짝퉁 루이비통 가방과 일본산 세탁기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사진 촬영을 금지했다.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되지 않았다. 아마도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듯했다.

 

분석, 평가 의견은 처음 북한이 라선특구 개방을 들고 나왔을 때 북한에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다만, 라선지구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본격적인 문호 개방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은 나름 국제정세를 유리하게 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외국인 관광을 3주 만에 갑자기 중단한 것을 보니, 뭔가 계획과 결과 간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 정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지고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멀어지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이 진행 중이며, 러시아와 틈이 생기는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도 어색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정세와 관련하여 북한 당국은 자기들이 취한 조치에 대해 조금 수정해야 한다고 봤을 수 있다. 북한 내부의 일이고 발표가 없어 알 수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북한 당국은 미국과 대한민국을 콕 짚어서 라선관광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북한이 문호를 열고 외국인에게 관광을 허용할 때는 김정은의 승인을 받았을 것이다. 외국인 관광으로 수입이 얼마 정도 될지도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이 SNS에 체험담과 사진을 올리는 것도 예상했을 것이다.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 것 때문에 관광을 중단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관광은 돈이 목적이므로 돈이 생각만큼 벌리지 않는다면, 실보다 손이 많다고 판단해 중단할 수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오지 않는 서방 외국인 대상 관광객은 실익이 없다고 보았을 수 있다. 혹은 중국측으로부터 압력이나 메시지가 들어왔을 수 있다

 

 

 투자소개서에 실린 라선특구 무역구의 전경.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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