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00년 사이에 망국과 식민지와 분단과 전쟁과 군사독재를 겪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에게는 성취도 있고 한계도 있다.
윤석열의 내란은 우리 사회의 한계이자 취약점을 노출한 것이고 내란 수괴를 체포한 것은 우리 사회의 자정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분단을 옹호하고 친일과 친미에 줄 댄 반공 보수 기득권의 세계관이 있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이르는 정당과 그 지지자들의 세계관이다. 이번에 윤석열의 내란을 옹호함으로써 정당의 실체를 드러냈다. 내란 옹호당의 낙인을 받은 정당이 얼마나 오래갈까?
분단과 친일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온건 보수의 세계관이 있다. 그간의 명칭 여하를 떠나 통상 민주당으로 불리는 정당과 그 지지자들의 세계관이다.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의 회복에 기여했고 분단에 맞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을 표방하지만 계급적으로는 중산층 정당이다. 이번에 윤석열 내란의 진압에 앞장섰고 보수 기득권 정당과 정권을 주고받을 정도로 성장한 수권정당이다.
분단구조에도 불구하고 좌파의 관점에서 노동자와 농민 등 민중의 계급적,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당과 정치세력의 세계관이 있다. 해방 직후의 좌파정당, 한국전쟁 이후의 진보당 등 혁신정당, 최근의 민중당, 노동당, 정의당 등의 세계관이다. 우리 사회 모순구조의 대척점에 서있는 정당이고 보수정당의 정책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정당으로 발전했지만 최근 정치적 위상이 약화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인종적, 종교적, 언어적, 문화적 갈등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복합 다당제의 정치구조를 갖기는 어렵다. 지역 갈등이 존재하지만 지역적 정당의 등장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위의 세 가지 세계관의 대별이 우리 정치의 기본적인 존재 방식이다.
이 상황에서 윤석열의 내란과 국민의힘의 내란 옹호는 반공 보수 기득권적 세계관의 파탄을 예고한다. 사실 민주화 과정에서 위축되고 있었지만 억지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했는데 이번 내란 사건으로 소멸 수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민의힘으로 이어져온 이 정당의 한계는 군사독재가 사라지고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존립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정당에는 미래를 향한 지향이 없고 정책도 없다. 오로지 명분 없는 보수와 기득권 고수와 상대에 대한 반대만 있다. 그러니 쓸 만한 사람이 없어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등 계속 외부에서 명망가를 끌어온다. 그러나 이제 더 끌어올 사람도 없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보수 반공 친일 기득권의 정치적 공간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공간은 온건 보수, 민주 보수, 통일 보수, 합리 보수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누가 언제 그 깃발을 들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머지않아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이 흐름이 민주당에도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진보정당의 공간이 어떻게 열릴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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