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평] 북한이 역사와 민족전통 강조한 시점 밝혀

북한문화, 닮은 듯 낯선 모습/ 임채옥 지음

윤현중 기자 | 기사입력 2024/01/04 [17:01]

[신간 서평] 북한이 역사와 민족전통 강조한 시점 밝혀

북한문화, 닮은 듯 낯선 모습/ 임채옥 지음

윤현중 기자 | 입력 : 2024/01/04 [17:01]

이 책은 북한문화, 닮은 듯 낯선 모습이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사람, 북한 사회가 우리나라 문화의 연장선에 있는 듯이 보이면서도 우리와 다른 것이 들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와 관련하여 저자는 북한이 역사와 민족전통을 강조하기 시작한 시점은 알겠지만, 그 이전은 오로지 북한은 해방후부터 모든 분야에서 소련을 따라 배우자를 목표로 했고 정권수립 후에도 민족전통을 폄하하는 행태를 보여왔음을 주장했다.

 

그런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그럼 왜 북한이 왜 소련을 따라 배우자고 했느냐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없다.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는 측면에서 말한다면, 소련군은 1945년에 북한에 와서 일본군을 무장 해제한다는 당초의 목적을 뛰어넘어 아예 북한만의 공산화를 실시했다. 38도선에 철의 장막을 쳐놓고 무력 위협 하에 급격한 공산화를 했다. 반공(反共)국가 일본제국 치하에 있던 북한 주민에게 민주혁명이라고 미화하지만, 느닺없이 공산화, 혁명적인 공산화를 실시했다. 타율적인 공산화, 소련의 위성국화, 소련군과 그들의 하수인 고려인 공산주의자가 와서 한 소련식 공산주의, 즉 레닌 스탈린 체제를 북한에 이식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긍정적인 데에 두었다. 책을 펴낸 목표로 남북한의 문화 중 전통 부분을 포함해서 공통적인 것, 닮은 것이 살아 있다면, 그것을 통해 또 그것이 남북한 문화통합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점, 좀 오버한다면 통일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민족문화라는 공유의 보편성을 찾아내면 남쪽에서 북한을 포용하려는 마음이 생길 것이고 북한과도 현재의 남북한 간 특수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상국가간의 관계로 바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런 변화에 기여하고자 함이 목표라고 했다.

 

책의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한다.

단군 비신화화 과정이란 소제목으로 저자는 북한이 단군릉 발굴, 단군릉에 제사 지내고 단군릉으로 남북 공동행사 하려는 것의 의도가 무엇일까 자문한 뒤 그것은 결국 주체사관을 내세우는 김일성 우상화의 일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군 관련해서는 불행히도 남북문화 공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앞으로 큰 기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북한에서 109일 한글날 대신 115일 훈민정음 창제일을 기리는데, 그것은 한글을 지키기 위한 주시경 등 우리 선각자들의 일제강점기 투쟁을 도외시하는데다 한글 창제 당시의 사정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록을 봐도 정확한 창제일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과 훈민정음은 만들어 바로 사용한 게 아니고 완성한 뒤에도 신중을 기하려고 3년을 더 연구해서 반포한 것이니 반포한 날이 한글날을 기리는 날로 더 타당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판 조선왕조실록, 옛날 광화문 북한자료센터가 있을 때 그곳에서 리조실록, 즉 조선왕조실록 번역된 것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실록을 번역하여 고전번역원에서 서비스해주지만, 그때는 북한의 리조실록 번역본만 있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리조실록이 6.25때 북한군이 서울에서 가져간 것이라니 아연하다. 창경궁 장서각에 있던 것을 약탈해갔다고 한다.

 

 남북 사이 민속게임을 달리 부르는 데 재미가 있어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위바위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돌가위보로 부른다고 한다. 순서를 일본의 잔껜보, 중국의 젠다오 스터우 부 순서와 같이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줄다리기를 북한에서 바줄당기기라고 한다. 또 북한에서 장기를 둘 때는 장군아, 멍군아 하지 않고 장훈이야, 멍훈이야라고 한다. 김일성 때문에 장군을 함부로 못 부른다나.

 

산맥이란 단어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붙인 용어고, 조선시대 산경표에는 대간과 정간, 정맥이 있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백두대간, 장백정간이 각 1개씩 있었고, 정맥은 청북정맥, 청남정백 등 13개가 있었다. 한편 우리가 배운 14개 산맥은 일본 학자가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산맥이름을 보니 대개 산 이름이나 고개 이름을 사용한 것이니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된다.

 

 책에서는 6.25전쟁 때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기에 앞서 민족문화유산을 걱정해서 진격을 늦춘 듯이 선전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사실이 아니면 싣지 말아야지 굳이 허위 선전을 싣고 부인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는 북한을 선전해주는 내용이 액면 그대로 실려 있는 곳이 많아 이 책을 볼 때는 독서지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의 단점은 모든 문화사업을 김일성의 업적이고 김일성이 지시해서 가능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일일이 북한의 선전 내용을 인용한다는 점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독재사회, 우상숭배의 북한에서 김일성이 말했다고 하는 요지를 언급하면 되지, 굳이 선전 문구를 인용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모든 것을 김일성 덕이라고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임을 상기해야 한다.

 

 북한 독재자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선전을 그대로 책에 실어놓은 것은 큰 단점처럼 느껴진다. 또 개고기를 북한에서는 단고기라고 하는데 이것을 민족요리로 소개하는 것도 불편하다.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까지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도서출판 JMG 창비 2023910일 발간, 정가 17,000원 윤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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