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본적 권리는 오래전부터 인간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가치로서 그 존엄성과 함께 인정받아 왔다. 이에 대해 세계기구는 유엔헌장, 세계 인권선언, 그리고 인권협약이나 규약 등을 통해 인류의 기본권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18세기 철학자 토머스 페인은 ‘헌장’과 같이 인간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권리’는 모든 사람이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헌장이 그 권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인간 존엄의 상징인 기본권을 또 다른 인간들이 부여한다는 것은 모순인 것이다.
사실 어느 국가든 일정한 경제 수준에 오르면 국민의 의식주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기본권을 국민 스스로가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가와 지도자의 기본 역할은 이러한 여건을 만드는 것이지 국민의 기본권을 자신들이 움켜쥐고 나눠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의식주 문제는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까? 북한은 이 모든 문제를 국가가 직접 개입하여 풀어왔다. 북한이 의식주 문제를 그동안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북한은 한때 주민들의 피복을 공급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방안을 찾은 듯했다. 바로 비날론의 발명이었다. 남한에서 활동하던 리승기 박사를 북한으로 유인하여 발명토록 했던 비날론은 당시 북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일성 주석은 즉시 양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1950년대부터 함흥지역에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전력을 잡아먹는 비날론의 생산방식은 실험실에서 좀 더 개발되었어야 했다.
결국, 최고지도자의 성급한 결정과 막대한 투자는 고난의 행군 시절 공장 폐쇄와 함께 실패로 끝났다. 외부로부터 원자재나 기술의 지원 없이 생산 공급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주체섬유’는 아직 북한 주민들의 피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먹거리 문제는 어떠한지 들여다보자. 현재 북한에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곳곳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고난의 행군 시기는 북한 주민들은 국가의 안정된 배급망이 끊기자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많은 주민이 죽음에 몰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장마당을 비롯한 다른 방법을 터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1990년대보다도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해법을 기대했던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 회의가 지난달 26일부터 열렸으나 “올해 알곡 고지를 기어이 점령하고 농업발전의 전망목표를 성과적으로 달성해 나가자", "전체 인민의 단결된 힘이 있는 한 못해낼 일이 없다"는 식의 구호 제창에 그치고 말았다. 북한의 주거문제는 그동안 떠들썩한 뉴스거리로 장식되기도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입지를 다지고 권력 유지에 활용된 수단에 불과했다. 평양의 고층건물과 화려한 색상연출 같은 것은 대외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3년간 평양을 비롯한 외곽지역에 대규모 주거단지 등 대규모 건설 사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러한 행보가 애민사상에 따른 것처럼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화성지구, 송신·송화지구 등의 대규모 주거단지에 많은 주민이 동원되며 건설되는 가운데 대동강 변의 다락식(테라스형) 살림집이 완공되어 고위층 인사들이 입주하는 모습은 대다수의 북한 주민에게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평양에 지어진 고층아파트가 대부분 특권층에게 주어지는 혜택이긴 하지만, 잦은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서고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먹는 물까지 계단으로 길어다 먹여야 한다면 이 또한 성공적인 정책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북한의 현실은 아직도 엄혹하기만 하다. 특히 이런 현실에 비추어 연일 쏘아 올리는 각종 미사일은 김정은 위원장의 초조함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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