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중용.가치관 갖춘 정치인 없소

박신호 방송작가 | 기사입력 2023/03/06 [11:26]

중심,중용.가치관 갖춘 정치인 없소

박신호 방송작가 | 입력 : 2023/03/06 [11:26]

정치판이 갈수록 혼탁하니 문득 지난날 한 정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미국 영화가 생각났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미국 하원 의원들의 입법 활동이 얼마나 치밀하고 치열한가를 짐작하게 한 것이다. 일례로 국가의 주요 정책을 집행할 한 안건을 올리기 위해서 의원실이 총동원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인다. 유명 대학교 출신의 유능한 보좌관들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법 관련 인물은 물론 필요한 자료가 있는 곳이면 어디고 달려가는 것이었다. 일하면서 불만의 소리 같은 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농담으로 집을 찾아가자고 나올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할 정도다. 한 건의 입법을 위해 의원과 함께 의원실이 일사불란하게 주야장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쉬지 않고 움직이는 공장과 같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하지 않았으면 허구일 뿐이라고 했을 것이다.

 

직업에, 일에 몰두한다는 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이며 권리이고 삶에 대한 기본자세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마다 생색을 내는 사람이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 놓고 칭찬해달라고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만이 아니다. 직장마다 이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 참 딱한 노릇이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하는 일인데 어쩌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을 보면, 일부지만 한심할 때가 많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라면서 으스대기 좋아할 뿐, 일 안 하기로 손가락 꼽힐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처리해야 할 법안이 수만 건이 잠자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핑계만 대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지난 삼일절만 해도 그렇다. 임시국회를 열겠다고 해 놓고는 당일에 문은 잠겨있고 불조차 켜 놓지 않았다. 또 그 시간에 해외에 나가 있었던 의원도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국회를 여는 것보다 문을 닫고 있는 게 에너지 절약이 돼 국익이 되어선가 보다라고 했다.

 

 우체국 직원들이 일하는 걸 취재한 적이 있다. 특히 집배원에 대해 집중 취재했었다. 라디오 연속 방송극을 쓰기 위해서였는데 사명감 하나로 일하는 걸 수없이 목격하고 들었다. 집집에 달랑 배달하는 편지 한 통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오만 사연이 담겨 있다. 한 자 한 자 읽어가며 눈물도 떨어트리고 환하게 웃기도 한다. 그런 깊은 사연을 품고 집배원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추운 엄동설한에도, 푹푹 찌는 혹서에도 일일이 한 통 한 통 배달하고 있다. 빗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질세라 몸으로 감싸며 배달한다. 오늘도 그렇게 우리 손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런 고마운 집배원과 국회의원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히 평가해 보자. 국회의원이 고마운가 집배원이 더 고마운가를.

 

좀 오래전에 들은 얘기다. 부자 회장이 하도 정치에 시달리다 못해 큰 결심을 한다. 하루는, 식구가 다 모였을 때 누구고 정치가가 되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다.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 돈은 얼마든지 대 주겠다고 했다. 몇 명이 나서도 좋다고 했다. 그 이후 실제로 식구뿐만 아니라 일가 중 국회의원 희망자는 다 밀어줬다고 한다. 부자 회장이 뭐가 그리 아쉬워 굳이 집안에 국회의원을 두려고 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그런데 그랬던 그 회장이 얼마 가지 않아 정치에 더 실망하고 다시는 집안에 정치가를 두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지만 오늘날 이 나라 정치는 어떤가를 생각하면 한마디로 한심하다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직업군에서 등수에도 들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매달 1,300만 원씩이나 꼬박꼬박 받아 가고 있다. 게다가 근래 방송에 출연하는 현역 국회의원이나 전 국회의원이나 하는 말을 들으면 영 헛갈린다. 중심이 없고 중용이 없고 가치관도 없다. 헛갈리는 세상이라서 헛갈리게 말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헷갈리는 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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