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남북대학생의 통일기원 도보행군 300km

김홍주·노호성(남)·차세종(북) 대학생의 완주 후기

설송아 통신원 | 기사입력 2023/02/28 [14:51]

중앙대학교 남북대학생의 통일기원 도보행군 300km

김홍주·노호성(남)·차세종(북) 대학생의 완주 후기

설송아 통신원 | 입력 : 2023/02/28 [14:51]

“도보행군은 온전히 우리의 의지로 행한 일이었어요. 하루 35km 이상 걸으며 발목과 무릎에 통증이 밀려와 보호대를 착용하고 국토대장정을 완주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편하게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했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남북이 통일되면 서울-평양까지 도보로 행군해 통일한국 중심에 우뚝 서야 했으니까요.”

 

지난 2월14일부터 22일까지 중앙대학교 19학번 세 명이 서울-대구 도보행군을 완주하였다. 도보행군에는 남한 출신 김홍주(나노소재공학과)·노호성(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대학생과 북한 출신 차세종(바이오메디컬공학과)대학생이 함께여서 의미를 더했다. 특히 이들은 조직적 행사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국토대장정을 결심하였다는 데 감동을 전한다. 서울-오산-평택-천안-세종-대전-김천-칠곡-경북대학교-동대구역까지, 무려 300km이다.


김홍주 대학생 “겨울방학 기간 뭐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때 서울-부산까지 자전거로 국토대장정을 했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 정말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니 지금의 내가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어요. ‘한번 또 가보자’ 친구들도 좋은 생각이라고...그렇게 우리는 서울-대구까지 도보행군으로 국토대장정을 출발했습니다. 북한에서 온 친구와 함께 걸으며 북한 주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던 인상이 잔잔하게 남습니다.”


노호성 대학생 “우리가 선택한 도보행군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행했던 군사복무 시기 도보행군과 달랐습니다. 온전히 나의 의지로 행한 일이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포기가 가능한 사실이었죠. 솔직히 발목이 상해 통증이 심했던 3일 째, 병원에서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처방받고 산길을 걸으면서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300km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차세종 대학생 “‘젊어서 고생은 돈 주고 못 산다’는 말이 있지 않나요. 중앙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도 하면서 20대 청춘시절 뭔가 해보고 싶었어요. 국토대장정을 도보행군으로 경험해보자는 친구들의 제의가 너무 좋았습니다. 하루 35km 이상 서울에서 대구까지 9일 간의 도보행군은 쉽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평소에 들어보지 못했던 남한 친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저는 북한의 문화를 남한 친구들에 얘기할 수 있어 통일예행 분위기였어요.”


도보 행군 비용은 부모님이나 기관을 통한 예산지원이 아니라 전부 겨울 방학 기간 열심히 각자 알바노동으로 마련하였다고 한다. 스스로의 자립성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이다. 순국선열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작은 것에서 실천해야겠다는 MZ세대의 마음이 아닐까. 그래서 이들은 인가가 없는 산을 넘으며 넘어질 때조차 서로를 부추기며 한 사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서로를 보듬으며 국토대장정을 완주할 수 있었다고 훈훈한 후기를 남겼다.


노호성 대학생 “나의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에 힘을 받고 도보행군을 완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세상은 비행기나 ktx열차를 타고 편안하게 보고 즐기는 것과 전혀 다르거든요. 특히 도보행군은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의 깊이로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설계를 그려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기준과 신념이 있지만, 꿈과 행복은 작은 것에서 자신의 의지로 돌담을 쌓듯이 스스로 성취할 때 견고하지 아닐까요.”


김호성 대학생 “군대 훈련 과정 중에 행군훈련이 있습니다. 첫 훈련 때 침낭과 방독면 등을 착용하고 20Km를 걸으며 어깨가 으스러지고 발바닥에 물집이 튀어나오고...힘들었던 경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도보행군을 계획할 때 ‘설마 군대 훈련보다 힘들겠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하지만 군대 훈련행군은 어깨와 발바닥만 아팠다면 우리의 도보행군은 발목, 무릎, 골반 등 관절마다 아팠습니다.

 

하지만 매일 매일 지도를 보면서 ‘벌써 내가 여기까지 왔어? 이제 별로 안 남았잖아? 멋있어.’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면서 힘듦을 극복한 것 같습니다. 특히 남북대학생이 함께 노래하고 서로 손잡고 산을 넘는 협동력이 끈기로 이어진 우정, 특히 ‘평양의 맛 송연가’ 식당에서 평양냉면을 먹으면서 이 맛과 이 길이 통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걸으면서 보았던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 맑은 강과 지저귀는 새 소리가 통일한국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차세종 대학생 “약국에 들려 관절별로 보호대를 사서 착용하고 걸을 정도로 힘들었고, 매일 숙소를 찾아 일일이 전화로 예약하고, 네이버지도 앱에 잘 표시되지 않는 길을 걸으면서 미끄러지고 넘어지고...제가 14살에 탈북 할 때 7일 동안 산길을 걸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탈북을 하려고 도보행군 하는 것과 우리가 선택한 도보행군은 성격이 달랐거든요.

 

힘들어 지친 상황에서도 누가 보지도 않는 도로에 버려진 쓰레기 박스를 치우는 남한 친구들의 선행에 감동을 받았고,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친절하게 힘내서 다치지 말고 도보행군을 잘 마무리하라는 사장님들의 격려를 수도 없이 받으며 한국사회 따뜻함을 체험했습니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나! 탈북대학생의 역할과 사명을 깨달은 행군이었습니다.”


아프고 힘들어도 하나로 뭉쳐 드디어 완주한 중앙대학교 남북대학생의 도보행군처럼 남북통일도 시련과 갈등을 반드시 이겨내고 하나가 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 아닐까.

 

설송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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