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안건훈 강원대명예교수 | 기사입력 2023/02/22 [16:14]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안건훈 강원대명예교수 | 입력 : 2023/02/22 [16:14]

우리나라는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해방되는 광복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해방과 더불어 밀어닥친 분단의 아픔으로 진정한 해방이나 광복은 누리지 못한 상태로 77년이 흘렀다. 게다가 6·25전쟁도 겪었다. 한 동안 우리 겨레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7·4남북공동성명(197274)도 발표된 지 벌써 50년이 흘렀다. 공동성명이 발표될 때, 국내외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통일이 독일보다 먼저 올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런데 그 후에 전개된 정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통일에의 꿈을 버릴 수 없다. 우리는 삼국시대도, 남북국시대(발해사를 한국사에 포함시켜, 발해를 북국으로 통일신라를 남국으로 일컫는 견해)도 겪었지만, 불완전한 통일이나마 결국 이뤄낸 저력이 있다.

 

국문학자인 조윤제(1904~1976)는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생활의 특질로 은근과 끈기를 지적한 적이 있다. 기다림의 중요성을 넌지시 드러낸 표현이다. 조급하게 서둘다가 일을 크게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남북대결이 있음에도, 우리는 6·25전쟁 이후에는 서로 간에 큰 전쟁을 피해 왔다. 전쟁은 개인이나 식구들을 멍들게 한다.

 

 그렇다면 전쟁을 피하면서도 통일의 꿈을 이어가는,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우리 겨레의 저력이나 은근과 끈기를 믿고 싶다. 어떤 사람은 우리 겨레의 특질로 조급성이나 냄비 근성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지만, 밑바닥에 흐르는 것은 은근과 끈기라고 본다. 통일과 관련시켜 포괄적·추상적으로 말하면, 문화교류를 통해 남북이 공감의 장을 넓혀 나갔으면 한다. 정치성을 띤 것에서 가능한 벗어난 부분부터, 먼 것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민요나 노래, 풍습이나 민속, 국어나 국문, 역사, 체육 등에 머리를 함께 맞대는 일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예컨대, 남북이 힘을 합치면 잊혀져 가는 우리 고유한 토속어를 되살릴 수 있고, 우리말 우리글을 다듬어 나갈 수 있다. 남녘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외래어나 외국어도 다듬을 수 있고, 북녘에서 사용하는 전투적인 용어들도 순화시킬 수 있다. 남북이 함께하는 민요나 노래를 적극적으로 발굴, 창작하여 보급할 필요도 있다. 지금도 남북 사람들이 모이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 있다. ‘아리랑’·‘도라지’·‘노들강변’·‘푸른 하늘 은하수’·‘고향의 봄등 뿐만 아니라, 한동안 유행했던 반갑습니다등이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부르는 일이 많았으면 한다. 역사의 경우도 함께 연구하거나 발굴 작업에 참여하면서 남북이 같은 겨레임을 새길 수 있다. 그러면서 중국의 최근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과 같은 편견들에 함께 대처할 수 있다.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의 즐거움도 함께 누렸으면 한다. 북측도 참여하는 전국체전이 되길 바란다. 물론, 북녘에서도 개최했으면 한다.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도 재개할 필요가 있고,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도 요청된다. 큰 틀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너무 세세한 일에 힘쓰다 보면, 큰일을 못할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남북의 노동력 이동도 유연해졌으면 한다. 인력이 부족하여 다른 나라 인력을 들여오는 것보다 말과 글이 통하면서 양질의 노동력을 지닌 우리 동포를 받아들이는 일은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이 아닌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유입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든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간에 마음의 문을 조금이라도 더 열 수 있는 일들부터 시작하자. 이제는 격한 대립의 감정을 누그려 뜨려야 한다. 더 이상 전쟁의 피해를 겪지 않았으면 한다. 수많은 미망인이나 고아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아픔은 지난 6·25전쟁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그러면서 통일의 꿈을 이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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