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사] 김정은이 조기에 김주애를 자주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계문제 관련 김정은의 ‘마음고생’과 김정일의 비밀주의에 대한 분석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 기사입력 2023/02/10 [17:04]

[분석기사] 김정은이 조기에 김주애를 자주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계문제 관련 김정은의 ‘마음고생’과 김정일의 비밀주의에 대한 분석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 입력 : 2023/02/10 [17:04]

 작년 11월부터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둘째 자녀 김주애 띄우기에 나선 것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 해석은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통해서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을 은유적·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김주애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김주애를 단순히 미래세대의 상징일뿐이라고 해석한다.

 

그런데 북한 로동신문은 김주애를 김정은의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나 북한의 사실상 2인자로 간주되는 백두혈통 김여정에게도 사용하지 않는 존귀하신그리고 존경하는이라는 표현까지 사용, 김주애에 대한 개인숭배까지 시작하고 있다. 또한 로동신문이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보다 김주애를 먼저 호명하는 등 김주애에게 미래세대의 상징이상의 위상을 부여하고 있어 이 같은 해석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북한이 김주애를 미래세대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면, 김주애가 자연스럽게 미래세대의 지도자도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김주애 띄우기가 후계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두 번째 해석은 김정은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에게 당뇨 등 약간의 건강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2008년 김정일의 뇌혈관계 이상처럼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어렵게 할 심각한 문제는 아직 없기 때문에 건강 문제 때문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세 번째 해석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과 부인 리설주 간에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것. 이 같은 의구심을 표현하는 전문가는 김주애의 공개를 리설주가 김여정에게 권력 승계는 너한테 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식한테 가는 거니까 절대로 넘보지 마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김여정이 북한 지도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각종 정치행사에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김정은을 보좌하는데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해석은 지나친 억측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김주애의 나이가 만 10세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김정은이 벌써부터 그를 후계자로 결정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표시하면서 후계자 내정공식 결정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이 북한 지도부에서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결정된 것은 2008년 말이었지만, 그가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은 그의 만 8세 생일날인 199218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20213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난 김정은의 이모 고용숙 부부의 증언에 의하면, 김정은의 8세 생일날(1992, 김정일이 만 50세 때) 그에 대한 찬양가요인 발걸음이 김정일과 그의 핵심 측근들 그리고 김정은 앞에서 공연되었고 김정일은 이때부터 앞으로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김정은이 만 8세가 되었을 때 김정일이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했기 때문에 김정은도 그의 아버지의 전례에 따라 현재 만 10세로 추정되는 김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김정일이 이처럼 김정은을 조기에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하고도 이를 연회에 참가하는 소수의 핵심 측근들에게만 공개했기 때문에 황장엽 전 당중앙위원회 비서 같은 고위 간부도 한국에 망명하기 전까지 김정은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리고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결정되어 그것이 2009년 초에 우리 사회에 알려지기 전까지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그의 장남김정남을 후계자로 내세울 것이라고 주장

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자신은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만약 김정일이 1992년에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후 이를 황장엽 같은 고위급 간부들을 포함해 약 200명 정도 되는 북한의 당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에게까지만 공개했어도 북한 외부세계에서 김정남이나 김정철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억측이 오랫동안 난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같은 억측이 없었다면 김정은이 2017년에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김정은은 김정일의 비밀주의적 태도로 인해 마음고생과 많은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김정은이 8세가 되었을 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을 만약 외부세계에서 일찍 알았다면, 201112월 김정일 사망 직후 해외 전문가들이 김정은의 권력 장악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장성택 중심의 군부집단지도체계가 출범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억측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일은 대중들 앞에서 단 한 차례도 공개연설을 하지 않았고, 그의 부인이 누구인지 방송과 언론을 통해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에 김정은은 대중들 앞에서 연설하고, 권력을 승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부인 리설주를 곧바로 공개하는 등 김정일과는 정반대의 정치 스타일을 보여줬다.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딸 김주애를 조기에 후계자로 내정해 공개하는 것이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볼 때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후계 문제에 대해 근거 없는 억측이 발생할 소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주애가 일찍부터 중요한 정치행사에 참석해 제왕학을 습득하게 된다면, 김정은이 김정일처럼 갑자기 사망해 김주애가 젊은 나이에 권력을 승계하게 되더라도 보다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정은이 1992년에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되었지만, 김정일의 비밀주의적 태도 때문에 김정일이 2008년 뇌혈관계 이상 이후 권력승계를 서두르기 전까지 북한 지도부에서 김정은의 존재를 아는 간부들도, 그의 권력승계를 지원한 엘리트들도 현철해 등 소수에 불과했다.

 

이 같은 과거 경험 때문에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자제인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하고 조기 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다수 전문가들과 언론은 김주애가 아들이 아닌 이라는 점에만 주목해 김주애의 자질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대처 전 영국 수상과 독일의 최장수 총리였던 메르켈 모두 여성이다. 북한을 남성 중심적 사회라고 간주하면서 한국의 전문가들이 은연중에 남성 중심적 편견을 가지고 북한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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