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영화와 스파이 세계

박신호 방송작가 | 기사입력 2023/02/07 [15:10]

스파이 영화와 스파이 세계

박신호 방송작가 | 입력 : 2023/02/07 [15:10]

스파이 소재 영화는 우선 재밌다. 신통치 않게 만들어도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스파이 세계란 우리의 생활과는 무관한 미지의 세계라 궁금할 수밖에 없다. 화면 전개도 숨 가쁘게 빠르다. 숨고 도망가고, 신나게 치고받고 하다가 백발백중의 사격이 나오는가 하면 중간중간에 보여주는 미녀와의 짜릿한 러브신을 보여주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007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영화도 스파이 얘기가 제법 나온다. 일제강점기 때 스파이전을 시발로 근래에는 남북 간 벌어지는 스파이전이 제법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외국 스파이 영화도 검색해가며 보지만 우리나라 스파이 영화도 빼놓지 않고 본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사는 비극의 땅에서 스파이전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상상을 초월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은밀히 전개되는 스파이 세계까지를 다 모른다 해도 대충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근래 개봉한 스파이 영화를 보고는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치부하면 되지만 헌트라는 영화를 보고 한동안 멍했다. 영화는 대통령을 죽이려는 두 사람이 있는데 둘 다 국가안전기획부의 해외, 국내 담당 차장이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가운데 한 사람이 북한 간첩이란 설정이었다. 물론 어느 나라에나 정부 고위인사에 스파이가 있다. 소위 두더지로 불리는 첩자로 암약한 실례가 있다. 지금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에서 불과 40년 전에 두더지가 있었던 것으로 영화를 꾸몄다는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튀어도 너무 튀었다. 게다가 1980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소령이었던 사람이 안기부 차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상하지만 대통령을 시해하려고 한 인물로 설정됐다는 것은 우리 정보기관 위상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지가 않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에서 새삼 영화평을 하려는 게 아니다. 노파심도 있다.

 

 

이 시간에도 우리나라에 간첩들이 암약하고 있다고 단언해도 이상할 것 없다. 북한 정권이 직접 내려 보낸 간첩이건 자생간첩이건 분명 있다. 몇만명은 될 것이란 전문가의 판단도 있다. 근래 발표하고 있는 간첩단을 봐도 알 수 있다. 일찍이 북한 김일성은 단 한 명의 간첩이 1개 사단과 필적한다고 했다. 그런 북한 정권이다. 문제는 간첩에 대한 우리나라 일부 야당과 진보세력의 인식이다. 간첩에 대한 인식이 전과 다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우월감과 자신감이 가져다준 변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파이는 스파이다. 우리의 약점을 늘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간첩을 잡은 게 단 한 건밖에 없었다고 한다. 스파이가 없어서가 아니면 활동을 하지 않아서일까? 북한 스파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스파이에 대해 느슨했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까지 눈을 부라릴 건 없었을지라도 정보기관은 더 날을 세웠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문정권은 간첩 잡는 조직과 전문가를 딴 일을 하게하고 서툰 전문가들로 간첩 업무를 맡게 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너무나 뻔한 일이다.

 

 

내년부터 간첩 잡는 일을 맡게 된 경찰에서 헌트와 같은 얘기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물은 엎지를 수 있다. 두 번 세 번 엎지를 수 있다. 그러나 스파이를 잡지 못하면 엄청난 비극을 낳게 된다. 북한 스파이들은 한국을 엎어버리려는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집어삼키려는 사전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북한과의 국력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북한 김정은이 아무리 따라오려고 발버둥을 쳐도 어림없다. 아무리 선전 선동과 홍보영상으로 현혹하려고 해도 속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파이들이 하는 짓은 다르다. 바늘구멍에 둑이 무너지는 건 동화만이 아니다. 스파이 세계는 어떤 군사행동보다 가공할 후환을 남기고 만다.

  • 도배방지 이미지

구름속의 집선봉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