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가짜 북한 뉴스, 제재가 능사인가?

고성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10/04 [19:40]

[통일칼럼] 가짜 북한 뉴스, 제재가 능사인가?

고성호 논설위원 | 입력 : 2022/10/04 [19:40]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몇 년 전부터 북한에 대한 가짜 뉴스를 통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어왔다. 정부와 국가 기관 그리고 북한 및 통일 전문가들로 구성된 ‘팩트체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 관련 이른바 ‘가짜뉴스’를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언론사에 북한 관련 뉴스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하고, 국민들에 가짜뉴스 판별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다.

 

언뜻 보면 가짜 북한 뉴스에 대한 통제 발상은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가짜’는 뭔가 잘못된 것이고 나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통제되어야 하니까. 정말로 ‘가짜 북한 뉴스’는 통제되어야 하는가?

 

필자는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적어도 3가지 차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믿는다. 첫째는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선별해내기가 매우 힘들고, 이는 자칫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소지가 있자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올바른 뉴스를 추구하려는 집요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뉴스가 얼마나 있어왔던가? 거대 신문사나 방송사도 의도적으로 편향되었거나 불분명하거나 과장된 뉴스를 보낸 적이 결코 한 두 번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에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말하면, 나에게 유리한 뉴스는 진짜 뉴스이고 불리한 뉴스는 가짜 뉴스인 것이다. 가짜 뉴스 여부는 결국 내로남불, 2중 기준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왜 유독 북한 관련 가짜 뉴스를 대상으로 제재를 가해야 하는가? 북한에 대한 뉴스는 부정적인 뉴스가 절대 다수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실패한 체제에서 긍정적인 뉴스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대북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가짜 북한 뉴스를 통제해야 한다고?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정책은 본말이 전도된 정책이라 할 것이다.

 

셋째, 우리는 가짜뉴스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면서 삶의 교훈을 얻고 생활의 활력을 찾는다. 가짜 소설이고 가짜 영화이며 가짜 드라마이다. 가짜뉴스가 통제의 대상이라면 가짜 문학예술 활동도 통제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혹여 그런 문학 활동은 가짜 현실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 통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기는 하다. 과연 그럴까? 사실 많은 국민들은 이를테면 역사드라마를 진짜 역사라고 믿는다. 극소수의 그 분야 전문가만 빼고 지식수준이 꽤 높은 사람도 역사드라마나 소설을 올바른 역사로 받아들이곤 한다.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짜를 즐기면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규격에 맞는 옷만 입고 건강에 좋은 음식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헐렁한 옷도 입고 달콤한 과자도 먹고 기름진 음식도 먹는다. 그렇다고 가짜 뉴스를 방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능력이 부족하고 가공의 스토리에 울고 웃을 권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뉴스가 그 스토리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무방하다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 이미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고, 심지어는 ‘진짜뉴스’에 의해 피해를 봤을 때도 뉴스 제공자가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도 있을 정도로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그리고 유튜브 등 SNS가 대중화되면서 특정 개인이나 법인체가 피해를 입을 소지가 더 커졌을 수도는 있을 것이다. 법도 보완이 필요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가짜뉴스에 의한 제재는 사회전반의 문제로 봐야지 북한과 관련하여 제재를 추진한다면, 안 그래도 분단의 부담을 진 국민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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