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탈북민 쉼터 설립이 삶의 마지막 목표예요”

박정순 사단법인 ‘늘푸른상담협회’ 소장

림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01/21 [19:38]

“사상 첫 탈북민 쉼터 설립이 삶의 마지막 목표예요”

박정순 사단법인 ‘늘푸른상담협회’ 소장

림일 객원기자 | 입력 : 2022/01/21 [19:38]

 


일부 선진국의 난민정책을 보면 우리와 많이 다른 점이 눈에 띤다. 예하면 미국은 다양한 난민들이 거주하는 해당지역의 기관을 통해 난민에게 직접 지원금과 교육을 주는 방식이다. 예산을 안성맞춤하게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남한의 탈북민정책은 많은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탈북민 정착 지원기관의 기관장 및 임직원의 급여와 기관이 상주한 건물임대료까지 거액의 세금을 쓰고 있다. 어쩌면 탈북민정착지원을 명분으로 하는 남한사람들 일자리 지원이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동변상련의 마음을 가진 선배 탈북민일 것이다. 탈북민은 서로 남한입국 시기와 정착경력의 차이는 다소 있으나 남과 북의 두 사회를 체험한 존재라는 공통점은 분명하게 있다.

남한에 입국한지 10~20년 이상이 되고 특정분야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라면 충분이 남한사람들 못지않게 탈북민 정착 지원을 돕는 일을 잘하고도 남는다. 서울 양천구 모처에서 사단법인 ‘늘푸른상담협회’ 박정순 소장을 만났다.

 

- ‘늘푸른상담협회’를 소개해 달라.

 

지난 2005년 1월에 설립된 사단법인 ‘늘푸른상담협회’는 남한 내 탈북여성들이 사회정착 과정에서 반드시 겪는 시행착오를 해소하는데 최우선 목적을 둔 단체이다. 무엇보다 북한에서 여러 가지 환경으로 인해 있었던 배움의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부설 ‘푸른꿈학교’를 통해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탈북민들은 남한에 와서 꼭 배워야 한다. 그것이 정착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늘푸른상담협회’ 부설 ‘가정행복상담센터’는 일명 ‘복합적 피해’로 불리는 가정 및 성폭력, 인신매매, 고문피해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탈북여성들을 위한 전문상담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문가의 심리검사 및 상담을 진행하여 탈북여성의 국내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남한 내 탈북여성들이 사회정착

과정에서 반드시 겪는 시행착오

해소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탈북민들 남한에 와서 꼭 배워야

그것이 정착의 지름길이기도 해

 

- 단체의 비전은 무엇인가?

 

남한에서 정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여성들을 도와주며 미래의 주인으로 준비시키는 것이다. 2중, 3중의 피해로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괴로워하는 탈북민들의 정신건강을 치유하며 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평생교육원’을 통하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학력인정’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가정폭력 예방교육과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전문상담으로 마음의 안정과 정신적 불안을 완전 해소하는 것이다.

 

- 온라인에서도 가능한가?

 

물론이다. 종합상담실은 언제나 열려 있고 여기에는 결혼, 비밀(개인사), 일반, 청소년상담실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고아출신 탈북청소년도 다소 있다는 점이다. 늦은 밤 전화상담으로 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로 가정불화다.

또한 자료센터에는 가정 및 성폭력, 탈북주민법률, 논문자료 등 탈북민들이 남한사회 정착에서 알아야 할 정보들이 가득하다. 남한사회 유치원생이나 다름없는 새내기 탈북민에게는 정말 유익하고 소중한 지식이 될 것이다.

 

-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관계 및 해당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현장실태 점검을 꼼꼼하게 받는다. 우리 ‘늘푸른상담협회’는 항상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가정행복상담센터’ 상담실을 거쳐 간 탈북민은 1만 명에 달한다. 상담은 보통 2~3회가 기본이다. 언젠가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및 여러 유관단체 산하에 전국의 각 지역 하나센터(탈북민상담소)가 생기면서 탈북민상담 건수가 30~40% 가량 줄어든 상태이다.

 

온라인 종합상담실은 언제나 열려 있어

결혼, 개인사, 고아출신 청소년상담 등

 

자료센터에는 탈북민들 남한사회 정착에

알아야 할 정보들이 가득…유치원생이나

다름없는 탈북민에게 소중한 지식 될 것

상담실을 거쳐 간 탈북민 1만 명에 달해

 

- 고향이 어디인가?

 

함경남도 함흥에서 1956년 7월에 출생하였다. 북한 전체 사회가 불가마마냥 부글부글 끓던 전후복구 건설시기이다. 형제는 6남매 중 맏이다. 과묵한 성격의 아버지는 ‘혁명에 충실한’ 당일군이었고 어머니는 평범한 가정부인(주부)이었다.

1976년 3월 함흥공산대학(사로청반)을 졸업하고 함흥OO인민학교 소년단지도원으로 근무했다. 1979년 8월 함흥제1교원대학을 졸업하고 제2경제위원회 산하 XX공장 사로청위원장, 함흥OO인민학교 교원(교사)으로 23년간 근무했다.

 

- 교원으로 사회적 배려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김일성은 1970년대 후반 “교원은 후대들을 키우는 혁명가입니다. 사회적으로 교원대우를 잘해야 합니다”고 교시했다. 그래서 생긴 것이 ‘교원상점’(공급소)이다. 양복지, 속옷, 화장품, 구두, 주방용품 등을 배급표로 공급했다. 일반상점이나 식량공급소, 국영식당 등에서 교원증을 보이면 우선적으로 공급받거나 이용했다.

 

- 체험했던 교원생활이 듣고 싶다.

 

김일성 사망(1994년) 이전인 1993년 8월부터 함흥에서는 국가식량배급이 완전히 끊겼다. 항간에 떠도는 입소문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조선을 말살하려는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의 경제압살정책 때문” 이라고 했다.

상점과 식당은 문을 닫았고 공장과 기업소는 가동을 멈추었다. 사람들은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 마냥 벙벙했고 상부에서는 ‘사회주의 지키자!’는 노래 합창만 강요했다. 당에서 시키는 일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

 

- 생계는 어떻게 유지했는가?

 

학교에서는 교원들에게 오전만 수업하고 오후에는 가족생계를 위한 ‘자유시간’을 주었다. 그 시간에 술·담배, 빵, 당과류, 생활용품 등을 개인한데서 사다가 시장에 나가 파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녁에는 밥숟가락도 못 뜨는 형국이다.

또한 학교당국은 교직원에게 학생들로부터 수집한 고철을 팔아 식량을 해결하라고 했다. 그래서 일부 공장은 학교들과 손잡고 멈춘 공장기계를 뜯어 팔았다. 대략 1t식량(옥수수, 밀가루, 감자 등)을 구입하면 30%를 학교에 주었다.

 

오전에만 수업, 오후에는 가족생계 위한

자유시간 줘… 그 시간에 술·담배, 빵 등

개인에게 구입해서 시장에 나가 파는 것

그렇지 않으면 밥숟가락도 못 뜨는 형국

 

- 교원들이 받는 뇌물도 있겠다. 어떤 것이 있나?

 

일부 학부형들로부터 뇌물을 꾸준히 받는다. 1980년대는 옷, 자전거, 시계, 화장품 등이다. 1990년대는 식량과 부식물, 술·담배 등을 받았다. 학교에는 ‘힘센 학부형’이 전혀 없는 학급도 있다. 그런 반을 맡은 교원은 도시락도 없이 온다. 고난의 행군 때 내가 근무한 학교의 여성교원(54)이 굶어죽었다. 그것을 본 뭇사람들은 말을 못했지만 “교원이 굶어죽으면 이 사회는 망한 것과 같다”는 눈치였다.

 

- 언제 탈북을 하였는가?

 

둘째딸을 2000년 8월, 중국 친척집에 심부름을 보냈고 “중국으로 오라!”는 소식을 받고 2003년 10월, 두만강을 건넜다. 탈북이다. 중국에 오니 딸은 “자기는 한국에 있으니 꼭 한국으로 오라!”고 하여 졸도해서 일주일 후 깨어났다.

사실 딸은 탈북 후 연길서 6개월간 체류하며 신변의 위협을 느껴 청도로 이주했다. 거기서 2년간 돈 벌어 한국으로 갔고 나의 탈북비용을 마련했다. 나는 2003년 11월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들어갔고 이듬해 1월 남한에 왔다.

 

- 이후 경력을 말해 달라.

 

2005년 1월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여 열심히 배웠고 2008년에 졸업하였다. 2009년 국제사이버대학교에서 첫 탈북민교수로 임명받아 2014년까지 근무하였다. 3만 탈북민사회 사회복지학과 교수 1호 기록도 가졌다.

2014년부터 한국디지털문화서울예술대학교 상담학과 강사, 에듀업원격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나이에도 여러 대학의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만큼이나 신나고 보람 있는 순간은 없는 것 같다.

 

딸이 먼저 탈북 후 연길서 6개월간 체류

청도서 2년 후 한국입국해 내 비용 마련

 

2004년 1월 남한 들어와 국제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여 2008년에 졸업

첫 탈북교수로 임명받아 2014년까지 근무

3만 탈북민사회 사회복지학 교수 1호 기록

공적 수록된 한국인물사에 410번째로 등재

 

- ‘현대한국인물사’에 들어 있던데?

 

지난 2013년 ‘한국민족정신진흥회’에서 발간한 참고문헌이다. 김대중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고건 전 총리 등을 시작으로 모두 1565명의 공적이 수록된 사료집이다. 나는 등재인물 순위 410번째이다. 모두가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국위선양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신 훌륭한 분들이시다. 탈북민으로써는 내가 유일한데 너무나 감사하고 다소 부끄러운 일이다.

선정된 이유는 지금도 그렇고 당시에도 여러 교육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탈북민 교육자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정된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시작하여 가시적인 성과물을 도출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 특히 탈북민사회 정착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사안데 대해서 그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우선 2009년 7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있은 탈북민정착 관련 세미나다. 이전까지 탈북민정착지원금은 탈북민이 사회로 나와서 4대 보험 가입한 직종에서 1년간 일을 해야 지불했는데 이게 잘 못되었다고 제기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탈북민은 여성이고 원하든 원치 않던 중국에서 심신의 병을 앓고 왔다. 그들이 생소한 남한에 와서 병원도 다니면서 1년간 한 직종에서 버티는 것은 무리이고 6개월로 단축하여 실행하는 법안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 또 다른 사례는 무엇인가?

 

학력인정을 재검증 하자는 것이다. 남한에 입국한 일부 탈북민들은 국정원조사와 달리 사회에 나와서 거짓학력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본인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전체 탈북민사회에 불신과 실망을 가져다주는 참 나쁜 행위이다. 사회에서 거짓말 하는 일부 탈북민들의 학력을 교육부가 섬세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 OO대학을 나왔다고 하면 그 대학의 환경과 과목 등을 서면으로 제출을 하라고 해도 당장 들통이 날 일이다.

 

상담경험에 따르면 탈북민 일반쉼터 가면

정서, 문화적으로 잘 맞지 않아 발길 돌려

‘인신매매’ ‘고문피해’ 등 경험을 상담하고

이끌어줄 사람은 선배 탈북민이라고 생각

 

- 좋은 제안인 것 같다.

 

우리는 정말 사람답게 살게 해준 대한민국에 와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그것은 분명 우리 후배나 후대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자기 하나만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서 미래세대에게 어두운 그늘을 주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좋은 일만 하고 살아도 짧은 인생을 왜 그렇게 어지럽게 살려하는지 정말 답답하다.

 

- 사회적 표창도 많이 받았던데.

 

2013년 교육부장관 표창을 시작으로 특정시기에 받은 지역교육청장 표창도 여러 장 있다. 정말이지 과분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복지 문학박사이며 2019년 목사안수도 받았다. 요양보호사 1급, 전화상담사, 사회복지사 2급, 청소년복지상담사, 평생교육사 2급, 성폭력상담사, 가정폭력상담사, 다문화복지상담사, 보육사 2급 등 모두 60개의 자격증이 있다. 지금도 계속 끝없는 공부를 하고 있다. 너무 좋다.

 

- 바라는 것이 있다면.

 

탈북민인 내가 운영하는 최초의 탈북민 쉼터를 설립하는 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이다. 그동안 많은 상담경험에 따르면 탈북민들이 남한사람들과 함께 일반쉼터에 가면 정서 및 문화적으로 잘 맞지 않아 쉽게 발길을 돌린다.

‘인신매매’ ‘고문피해’ 등의 경험은 탈북민에게만 있다. 이것을 잘 상담하고 이끌어줄 사람은 분명히 선배탈북민이다. 자격증을 가진 전문 탈북민상담사만이 할 수 있다. 어차피 탈북민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탈북민이다.

 

림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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