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남북관계 개선의 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기사입력 2021/12/02 [02:22]

[포커스] 남북관계 개선의 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입력 : 2021/12/02 [02:22]

▲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복잡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기존의 냉전적 적대의식과 선입견을 넘어서는 보다 창의적인 접근과 사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창의적인 발상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서로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에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북한의 핵위협을 강조해왔지만 북한이 ‘미치광이’ 집단이 아닌 한 남한이나 미국에 핵을 가지고 선제공격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남한, 특히 서울을 공격한다면 이는 전 세계에 대한 전쟁선포가 될 것이다. 서울에는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대사관이 설치되어 있고 중국 유학생들도 많이 들어와 있다.

 

그러므로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가 ‘악마’나 ‘미치광이’가 아니라면 남한과 수도 서울에 대한 선제공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만약 북한이 남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6․25전쟁 때처럼 전면 남침을 강행하면 김정은 가족이 사는 저택과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청사,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모두 순식간에 초토화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수많은 댐들도 순식간에 초토화되어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의 상당지역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될 것이 뻔하다.

 

북한은 남한과 다르게 핵심 간부들이 그들의 부유한 생활을 일반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평양의 특정 지역에 집단 거주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지역을 정밀타격하면 북한 수뇌부의 대부분이 순식간에 궤멸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그때에는 핵무기를 사용하겠지만 북한이 먼저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은 것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남한의 다수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도 한미의 북한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은 ‘핵전쟁연습’으로 간주하면서 강하게 반발한다.

그러나 한미가 북한을 공격하면 한국 또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그리고 장사정포에 의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미가 북한의 공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이 각기 상대방을 ‘호전광’이나 ‘미치광이’로 보는 냉전시대의 적대적인 시각에 매달려있으면 자국의 군비증강은 ‘방어적’이고 상대방의 군비증강은 ‘공격적’이라는 이중잣대, 이중기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이 같은 이중기준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보면 남북관계의 개선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한국의 시민사회는 과도한 군비경쟁을 정당화하는 기존의 군사주의 담론, ‘절대안보’ 담론을 넘어서서 대안적 인식의 확산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안보적 취약성(정보자산 부족, 빈약한 공군력, 노후된 육군력, 장기전 수행능력 부재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우리의 안보적 취약성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무한 군비증강 논리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야 할 것이다.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해 우리가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면 북한도 남한과의 전쟁에 대비해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군비증강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남북한 각기 다른 안보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전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남북한 지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인식시키며 국민을 위해 ‘도를 넘는’ 군비경쟁을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종전선언’을 원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으로 남한과 미국을 ‘주적’으로 보지 않는다면, 6․25전쟁의 주요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정상 또는 고위급 대표들이 만나 비핵화 적대관계 청산 문제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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