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평가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기사입력 2021/11/18 [22:55]

[포커스]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평가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입력 : 2021/11/18 [22:55]

▲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통일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9월 23일 미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기내에서 취재진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이른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의 철수라든지 한미동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종전선언’이 일종의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면 그것이 어떻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완전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남북 간에 6․15공동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등 많은 선언들이 채택되었지만 남한에서 보수정권이 집권하거나 북미관계가 악화되면 휴지로 전락했다. 그러므로 향후 남한에서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종전선언’으로 ‘비핵화의 불가역전 진전’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희망적인 사고이다.

둘째로 종전선언이 한미동맹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국내의 보수세력과 미국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지 모르겠지만 북한으로서는 그런 종전선언에 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종전선언’으로 주한미군 철수까지는 기대하지 못해도 한미연합훈련의 완전 중단이나 한미동맹의 재조정을 원할 것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의 재조정을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의 상당한 진전이 필요하다. 

셋째로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협상과 분리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과거에 부시 대통령이 단기간 내에 북한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 중 하나로 ‘종전선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신속하게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협정 체결에 이르기 위해 종전선언에 적극성을 보였다. 따라서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과 분리해 ‘종전선언’만 별도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미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1호기에서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2번의 북미 정상회담이라든지 성과가 있었지만 그 성과에서 멈춰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좀 더 진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책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진지한 노력은 평가할만하지만,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개선, 대북 제재 완화 등과 별개로 종전선언만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미국이 단순히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을 위해 제재 해제에 동의할 리도 없지만 만약 한국이 종전선언 논의를 위해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수용한다면 우리 사회 내부에서 한국정부가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대선 결과 만약 보수정부가 들어선다면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정권과의 모든 합의는 휴지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종전선언보다 현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것은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 및 단계적 감축, 한미연합훈련 중단(또는 축소), 남북 군비통제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 대북제재 완화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남북한과 미·중의 4자 정상 또는 고위급 회담이다. 북미 간에 대타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미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면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한국과 북한의 입장을 잘 이해하면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중국이 참여하는 미중과 남북한의 북핵 4자회담 개최가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적극적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한미가 북한의 협상태도를 변화시키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진행한 대화모임에서 ‘김정은 정권의 대남정책과 남북관계 개선의 길: 종전선언 쟁점을 중심으로’ 발표한 내용을 발췌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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