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지금이 종전선언을 추진할 때인가?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2021/11/18 [22:51]

[통일칼럼] 지금이 종전선언을 추진할 때인가?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 입력 : 2021/11/18 [22:51]

▲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종전선언은 미국주도의 대북제재를

완화시키고, 한반도 영향력과 동아시아

영향력의 퇴조를 수반한다고 할 것이다

정부의 종전선언 정책에 가속도가 붙은 듯하다. 이미 언론매체에서는 종전선언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반응을 인용하기 시작했으며, 통일부 등 정부 부처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곧 이어 국민을 동원하는 캠페인을 착수할 지도 모를 기세다.

일각에서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관련국 정상이 공동으로 선언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도 하며,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남북이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일방적으로 선언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비핵화의 시발점”이라면서 종전선언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럴 듯한 주장이다. 특히나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이 사실상 한계에 부닥친 상태에서 종전선언의 주역이 된다면 남북관계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매력적인 이벤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이 종전선언을 추진할 때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는 종전선언의 명분으로 전쟁이 끝 난지 4반세기 가까이 됐다는 점, 사실상 전쟁이 끝났다는 점, 그리고 비핵화의 발판이라는 점을 들고 있지만 과연 합당한 명분인가? 그리고 남북 간에는 사실상의 종전선언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여러 차례나.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 합의가 그 하나이고,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천명한 <판문점 선언>도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 할 것이다.

그러면 왜 정부는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것일까? 비핵화의 ‘시발점’이라면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의 첫 단계가 종전선이라면 둘째 단계는 무엇이고 다음 단계는 무엇이며 비핵화의 최종 단계는 무엇인가? 미군철수, 평화협정, 그리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럴 리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소멸인가? 대한민국의 붕괴와 비핵화를 바터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종전선언과 비핵화와의 연결고리는 매우 미약하다고 할 것이다.

외교적으로 볼 때, 종전선언은 사실상 북한과 중국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한편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퇴조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할 것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특별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미군철수 요구 등 자신들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전선언이 이루어져도 비핵화의 선결요건으로 다른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어차피 종전선언이 안되어도 그만이라는 점에서 북한에게는 ‘꽃놀이패’라고 할 것이다.

중국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중 간 갈등 국면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과 마찬가지로 ‘밑져야 본전’인 게임인 것이다.

미국은 어떠할까? 정부는 종전선언과 미군철수는 별개라는 논리로 미국을 달래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북한의 지도부가 미군주둔을 용인 내지는 오히려 환영한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도 같다. 필자가 보기에 외교적 무지가 아니라면 기만이라고 할 노릇이다.

종전선언은 미국주도의 대북제재를 완화시키고, 한반도 영향력과 동아시아 영향력의 퇴조를 수반한다고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중국과 새로운 ‘냉전’의 초입에 선 상황에서 미국이 이런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겉으로는 우방이라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다면, 미국은 우리를 어떻게 볼까?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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