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윤창열 교사 | 기사입력 2021/11/10 [11:24]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윤창열 교사 | 입력 : 2021/11/10 [11:24]

올해 처음으로 여명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게 된 윤창열 교사입니다. 저는 우연히 여름 방학 때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TV프로그램을 접했습니다. 외국인들이 낯선 한국의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는 여명학교 학생들이 떠올랐습니다.

 

역사 수업에서 광화문이나 4대문 같은 유적지를 예로 언급하면 학생들은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2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생들의 외부 활동이 제한되었기에 체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숙박이 안 되는 제한적인 상황이었지만 학교에서는 역사 문화 탐방을 기획하여 비대면이나 대면으로 강의식 수업만 했던 학생들에게 힐링과 배움의 기회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숙박이 불필요한 서울, 인천, 파주 지역으로 기획하였습니다.

 

서울은 오랫동안 한반도의 중심지로서 기능했던 역사성을 배울 수 있도록, 인천은 구한 말 세 번째로 일찍 개항한 도시로, 근현대사의 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파주는 임진각과 판문점으로 상징되는 통일의 필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첫째 날은 퀴즈를 잘 푼 조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역시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인 경복궁과 한복체험을 선택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사극의 주인공처럼 궁궐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고 즐거워하였습니다.

 

둘째 날과 셋째 날부터는 인천과 파주 지역을 여행하였는데, 학생들이 가장 집중하고 감동했던 장소는 오두산 통일전망대였습니다. 한반도의 서북단으로 개성이 보이는 전망대에 서니,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학생들은 고향 쪽을 쳐다보는 눈빛이 점점 깊어갔습니다.

 

통일전망대에는 기억을 찾아서라는 북한의 여섯 개의 도시를 가상으로 체험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고향의 도시들을 체험하면서 그리움을 달래는 듯 했습니다. 학생들이 작성한 통일 편지들을 읽어보니, 평소 내색하지 않았던 학생들의 아픔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가족과의 이별에 대한 아픔, 통일이 되어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 한국에서 누리는 자유에 대한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여명의 교사와 학생들은 파주에서 통일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각 조에서 영상 발표회를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이 수학여행 과정을 정성스럽게 제작한 영상들을 보며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뛰어난 연출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역사 문화 탐방의 장소로 바뀌는 것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예년과 달리 숙박하며 전교생이 함께 활동하지 못한 점입니다. ‘위드 코로나가 무난하게 정착하여 내년부터 평년 같은 역사 문화 탐방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윤창열 역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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