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분석] 김정은 시정연설에 드러난 通南排美 전략과 한·미 과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기사입력 2021/10/08 [09:59]

[시사분석] 김정은 시정연설에 드러난 通南排美 전략과 한·미 과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입력 : 2021/10/08 [09:59]

▲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의 두 번째 시정연설(첫 시정연설은 2019년 4월)을 통해 한국 정부에게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을 제시하고 제한적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표명했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앞으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해야”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 “민족자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북남관계를 대하며 북남선언을 무게 있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10월 초부터 남북통신연락선부터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므로 남북통신선이 곧 복원되고 남북한 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겠지만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본적인 문제’(한미연합훈련과 한국의 미국 첨단무기 도입 중단 요구 등)에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김정은은 미국에 대해서는 “지금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도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이처럼 남북한에 대해 대조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더라도 그것이 북미관계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에 UN총회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그런데 북한이 이처럼 미국과의 대화 의지가 없다면 김정은이 언급한 종전선언이 미국을 배제한 남북한 간의 종전선언을 의미하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북한이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김정은이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의 구성원을 교체하면서 미국통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소환하고 2020년부터 북한의 대남정책에 깊게 관여해온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을 새로 선출한 것도 그들의 통남배미(通南排美) 전략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북한이 현재의 통남배미(通南排美) 전략에서 통남통미(通南通美) 전략으로 전환하게 하기 위해서는 한․미와 중국 간의 전략적 대북정책 공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미는 남북한과 미·중이 참가하는 4자회담 개최를 통해 그 틀 내에서 북미대화를 재개하고, 종전선언,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미연합훈련의 중단(또는 축소), 대북 제재 완화 등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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