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대한민국은 통일을 추진하는가?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2021/09/18 [23:28]

[포커스] 대한민국은 통일을 추진하는가?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 입력 : 2021/09/18 [23:28]

▲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대한민국은 통일을 추진하는 국가인가? 좀 거창한 주제일수도 있고 이 한 편의 글로 이 문제를 소상히 다룰 수 없다는 점은 필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통일정책을 접할 때마다 항상 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으로 보면 분단국가이기에 의당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해온 것처럼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말할 필요도 없고 역대 어느 정부가 통일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가?

 

돌이켜보면, 이승만 정부는 ‘북진통일’을 외쳤지만 다분히 국민감정을 염두에 둔 구호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한다. 박정희 정부는 ‘선평화 후통일’을 주창하면서 공식적으로 통일을 뒷전에 위치시켰다. 그러니 박정희 정부가 출범시킨 통일부의 전신인 국토통일원도 통일을 추진하기 위한 부처라기보다는 통일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희석시키기 위한 하나의 행정적 장치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전두환 정부도 북한의 적극적 통일공세에 맞서 우리 정부 최초의 통일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그 통일방안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던가?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오늘날 통일부가 왜 소극적인 정책에 안주하는지 이해할 만도 하다.

사실 이승만 정부로부터 전두환 정부까지의 소극적 통일정책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도 하다. 북한이 이른바 ‘독재정부’라고 비난하면서 우리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시대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국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갖는 북한과의 통일 논의는 자칫 북한의 공세에 휘말리거나 기껏해야 자중지란에 빠질 위험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과거는 가고,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된다. 독일통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전환, 그리고 소련의 붕괴 등 국제환경이 급변하였으며, 특히나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북한의 경제체제도 사실상 붕괴상태라는 점이 드러났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당시 정부는 이른바 ‘북방정책’으로 소련, 중국, 그리고 동유럽 사회주의권 국가와 모두 수교를 하고 교류협력을 강화하였다고 자랑했지만, 이런 정책이 통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을까? 당시 북한과의 이른바 ‘고위급 회담’을 통해 체결했던 남북기본합의서는 물론이고 비핵화합의서도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지 오래됐다. 북한에게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만 벌어다 준 셈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의 강경파를 제거시키겠다며 적극적인 대북지원에 나섰지만, 우리에 대한 무력도발이 재개되고 핵개발도 지속되었다. “흡수통일 배제”라는 정책은 참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정책이라 할 것이다. 완곡하게 보면 “통일반대” 정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비판적으로 보면 북한의 세습 정권을 인정하겠다는 정책이다. 정부가 북한식 통일방안에 호의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은 자기 입맛대로 직통전화를 끊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하고, 그리고 간첩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이른바 ‘민주’와 ‘진보’라는 명분으로 국민을 이간질하고 우리 체제의 정당성에 도전하는 세력들을 길러내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다. 전화가 연결되면 남북관계가 정상화된 것인 양 호들갑을 떨고, 간첩을 잡아도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한다면 북은 우리를 어떻게 볼까?

 

우리도 북한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할 때가 이미 지나지 않았을까? 북에 대해 개혁·개방을 추진해야 하며, 노예같이 살아가는 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을 촉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주민이 세계의 흐름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철조망을 친다면 대북방송으로라도 건널 각오를 해야 한다.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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