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죽어야 사는 우리

전수미 변호사 | 기사입력 2021/07/15 [03:58]

[통일로] 죽어야 사는 우리

전수미 변호사 | 입력 : 2021/07/15 [03:58]

(통일신문= 전수미 변호사)

 

▲ 전수미 화해평화연대 이사장

북향 여성들은 북한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 왔다는 이유로, 아직

죽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면 받으며

가해자의 조롱과 비웃음 속에 고통

받으면서 살고 있다

 

2021년 5월 성추행 피해를 입고 세상을 떠난 이 중사로 인해 군대 내에서의 인권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그제 서야 군 내부에서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대대적으로 언론과 관계 부처에 이슈화가 됐다. 청와대는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라는 지시를, 더불어민주당은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TF를, 국민의힘은 군 성범죄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 특별위원회를 각 설치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 중사 사건의 가해자가 군인이고, 군 문화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였을까. 한국은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조직 내 성폭력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인정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았다.

군대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공공기관 등 사회 곳곳에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자살기도를 하거나 자해를 한다. 이번 사건 피해자였던 이 중사 또한 3월 2일 성추행 피해를 당한 직후 2개월 넘게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하자 자살했다.

현재 군 정보사령부 간부 및 기무사령부 군무원의 각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군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찰의 성폭력 사건에서 검찰은 성인지 감수성 부족과 북향여성에 대한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하였고, 현재 항고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북향여성 사건들은 정치권이나 관련 기관에서 문제점을 인식하지도, 그 어떤 대책을 내지도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외면 속에서 피해 북향여성들은 하루하루 자해와 자살기도를 하며 ‘왜 내가 대한민국에 와서 이런 일을 당했어야 했는지’에 대해 자책 중이다.

피해 북향여성들이 당한 일은 성범죄 중에서도 굉장히 중한 성폭행 사건이다. 그럼에도 북향 여성들은 북한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 왔다는 이유로, 아직 죽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면 받으며 가해자의 조롱과 비웃음 속에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다. 여기에서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피해 북향여성들이 죽어야 당신들은 대책을 내놓고 그들을 보호할 거냐고. 이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후 도움 요청을 외면했다가 그녀가 죽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는 것처럼 북향여성들도 그래야 하는 거냐고?

 

결국 북향 여성들은 죽어서야 피해자로서 인식되고 뒷북 대책으로 ‘OOO 사건’으로 이름이 회자되며 살 수 있는 것인가. 이제 당신들이 대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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