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미국의 대화 거부하는 북한의 속내

정복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7/15 [03:01]

[통일칼럼] 미국의 대화 거부하는 북한의 속내

정복규 논설위원 | 입력 : 2021/07/15 [03:01]

(통일신문= 정복규 논설위원)

 

▲ 정복규 논설위원   

북한의 연쇄 담화는 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을 향해 구체적인 협상 안부터 가져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을 거절하고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한국을 방문해 북한을 향해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거듭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을 내세워 대화 요구를 일축하는 담화를 곧바로 내놨다. 북한은 미국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혈맹인 중국과는 밀착 행보를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북 메신저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일본까지 포함한 3국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북한의 조속한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지 말고 일단 만나서 협의를 시작하자는 메시지도 북측에 보냈다. 북한이 우리의 대북 지원과 언제 어디서나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를 계속 희망했다.

성 김 대표는 남북 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 입장도 재확인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와 식량 등 민생 협력과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등 능동적인 접근법을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다. 미국은 한국의 의미 있는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 등 여러 관여 정책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한국 정부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미국도 긴밀하게 협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 양국은 한미 워킹그룹을 폐지하기로 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 협력뿐만 아니라 대북 제재 문제 등을 긴밀하게 협의하기 위해 한미 간에 꾸려진 협의체였다. 하지만 미국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국내 일각에선 남북 관계 개선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미워킹그룹을 종료하면 당연히 북한에 대화 신호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은 다만, 북한의 위협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성 김 대표는“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지속해서 지킬 것”이라며 대북 제재를 견고하게 이행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성 김 대표가 서울에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북한에 주는 신호는 분명히 있다. 사실 그동안은 교착 상태였다. 이젠 대화로 갈 수 있는 샅바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중요한 것은 대화다. 성 김 대표의 방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가 발표된 직후에 이뤄져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이틀 연속 담화를 발표하며 미국의 대화 제안을 일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외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를 북미 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북한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구했다. 그리고 평양으로부터 명확한 신호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명확한 신호는 바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방향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차가웠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꿈보다 해몽”이라는 속담을 써가며 미국이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날 리선권 북한 외무상도 두 줄짜리 짤막한 담화로 거들었다. 리선권은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어떤 접촉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그는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의 기대를 일축하는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북한의 연쇄 담화는 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을 향해 구체적인 협상 안부터 가져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연쇄 담화 이후에도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이 담화에서 미국과 대결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은 만큼 당분간 대화 재개의 조건을 놓고 북미 간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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